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홍콩ELS 털어냈지만…기업대출 경쟁심화에 연체율·마진율 관리 비상
입력 24.04.29 07:00
은행들, 배상금 여파에 1분기 순익 일제히 감소
하반기 안심 어려워…부동산PF 및 연체율 비상
  • 국내 금융지주들이 올해 1분기 홍콩ELS(주식연계증권) 여파로 순이익이 크게 줄었다. 홍콩H지수 상승세로 이는 일회성 요인으로 분석됐지만, 그럼에도 남은 한 해 금융지주들의 실적전망은 어둡다는 분석이다. 

    기업대출 경쟁 여파에 순이익은 줄고, 연체율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2월 국내은행 원화대출 중 기업대출 관련 부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하반기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불확실성과 관련한 리스크도 여전하다는 평가다.

    KB금융은 1분기 순이익 1조419억원을 내 전년 동기 대비 약 30.5% 감소했다. 신한금융은 1분기 1조3215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4.8% 감소했다. 하나금융은 순이익 1조원을 내 전년 1분기와 비교해 6.2% 감소했다. 우리금융은 8245억원의 순이익을 내 작년 1분기보다 9.8% 빠졌다. 

    홍콩ELS 자율배상 및 부동산 관련 대손충당금이 반영되면서 4대 금융지주 순이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은 지난 1분기 약 8200억원, 신한은행은 약 2740억원 규모의 홍콩ELS 관련 충당부채를 쌓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외 신한은행은 해외부동산 관련 충당금을 약 1400억원 적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홍콩ELS 충당금 외에 강달러로 인한 영향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지주들은 대부분 홍콩ELS 관련 재무적 리스크가 1분기 일회성 요인일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홍콩H지수의 상승 추이를 따져볼 때 추가적인 충당금을 쌓아야할 필요성이 낮다는 것이다. 다만 기업대출 성장세나 달러환율, 부동산PF 등 하반기 실적을 불안케 하는 요인들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1분기 기업대출 상승비율은 신한은행이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신한은행은 1분기 기업대출 상승율이 직전 분기 대비 3.9%에 이르렀다. 하나은행이 3.5%로 뒤를 이었고 우리은행이 2.9%, 국민은행이 0.7%의 성장률을 보였다. 

    그간 하나은행은 기업대출 부문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여왔는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해당부문에서 상당한 영업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은행은 1분기 SK온, CJ올리브영, 신세계건설 등 굵직한 기업대출 실적을 올린 데 따라 해당 자산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자산 증대에도 불구, 경쟁 심화로 인해 순이익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기업대출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우량기업이 한정된 상태에서 여신 경쟁이 이뤄진 만큼 금리 인하 등 출혈 경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1분기 컨콜에서 “1분기에는 고금리 적금 상품 만기나 유동성 예금 증가로 인해 마진이 개선됐다”라며 “다만 2분기엔 대출 경쟁 심화로 1분기 대비 소폭 하락할 전망이다. 상반기 전체적으로 보면 마진율은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금융지주 실적 컨퍼런스콜(컨콜)에서는 연체율이나 부동산PF 리스크 등에 대한 질문이 다수 이어졌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의 건전성 지표는 대체로 양호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럼에도, 작년부터 이어진 연체율 상승 추이나 하반기 부동산PF 위기설 등을 감안하면 안심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올해 1분기 각 금융지주 별 연체율은 소폭 오름세를 나타냈다. KB금융은 올해 1분기 연체율이 0.25%로 작년 말 0.22%보다 0.03%포인트 증가했다. 작년 동기 대비로는 0.05%포인트 늘어났다. 신한금융 역시 올해 1분기 연체율은 0.32%로 작년 말 대비 0.06%포인트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0.04%포인트 늘어났다. 

    가계대출 규제로 기업대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고환율·고금리 등의 여파가 지속되면서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하반기에는 개인사업자 연체율 관리에도 주의깊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다소 낮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만약 고금리 기조가 기존 예상보다 길게 이어질 경우 이자부담을 견디기 어려운 개인사업자들이 나오면서 이는 금융사의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