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부동산PF 실적 엇갈렸다...물류센터 '웃고'ㆍ해외 주력 '울고'
입력 20.12.03 07:00|수정 20.12.07 07:43
코로나19에도 증권사 대체투자 대체로 호실적
'코로나 특수'로 물류센터 인기 치솟아 국내 부문 반사이익
문제는 내년...해외투자 더 줄고 셀다운도 난항 우려
  • 올 한 해 증권사의 부동산투자 부문 실적이 코로나19로 희비가 엇갈렸다. 해외 투자의 길이 막혔지만 물류센터 등 ‘코로나 특수’를 노린 자산의 인기에 힘입어 국내 부문 실적은 선방했다는 평가다.

    다만 내년부터는 해외 투자규모는 더욱 축소되고, 인수 후 재매각(셀다운) 역시 난항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진짜 걱정은 내년부터'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나금융투자 부동산금융본부는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약 40~50%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교보증권 역시 부동산본부 실적이 전년 대비 15~20% 정도 많아진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여의도 파크원타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딜을 마무리한 데 따라 부동산금융 순영업수익이 무려 60% 넘게 증가했다. 코로나19로 해외 투자 매물은 줄었지만, 파크원타워 관련 PF 주관사를 맡아 약 1조7500억원 규모 대출금 주선을 이뤄낸 덕분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투자, 교보증권 등 증권사들은 국내 부동산 투자부문에서 물류센터의 덕을 톡톡히 봤다. 코로나19로 오히려 물류센터 가격이 치솟으면서 이전부터 물류센터 PF사업을 준비해온 증권사들이 무난히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초 1950억원 규모로 인천 항동 복합물류센터 PF사업을 주선했다. 인천 항동 복합물류센터는 지하 1층~지상 9층으로 된 저온물류센터로, 2021년 준공 예정이다. 또 지난해 말 용인 백암물류센터 역시 PF 주선을 따냈다. 단순히 대출 주선만 하기보다는, 지분투자(에쿼티)를 통해 수익률을 높이고, 임차인을 구해 좋은 가격에 자산운용사에 되파는 형식을 차익실현을 꾀했다.

    최근 물류센터 매입을 위한 자산운용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수도권 등 입지가 좋은 곳은 인허가 이슈로 매물이 잘 나지 않는 데다 코로나19로 전자상거래 규모가 늘어나 물류센터 수요는 많아지고 있다. 더구나 국내 물류센터들은 대부분 노후화된 상태다. PF주선을 통해 준공 직후 새 물류센터로 수익실현을 꾀하는 증권사들이 유리한 상황인 셈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NH리츠운용이 인수한 이천 도지물류센터의 낙찰가가 1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보고 놀랐다”라며 “경쟁과열로 캡레이트(자본환원율)가 떨어지는 상황이다. 선매입 형태로 투자하는 방식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반면 같은 부동산금융부문이라도 해외 투자를 주로 담당했던 부서들은 희비가 교차했다. 코로나19로 유럽과 미국 등 해외 출장이 전면 금지된 데 따라 새 자산 투자는 물론, 2018년에 투자했던 매물들도 셀다운이 힘든 상태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해외투자 부문에서도 작년에 떠왔던 매물들이 있어 어느 정도는 실적에 잡히기라도 했지만, 내년부터는 해외투자 부문에서는 거의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국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셀다운이 힘들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국내 대형 7개 증권사 부동산 익스포저 규모는 총 10조 수준이다. 이 중 북미 4조6000억원, 유럽 4조1000억원 등 선진국 지역에 투자가 집중돼있다. 용도별로는 업무용 부동산이 5조4000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부동산 자산이 북미ㆍ유럽 지역 오피스임을 고려하면 상당한 부담이 될 거란 분석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초 국내에서도 대구 등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가 대유행하면서 PF부문이 크게 위축됐지만 해외 대체투자만큼 분위기가 저조하지는 않았다”라며 “해외투자본부는 사실상 손 놓고 있었던 것과 다름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