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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당국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 및 발행어음 인가 심사에 중소형주 리서치 보고서 발간 비율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당국의 기준을 충족하려면 리서치 인력을 2배 이상 늘려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인센티브로 스몰캡 리서치를 유도하는 외국과 달리, 증권사의 의무만 키운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제2차 금투업권 모험자본 역량강화 협의체' 회의를 열고 리서치 보고서의 독립성·신뢰성 제고와 중소형주 커버리지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핵심은 종투사에 대한 스몰캡 커버리지 최소비율 도입이다. 당국은 연간 발간 보고서의 4분의 1 이상을 스몰캡으로 채우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중 절반은 코스닥 스몰캡에 할당해야 한다. 당국이 언급한 스몰캡 기준은 코스피 시가총액 300위 미만, 코스닥 시가총액 150위 미만일 때다.
형식상 금융투자협회 내 자율규정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실제론 강제성이 짙다. 당국은 종투사 지정과 발행어음 인가 심사 때 스몰캡 리서치 발간 계획을 외부평가위원회 평가항목에 넣겠다고 밝혔다. 종투사 진입을 노리는 우리·한화투자증권과 발행어음 인가를 준비 중인 대신증권 등이 당장 영향권이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단순히 모험자본 공급 등에 가점을 주는 방식이면 안 해도 그만이지만, 인가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며 "이번에는 언급이 없었지만 IMA 진출 대기 중인 증권사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센티브가 있긴 하지만 업계 반응은 미지근하다. 당국은 전년도 스몰캡 리서치 비중이 40% 이상인 IMA·발행어음 종투사에 대해 모험자본 의무비율을 계산할 때 중소·벤처기업 공급액을 5% 가산해 주는 방안을 예시로 들었다. 종투사의 2분기 모험자본 공급비율은 19.5%로 올해 의무비율(10%)을 크게 웃돌아 당장은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
또다른 관계자는 "의무비율이 2028년 25%까지 오르고 발행어음, IMA 인가사 확대로 좋은 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상황이라 도움이 될 수는 있다"면서도 "스몰캡 비중을 끌어올리려면 리서치 인력 확대가 필수적인만큼 득실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비율 맞추기식 리서치가 오히려 보고서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부실 기업을 억지로 커버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몰캡은 주가 변동성이 크고 지방 탐방 등이 잦아 애널리스트의 부담이 대형주보다 훨씬 크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스닥 기업 절반이 적자인데 비율을 정해 무조건 커버하라고 하면 결국 좋지 않은 기업까지 다루게 되고, 깊이가 떨어진 보고서로 잘못된 정보가 나가면 피해는 투자자가 본다"며 "비율을 다 맞추려면 리서치 인력이 지금의 2~3배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맞추기 위한 일회성 보고서가 늘어나면 정보 비대칭 해소 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근본적으로 수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스몰캡은 기관투자자의 관심이 적어 증권사가 인력과 비용을 들여도 커버를 이어갈 경제적 유인이 부족하다.
당국의 독립성 강화 방안에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당국은 리서치 부서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 금지 원칙을 협회 규정에서 금융투자업규정으로 끌어올리고, 리서치 예산이 영업·기업금융(IB) 부문 수입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했다. 매도의견 보고서는 준법감시인 승인을 거쳐 작성자 이름을 빼고 낼 수 있게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업종별 담당 애널리스트가 한 명뿐인 곳이 많아 이름을 빼도 누가 썼는지 다 안다"며 "부정적인 보고서를 쓰면 IB 쪽에서 채권 주관사단에서 빼버리는 식의 관행이 없어지지 않는 한 구조는 바뀌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에선 스몰캡 리서치 부족을 의무가 아닌 인센티브로 풀고 있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2019년 도입한 상장·리서치 지원제도(GEMS)를 지난해 7월 확대했다. 커버리지가 부족한 종목의 보고서를 내는 증권사나 운용사에 보고서 1건당 최대 6000싱가포르달러(약 640만원)를 지원하고, 새로 커버를 시작하거나 상장 전·신규 상장 기업을 다룬 보고서에는 지원금을 더 얹어준다.
싱가포르에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꾸준히 커버하는 상장사는 2022년 말 108곳에서 올해 6월 136곳으로 26% 늘었다. 전체 상장사(640여곳)의 20% 남짓으로 아직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리서치 축소가 세계적 흐름인 가운데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평가다.
업계는 의무비율과 함께 증권사가 좋은 중소형 기업을 발굴해 꾸준히 커버할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리서치는 애널리스트가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기업을 충분히 검토해 의견을 내는 게 본질"이라며 "보고서 숫자를 늘리는 것과 시장에 유용한 리서치가 늘어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원·인센티브 중심의 제도는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유도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