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스타트업發 '문전성시'에도 웃지 못하는 변호사들
입력 2021.12.02 07:04
    취재노트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IT 업종을 주축으로 신산업 영역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대응 필요성이 커졌고 하이브 등 유수의 기업이 진출을 선언한 '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 등 관련 먹거리도 많아졌다.

      이에 각 로펌에서 IT와 벤처를 주로 담당하는 변호사들은 특히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다. 한 변호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들은 '입사 이래 최고로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대체로 이들 기업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와 판교동 일대에 밀집해 있다. IT기업과 스타트업뿐 아니라 신사업 진출을 노리는 대기업들이 판교에 사옥을 두고 있다. 

      판교 알파돔시티에 계열사 입주를 확정한 네이버와 카카오를 포함, 최근 적극적으로 영역확장에 나선 크래프톤·엔씨소프트·위메이드·스마일게이트·블루홀 등 게임회사들이 밀집해 있다. 게임사들은 점차 덩치를 키우면서 현재 전략적 제휴나 M&A 등에 대한 수요가 많다.

      이에 각 로펌들도 새로운 잠재 고객군들이 밀집해 있는 판교로 속속 모이는 상황이다. 일부 로펌들은 판교 내 기업들과 일찌감치 유대를 쌓아왔다. 2018년 선제 진출한 세종과 태평양은 최근 규모를 확장해 분사무소를 이전했고, 광장도 판교 진출을 확정짓고 막바지 정비 중에 있다. 디지털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 조직 위주로 변호사 15명가량으로 조직을 꾸렸다. 

      수임 경쟁이 치열해지는 데 대한 우려도 있지만 각 로펌들은 신규 고객들이 향후 큰손으로 거듭나게 될 상황에 대비해 '선제 투자'한다는 개념을 갖고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게임사 등 신규 고객들이 수년 내로 기업공개(IPO)에 나서거나 대규모 M&A에 나설 경우에 대비해 초창기부터 지근거리서 라포를 형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는 주력 고객이 된 네이버와 카카오가 오래 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로펌들에 자문 업무를 지속해서 맡기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가 되고 있다. 광장은 초창기 네이버와 한게임 분할자문을 계기로 관계를 이어오고 있고, 세종은 수년 전부터 카카오의 엔터·콘텐츠 등 신사업 파생거래를 전담하고 있다. 

      IT·스타트업 기업들의 법률자문 급증에도 변호사들은 마음 편히 웃지 못하는 분위기다. 게임사를 주축으로 새로운 고객군이 유입되면서 업무 강도는 높아지고 요구되는 학습량은 늘었다. 

      '넥스트 네이버·카카오' 발굴을 위해 판교까지 내려와 기업들과 스킨십을 늘리고 있지만 로펌 간 경쟁이 격화하면서 새로운 일감을 따오기는 더욱 쉽지 않아지고 있다. 스타트업 전문 부티크 로펌사들은 저마다 저가 수임료와 전문성을 내세워 영역을 확장 중이다. 

      향후 터질지 모르는 빅딜을 위해 오랜기간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은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자회사 분할 및 합병 등 단순한 지배구조 정리 혹은 간단한 계약서 작성 및 소송 대응 수준에 그치고 있다. 로펌업계 내에선 "여러모로 쉽지 않다"는 토로가 적지 않다. 

      비용문제도 고질적인 고민거리다. 중견기업 혹은 대기업 고객을 기준으로 수임료가 대체로 상정돼 있다보니 초기 스타트업 대상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그대로 적용하긴 쉽지 않다. 더욱이 신규 고객사들은 기존 대기업 고객군에 비해 자문을 구하는 거래의 규모가 비교적 작고 자문료도 대체로 짠 편이다. 수임료를 내기 어려운 스타트업의 경우 수임료를 지분으로 대신하기도 하는 만큼 분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언급된다. 

      판교에 상주 중인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비딩을 하다보니 항상 가격이 문제가 된다. 스타트업 자문이 많다보니 대체로 저가에 수임을 맡게 된다는 점이 부담이다. 일은 방대하고 새로운 산업군에 대한 학습은 많은 수준이 요구되고, 반면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다 보니 쉽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