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낮춘 홈플러스 리파이낸싱…고정금리·담보확대·규모유지
입력 2019.09.10 07:00|수정 2019.09.09 18:09
    MBK파트너스, 홈플러스 인수 시 4조원대 차입
    점포 유동화 진행하고 리츠 상장해 상환 추진
    리츠 무산에 유통업황 침체…리파이낸싱도 신중
    대주단에 편의 제공했지만 일부선 여전히 부담
    •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이 본격화한다. 홈플러스리츠 상장 실패와 유통업황 악화 영향으로 기존 대주단에 유리한 조건으로 진행된다. 차입금 규모는 유지하되 담보 자산 매장을 늘리고 고정 금리를 제공해 성사 가능성을 높일 전망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인수금융 대주단은 리파이낸싱을 위한 막바지 검토 절차에 들어갔다. 5대 시중은행과 6대 대형 증권사가 모두 주선에 참여하며 최근 대부분의 조건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7조원대에 인수하면서 5년 만기로 4조원대 인수금융을 일으켰다. 이후 세일앤드리스백(S&LB) 등 점포 유동화를 통해 차입금을 빠르게 갚아 나갔다. 애초부터 홈플러스의 부동산 자산 가치를 본 투자란 평가가 많았다. 작년부터는 홈플러스리츠 상장을 통해 차입금을 상환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홈플러스리츠는 올해 초 무위로 돌아갔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 의지가 꺾였다. 유통업 전망이 어두워지는 상황에서 조단위 리츠가 성사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다. 신용등급도 조정을 받았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리츠 상장을 철회한 후 차입금 리파이낸싱 검토에 들어갔다. 만기까지 1년 여를 앞둔 상황에서 규모를 줄이거나 구조를 바꿔 다시 리츠 시장을 두드리긴 쉽지 않았다. 별다른 수가 없고 MBK파트너스와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기존 대주단도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검토 초기 관심을 모았던 것은 MBK파트너스가 리캡(Recapitalization, 자본재구성)을 추진하느냐였다. 리츠 상장은 실패했지만 부동산 자산이 많다보니 이를 기초로 차입금을 늘리고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려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조달금리가 높은 국민연금(NPS) 등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환전환우선주 투자자를 조기에 내보내고 싶어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 결과적으론 대부분 이뤄지지 않았다. 보수적인 시중은행들을 중심으로 난색을 표했다. 협상이 한창 진행되던 중 이마트가 창사 첫 적자를 기록하면서 MBK파트너스가 목소리를 높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기존 차입금 규모로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가닥이 잡혔고, 우선주 상환을 위한 중순위 자금 조달도 최소화 하기로 했다.

      이달 초 홈플러스 인수금융 잔액은 약 2조5000억원이다. 최근 진행한 세일앤리스백으로 3000억원을 상환했고, 2000억원가량은 회사 자체 보유 현금으로 갚기로 했다. 이렇게 남은 2조원의 선순위 인수금융만 5년 만기로 새로 연장한다. 우선주 상환을 위한 중순위 자금 조달 규모는 15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차입 규모는 그대로지만 담보는 대폭 늘어난다. 기존 차입금에 대해선 홈플러스 점포 중 일부만 담보로 제공됐었지만, 이번엔 70여 곳의 자가 보유매장 모두가 담보로 들어간다. 이들 매장의 감정평가액은 6조원에 달하며, 이를 감안한 담보인정비율(LTV)은 40% 미만이 될 전망이다. 홈플러스리츠 때는 대상 점포가 51곳이었고, 감정평가액은 4조3000억원이었다.

      금리는 고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7월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앞으로도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다. 선순위 차입금리는 이와 무관하게 4.8%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금리 인하기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대주단의 편의를 봐줬다는 평가다.

      이 외에 차주별 차입금 규모도 조정될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홀딩스-홈플러스스토어즈-홈플러스로 이어지는 구조다. 기존엔 홈플러스스토어즈 명의의 차입금이 홈플러스 차입금보다 많았지만, 홈플러스스토어즈에 속한 매장 수가 적고 실적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홈플러스 쪽 차입금 비중을 더 높이기로 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유통업황이 꺾이고 리츠마저 실패하는 등 부정적 신호가 많았기 때문에 MBK파트너스도 자칫 리파이낸싱이 무산되지 않도록 최대한 안전하게 추진했다”며 “대주단에 유리한 조건들이 많이 포함됐지만 리츠 실패를 봤던 심사부서에선 쉽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