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전철 우려…준법감시팀에 사업전략 요구하는 스타트업들
입력 2020.10.12 07:00|수정 2020.10.13 09:57
    "정부 규제 샌드박스, 힘 잃어" 분위기 조성
    '수비수' 준법감시팀, 공격형 수비수로 변모
    기존 사업부터 신사업까지 사업전략 요구도
    • 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인 '타다'가 좌초된 이후 스타트업 기반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법률 사안 점검에 들어갔다. 정부나 여당의 지원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그동안 벌여온 사업을 재점검하거나 신사업의 법률적 문제를 톺아보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 주로 사내 준법감시(컴플라이언스) 담당 인력들이나 로펌 파견 변호사들에게 사업 전략을 제시하거나 검토해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쿠팡과 야놀자 등 규모가 커진 유니콘 기업들이 변호사 인력 풀(Pool)을 넓혀 컴플라이언스 역량을 키우고 있다. 컴플라이언스란 회사의 임직원 모두가 제반 법규를 철저하게 지키도록 감독하는 업무로, 주로 법적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인재로 팀을 꾸린다.

      사내 변호사들이 주로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보지만 외부 파견을 받기도 한다. 특히 쿠팡은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들을 대거 파견 받아 법조 전문 인력을 꾸리고 있다. 최근 기업공개(IPO)를 예고한 야놀자도 기업 규모에 비해 많은 사내 변호인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법률 관련 인력 확충으로 컴플라이언스 업무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모습이란 평가가 나온다.

      스타트업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그동안 넓혀온 사업을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이제 차근차근 살피는 모양새"라며 "신사업에 대해서도 법적 검토를 하는 등 내부적으로 컴플라이언스를 중시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타다 논란이 컴플라이언스 강화에 불을 지폈다. 일명 '타다금지법'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타다 베이직'의 운행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가맹택시사업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이후 스타트업 업계의 최대 고민은 '규제 준수'가 됐다.

      한 스타트업 전문 로펌 변호사는 "예전에는 규제 샌드박스도 있어서 불법의 경계선에 있어도 시도하자는 분위기가 있지만 타다 이후 정부가 스타트업을 무조건 도와줄거라는 인식은 사그라드는 모습이다"라며 "다들 플랜B를 준비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컴플라이언스팀에 사업 전략 관련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사업 전략을 짜는 동시에 법률적 검토까지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도 '중신용 고객과 소호(SOHO) 고객에 집중한다'는 비전에 맞게 예대마진 사업 아이디어를 컴플라이언스 시각에서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스타트업에서 자금세탁방지(AML) 업무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과거 컴플라이언스팀이 서류에 도장만 찍는 정도의 역할을 했다면 점차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인데 이는 바람직한 방향이다"라며 "축구로 예를 들자면 전문 수비수에서 공격형 수비수로 변모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스타트업 기업들이 규모를 확장하면서 신사업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야놀자는 상장을 앞두고 외식 관련 플랫폼인 '망고 플레이트'를 인수하는 등 숙박에서 탈피한 여가 전문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볼트온(Bolt-on) 전략을 보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도 컴플라이언스팀의 역할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신사업 진출은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규제는 늘 걱정이다"라며 "최근 네이버 알고리즘 관련 논란도 법규 준수 관련 문제인 만큼 향후 컴플라이언스팀의 적극적인 역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무자들 사이에선 우려도 나온다. 규제 때문에 신사업에 제동이 걸릴 경우 그 책임이 컴플라이언스팀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어 제시할 수 있는 사업 전략 역시 보수적으로 흘러갈 개연성이 크다. 사업추진팀과 컴플라이언스팀 간의 갈등이 커질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컴플라이언스팀에는 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직원들이 다수여서 법률 관련 실전 경험은 물론 사업 마인드까지 갖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