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M&A 1년...당사자는 점유율 뒷걸음, 삼성重은 수주의 질 우려
입력 2020.04.16 07:00|수정 2020.04.17 09:15
    작년 현중·대조양 점유율 7.1%p 하락…삼성重은 7.1%p 상승
    대우조선, 불확실성 속 영업에 타격…EU 심사도 무기한 연기
    반사효과 본 삼성, 해양 부담 여전…업계 전반 불확실성 확산
    • 대우조선해양 M&A가 시작된 지 1년이 넘었지만 기대했던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효과는 요원하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수주 점유율은 뒷걸음질 쳤고 M&A 지연으로 영업의 불확실성은 커졌다. 삼성중공업이 수주에서 반사효과를 봤지만 그 질에 대해선 의문 부호가 따라 붙었다.

      올해는 코로나 확산으로 업계 전반에 신조 발주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유가 급락 국면이 계속되고 있어 수주 감소, 나아가 손실이 확대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작년 1월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그룹 신설법인(한국조선해양)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넘기겠다고 밝혔다. 작년 한해 현대중공업그룹은 51.9%, 대우조선해양은 20.1%의 수주점유율을 기록했다. 합산하면 2018년 대비 7.1%포인트 줄었다. 대우조선해양 M&A에 내세운 명분이 ‘빅3 간 중복 투자에 따른 비효율 제거’였다. 작년 수치 변화로는 이 명분을 어느 정도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

      실질은 현대중공업으로의 편입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대우조선해양의 영업력 약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빅3의 기술력이 비슷하기 때문에 변수가 조금이라도 적은 쪽이 일을 따내기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한 가족이 된 거라며 일감을 몰아달라 고객을 설득할 수 있지만, 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선 드러내놓고 반발하기 어렵다. 현대중공업 눈치에 적극 영업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작년 하반기 대우조선해양은 동남아시아에서 한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당시 LNG화물창 기술인 솔리더스를 제공하기로 계약하고 대금도 일부 받았으나 본계약을 미뤘다. 현대중공업그룹이 계약을 가져가거나, 자신들의 성과로 알릴 것이란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만 해도 현대중공업은 연말까지 기업결합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라, 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선 몇 개월을 기다리더라도 불확실성이 걷힌 후 계약을 하는 편이 나을 수 있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를 낮춰잡았다. 기업결합의 핵심인 유럽연합(EU)은 작년말 일반심사에서 결론을 내지 못했고, 심층심사를 거쳐 올해 5월 7일까지 승인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코로나 사태로 정보수집에 어려움이 있다며 EU 위원회의 심사 업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유럽의 혼란을 감안하면 올해 안에 결론이 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도 올해 들어 다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기업결합 승인 결과가 어떻든 심대한 타격은 없다. 대우조선해양이 아직 인도하지 않은 드릴십을 인도하면 조단위 자금이 유입된다는 점을 기대할 수 있다. 설령 인수하지 못하더라도 경쟁자의 영업력을 억제하면서 기술력도 살폈다는 점에선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이번 계기로 그룹내 조선 3사의 지배구조도 정비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으로선 현대중공업이 벌써 주인이 된 것처럼 행세해도 반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미 영업에 악영향을 받고 있었는데 유럽의 기업결합 심사까지 무기한 연기되면서 추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수주점유율이 27.6%로 전년 대비 7.1%포인트 올랐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점유율 반납분을 그대로 흡수한 형국이다. 회사도 작년 대우조선해양 M&A의 반사효과를 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주목표 대비 달성률은 빅3 중 가장 높았고, 수주잔고 역시 단일 조선사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

      삼성중공업이 시장 변동성을 틈타 입지를 늘린 것까진 좋지만 수주의 질에 대해선 고민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삼성중공업은 해양사업이 두고두고 발목을 잡고 있다. 작년 영업손실 6166억원을 기록했는데 이중 재고자산 장부가 감액 등 드릴십 관련 손실만 3480억원에 달했다. 올해는 코로나 악재에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간 유가 전쟁으로 국제 유가도 폭락세다. OPEC+가 검토하는 원유 감산 규모는 크지 않고, 합의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해양 부문에서 인도 지연이 발생하거나 계약 변경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 현금흐름이 차질을 빚고, 드릴십 운임이 더 떨어지면 장부가치의 추가 감액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8년 해양부문에서 수주하지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수주에 나서 11억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은 2018년 1월 3년 임기로 취임했다. 취임 첫해 수주목표 달성률은 77%였고, 지난해 90%를 넘었다. 조선사는 통상 사장 임기 중후반에 수주 성과가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를 감안하면 저가 수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올해 조선업 전반의 전망은 썩 밝지 않다. 주력인 LNG운송선 분야에서 호재가 많을 것으로 봤지만 주요 프로젝트가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 최대 100척을 발주할 것으로 예상됐던 카타르도 LNG 개발 시기를 늦췄다. 빅3는 1분기까지 올해 수주 목표의 10%도 채우지 못했다. 1분기가 저점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코로나 사태와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국의 경기가 언제 회복하느냐도 변수다.

      기존의 수주 물량을 소화하는 것도 녹록지 않다. 외화로 선박금융을 조달해야 하는데 지금은 조선업에 투자하려는 금융사가 적거나 요구하는 금리가 높다. 최근 환율이 소폭 안정되고 산업은행과 민간 금융사가 달러 조달에 성공하고는 있지만 조선업에 달러가 유입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한 선박금융 전문가는 “조선업에 달러를 대겠다는 금융사가 드물고 산업은행이 혼자 부담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며 “미국이나 유럽계 일부 금융사가 선박금융 지원 의지를 보이지만 수급불균형으로 금리가 왜곡돼 있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