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곳 없다" 기관들 한숨에 몰리는 '태조이방원'...테마주 한계 '명확'
입력 22.08.25 07:00
태양광 조선 2차전지 방산 원자력 등
‘뜨는’ 테마주 묶어서 태조이방원 유행
전문가들은 경계…"테마주 추매는 금물"
잦은 신조어 생성에 일각선 피로감 호소
각 분야의 개별 기업 펀더멘털 잘 따져야
  • 최근 주식시장에서 ‘태조이방원’이라는 테마주 묶음이 회자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경계의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일시적인 ‘유행’으로 해당 종목 주가들이 다소 올랐을 순 있지만, 전반적으로 코스피시장을 끌어올릴 동력으로 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이 대다수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휴가도 못 간다’는 운용역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단기 테마주에 뛰어들기도 한다. 이에 일반 투자자들이 섣불리 단기 추격매수를 따라했다가 자칫 투자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3일 기준 이른바 '태조이방원(태양광·조선·2차전지·방산·원자력)'에 해당하는 종목들의 수익률이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훌쩍 웃돌고 있다. 태양광 관련 종목으로 꼽히는 현대에너지솔루션(72.35%), 한화솔루션(41.27%), 대명에너지(84.10%) 등의 주가가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꼽히는 태양광 및 2차 전지 관련 종목은 지난 1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며 주가가 탄력을 받았다. 기후변화 대응이나 에너지 안보 등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인프라 관련 기업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차 전지 테마로 묶이는 포스코케미칼(35.44%), 에코프로(30.43%) 등 역시 고공 행진 중이다. 이들 가운데 다소 의견이 갈리는 조선주나 원자력, 방산 관련 주들도 상승폭이 작지 않다. 현대미포조선(30.21%), 한화에어로스페이스(58.16%), 두산에너빌리티(23.31%)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미국 인플레이션 법안 통과 소식으로 태양광이나 2차 전지 업종이 영향을 받았고 조선주나 방산주는 거시적인 외부 요소로 탄력을 받은 것이다. 운용업계에서도 최근 투자처가 마땅치 않으니 단타 테마주로 ‘태조이방원’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한 중견 운용사 운용역)

  • 하지만 일시적인 유행에 따른 맹목적인 테마주 추격은 위험하다며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태조이방원’ 주들의 상승 기조를 분석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를 토대로 향후 큰 폭의 성장률을 기대하는 투자 근거로 활용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방산이나 조선주들의 향방을 놓고서는 개별 종목을 더욱 신중히 살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방산 특성상 대량 수주가 곧바로 대량 양산으로 이어져 매출로 나타나는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이다. 기본적으로 제조업은 초기 생산 효율성을 갖춘 후 대량 양산을 통해 비용 대비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다만 방산업은 수주처에 따라 세부 조정사항이 많아 양산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다. 꾸준하고 지속적인 수익성 증가를 낙관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조선업 역시 일시적인 실적 호조로 주가가 반등하기는 했지만 저가 수주 등을 놓고 보면 체질 개선 효과는 아직이라는 평도 나온다. 

    “방산주는 주가 측면에서 본다면 일시적이라고 볼 수 있다. 계속해서 발주할 수 있는지 여부가 (장기 상승의) 관건이 될 것이다. 조선주는 과거 워낙 주가가 좋지 못해 연초부터 싸이클이 다시 올라올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체질적인 개선이라고 보기엔 미흡한 면이 있다.” (한 대형증권사 방산 담당 연구원)

    그럼에도 개별 테마나 종목에 대한 분석 없이 맹목적인 추격매수가 많다는 지적이다. 뒤늦게 유행에 편승해 무작정 ‘태조이방원’ 주에 투자하다가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는 그간 자본시장에서 꾸준히 지적돼온 문제기도 하다. 10년 전인 2012년에는 금융감독원이 직접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테마주 투자에 대한 위험성을 경계하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특정 테마주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긍정적으로 변화하여 매수세가 반영된다면 다행이지만 막연하게 ‘다음 세대엔 이 분야가 각광받을 것’이라는 인식으로 인기를 얻는 테마주는 피하는 것이 좋다. 테마주 투자는 개별 기업의 이익이 실제로 오르는지 확인하고 조심스레 추매해야 한다.” (한 대형운용사 주식운용역)

    “우스갯소리로 주식시장에서 밈주식(유행성 주식)이 떠오르면 해당 분야에 투자하면 안 된다는 말도 있다. 지금 상황에선 어떤 테마가 인기가 있더라도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다.” (국내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 

    일각에선 주식시장 ‘신조어 바람’에 피로감 또는 경계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한 때 유행했던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나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 거론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신조어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에는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등이 상승장을 주도하는 종목으로 꼽히기도 했다.

    “주가가 올라가는 섹터를 묶어 이름을 붙이는 현상은 항상 있어왔다. 현재 ‘태조이방원’이 다른 점은 이들이 주도해서 주식시장 반등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반적인 활황장세 속 테마주와는 결이 다른 이유다.” (다른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  

    입소문에 의존한 테마주 투자보다는, 특정 분야의 개별 기업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원칙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해당 테마에 묶인다고 하더라도 기업 자체의 기초체력이 버티지 못하는 사례가 많을뿐더러 ‘태조이방원’ 분야가 코스피의 전반적인 침체를 반전시킬 만한 테마로 보기도 어렵다는 의견이다. 

    “요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는 종목들이기는 하지만 이것만 보고 시장의 흐름을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순환매 장세에서 돋보이는 것일 뿐, 이슈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 분야의 인기만 보고 코스피지수가 2800~3000이 될 것으로 예상할 수는 없다.” (국내 증권사 시황 담당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