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베트남서 사업하려면 '한국 건물'로 가라?
입력 2018.04.03 07:00|수정 2018.04.04 09:41
    호치민, 오피스빌딩 적어 한국 기업 쏠림 현상
    금호·롯데 등 국내 기업과 관계 있는 건물 선호
    “임대료 비싸지만 그만한 오피스 건물도 없어”
    •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으로 두 나라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우호적이다. 오래 전부터 베트남에 눈독을 들여온 우리 기업들은 훈풍을 타고 활발한 움직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자문사들도 일감을 잡을 기회를 노리고 있다.

      베트남의 수도는 하노이지만 경제 수도는 호치민이다. 우리 기업들은 일찍부터 호치민에 터를 잡았다. 지금이야 하루가 다르게 마천루가 올라가고 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무실 용도 건물은 많지 않았다. 자연스레 도심의 일부 건물에 우리 기업들이 몰리기도 했다.

    • 엠플라자사이공(m plaza Saigon)이 대표적이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금융사는 물론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포스코대우, 한국투자신탁 등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광장, 율촌, 화우 등 법무법인도 사무실을 열었다.

      대각선 맞은편 블록에 있는 다이아몬드플라자(Diamond Plaza)에도 한국 기업이 많다. IBK기업은행, SK이노베이션,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한국석유공사, 무역보험공사 등이 들어와 있다. 경상북도와 경상남도 등 지방자치단체도 사무소를 냈다.

      두 건물은 모두 우리나라와 관련이 깊다.

      엠플라자사이공은 얼마 전까지도 금호아시아나그룹 깃발이 펄럭였다. 원래 이름은 금호아시아나 플라자 사이공(Kumho Asiana Plaza Saigon)으로 현지인들에겐 ‘한국 건물’로 불리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2013년 금호산업으로부터 이 건물을 인수했다가 유동성 위기가 이어지던 2016년 싱가포르 투자사 메이플트리(Mapletree Investment)에 팔았다. 두 번의 거래에 율촌이 법률 자문을 맡은 바 있다.

      다이아몬드플라자는 베트남 최초의 백화점이 문을 연 빌딩이다. 원래 포스코그룹이 지분을 가지고 있었으나 롯데그룹이 수년 전 이를 인수했고, 지금은 롯데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현지인들은 오래 전부터 ‘한국 백화점’이라고 불러 왔다. 롯데는 2008~2011년 이 건물을 위탁 운영하기도 했다.

      엠플라자사이공과 다이아몬드플라자는 호치민 시내 가장 중심가에 위치한 랜드마크 건물들이다. 통일궁, 노틀담성당 등 명소는 물론 시청, 법원 등 관공서와도 가까운 거리에 있다. 두 건물에 입주한 기업 직원들은 소속은 다르지만 타지에서 고생한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친목을 도모하는 데도 유리하다.

      엠플라자사이공 입주사 관계자는 “두 건물이 임대료가 높다는 점은 부담스럽지만 인근에 마땅한 오피스 빌딩이 많지 않고 내부 시설도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도 사정은 비슷하다. 롯데그룹이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 형상을 따서 만든 ‘롯데센터 하노이’, 경남기업이 지은 ‘랜드마크72’ 등 최신식 초고층 건물이 우리 기업들이 입주를 선호하는 건물들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