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석유화학까지 수익성 저하…차입 부담 지속되는 롯데그룹
입력 2022.09.05 17:12
    화학부문 수급여건 저하에 롯데케미칼 상반기 영업수익성 하락
    유통은 온라인 사업 부진·비용 높아진 관광레저…펀더멘탈 회복은 ‘아직’
    바이오·모빌리티 등 신사업 투자 규모 15.2조…투자성과 불확실성 상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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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롯데그룹 사업의 두 축인 화학과 유통의 실적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이 나오면서 확대된 차입 부담 폭도 크게 줄이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5일 한국신용평가는 크레딧 이슈 점검 웨비나를 열고 롯데그룹이 올해 1분기 화학부문 영업여건 저하 등으로 그룹 전반의 영업수익성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2022년 1분기 롯데그룹의 비금융부문 그룹 합산 영업이익률은 2.9%로 전년 동기(7.3%)보다 4.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주력인 화학부문의 실적반등과 2020년 코로나 기저효과 등으로 2021년 그룹 전반의 이익창출력이 회복세를 보였다”며 “다만 2022년 1분기 원재료비 부담 상승과 글로벌 설비 증설 영향으로 롯데케미칼 등 핵심계열사의 영업여건이 저하되면서 그룹 전체 영업수익성이 재차 하락했다”고 말했다.

      계열 내 핵심수익기반인 화학부문 주력사인 롯데케미칼의 2022년 1분기 화학부문 영업이익은 193억원으로 전년 동기(659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2022년 1분기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14.3%) 대비 13.7%p 줄어든 0.6%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영업이익은 1조1536억원으로 2020년(3569억원)보다 크게 개선된 것과 대비된다. 2021년 하반기 이후 고유가에 따른 원가 부담, 중국 봉쇄 정책으로 인한 수요부진 등으로 제품 스프레드가 하락세를 보인 영향이다. 하반기에도 글로벌 설비 증설, 생산가동에 따른 공급부담 확대 등으로 수익성 하방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부문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백화점 및 영화상영업 실적 견인이 두드러지면서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높은 경쟁강도로 인해 온라인부문 영업적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오프라인 점포 리뉴얼의 투자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본원적인 경쟁력 회복 여부에는 불확실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관광·레저 부문은 고객유치비용 확대로 인해 영업적자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호텔롯데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1626억원으로 전년 동기(-1729억원)에 이어 적자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엔데믹 전환으로 영업환경 정상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주력 사업인 면세사업에서 높은 고객 유치비용과 심화된 경쟁강도 등으로 코로나 이전 수준의 이익창출력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 저하된 이익창출력은 확대된 차입부담을 유의미하게 줄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 수석연구원은 “최근 비경상적인 자산매각과 투자축소 등으로 그룹 자금수지가 안정화됐지만, 과거 대비 저하된 그룹 영업현금창출력과 유통 및 관광·레저부문의 리스부채 상환액 감안 시 실질현금흐름은 표면적인 수준을 하회한다”고 말했다. 2021년 말 비금융부문 그룹 합산 순차입금은 28.6조원으로, 2019년 말(28.2조원)과 크게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금 소요 등으로 차입금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NCC설비 신설(39억달러 규모), 롯데GS화학의 신규공장건설(8000억원 규모) 등이 예정돼 있어 투자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부문에는 온라인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오프라인 업태 저성장을 벗어나기 위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신평은 롯데그룹이 발표한 5년간 신사업 중심의 투자계획도 자체 투자부담 및 재무구조 변동에 대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향후 5년간 화학·유통 등 기존 핵심부문과 바이오, 모빌리티 등 신사업에 대한 37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그중 신사업 투자 비중이 약 40%로 가장 크다. 

      서 수석연구원은 “바이오 신사업의 경우 그룹의 기존 핵심사업과 연계성이 높지 않아 투자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으며, 경쟁력 확보 과정에서의 추가 투자부담도 상존한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선도기업들은 증설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있어, 후발주자 격인 롯데그룹이 단시간 내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