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지으면 땅 준다는 정부…'일감 딜레마' 빠진 건설사
입력 2020.12.07 07:00|수정 2020.12.09 09:18
    국토부, '사회적 기여도' 통해 공공택지 공급 예정
    '해외 리스크'에 국내 일감 챙겨야 하는 대형 건설사
    임대주택 의무비율과 브랜드 가치 고민거리로
    국토부 "다른 정부 임대관련 사업 참가하면 가점"
    • 정부가 공공택지의 아파트 건설용지를 '추첨제'분양에서 '경쟁형태'로 판매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임대주택 건설 계획'등의 항목에서 고득점을 받은 건설사를 골라 2,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공급 과정에서 우선권을 주겠다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다.

      이로 인해 과거 상대적으로 쉽게 용지를 분양받았던 중견 건설사들은 앞으로 공공택지 분양 받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일감 부족으로 도태 위기에 놓인 중견 건설사들에는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대형 건설사들에 마냥 희소식인 것도 아니다. 이들은 매출 확대 차원에서 공공택지 분양에서 적극 참여할 요인이 생겼지만 정책 변경으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는데다 '브랜드 가치 하락'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지난달 26일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용지 공급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공동주택을 분양받을때 ▲공공임대주택 건설 의무화 유형 ▲공모 리츠(REITs)를 활용한 이익 공유형 ▲ 설계공모를 통한 특화설계유형 등의 새로운 기준을 반영한다. 즉 임대주택을 많이 짓거나, 분양이익을 국민들과 공유하거나 등의 '사회적인 기여도' 를 평가해서 이에 가산점을 받은 건설사들을 뽑아 택지를 판매하겠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평가 기준 가이드라인은 이달 중 발표되고 이후 내년부터 본격 적용될 예정이다.

      건설업계는 일찌감치 정부의 공공택지 공급 방식 변화에 관심을 보여왔다. 과거에는 첨으로 땅을 배분해다보니, 중견건설사들이 '벌떼 입찰', 즉  많은 계열사를 동원해서 당첨 확률을 높였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 정부는 추첨방식을 고수해오면서 중견 건설사들에게 공공택지가 돌아가도록 했다.

      그러다 임대주택 공급 강화기조에 발맞춰 대형 건설사들에게도 공공택지에 분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경쟁체제를 유도하면 브랜드파워와 자본력, 그리고 공급이력이 다양한 대형건설사들이 아무래도 가산점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부로서는 '래미안', '자이', '힐스테이트' 등의 대형 브랜드를 단 임대주택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다.

      덕분에 대형 건설사들은 참여기회가 확대됐고 먹거리가 생겨났지만 그럼에도 불구, 마냥 달가워하지만은 않는 모습이다. 택지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크게 높아졌지만, 세부 내용들이 진입을 망설이게 하는 원인이 됐다.

      일단 임대주택 의무 건설비율(10%)는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애당초공공택지는 '예상 분양가'와 '시공 원가'를 고려했을 때 사업성이 좋지 않은 대상이었다. 아울러 공공택지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왔던 이유도 크다.

      여기에 임대주택 의무비율이 높아지면 대형 건설사들은 당장 입찰제안을 꾸릴 초기단계인 사업수지분석 단계에서부터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현재 주요 수도권의 재개발ㆍ재건축 임대 의무비율은 10% 중후반 선에서 형성되고 있다. 공공택지 개발보다 사업성이 월등히 높음에도 불구, 임대주택 의무비율로 조합과 건설사에선 어떻게든 일정을 미루고 있는 처지다. 수도권 외곽지역인 신도시에 의무비율을 10%로 고정시키는 것은 사업성 측면에서 과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수익성이 낮은 공공택지 부문에서는 이 문제가 더 심각해 진다.

      주택 브랜드의 가치도 고려 요소다.

      국토부에선 최근 임대주택의 사회적 인식에 대한 논란을 반영한 듯 '소셜믹스(단지 내 일반분양과 공공 임대를 함께 조성)'를 강조하며, 동과 호수의 랜덤배정 방식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시공사들은 아파트 관리와 조성 등 현실적인 문제를 들어 완전한 소셜믹스는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외려 지난 10월 국감에서 서울시의 소셜믹스 정책 실패 사례로 지목받은 개포 디에이치아너힐즈(현대건설), 동대문 래미안엘리니티(삼성물산)의 사례처럼 이목이 집중돼 브랜드 가치에 타격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다. 기존 민간부문에서 쌓은 고급 브랜드 자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 일감확대 차원에서는 정부의 유도책을 내팽겨치기만도 어렵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건설사에서 수익만큼 중요한 것이 매출을 잡는 것인데, 코로나 사태로 해외수주 비중을 늘리는 것에 대한 위험도가 커지고 있어 국내 일감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임대 부문을 토지주택공사(LH)가 표준 건축비에 매입해간다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겠지만, 일정 매출을 보장받는단 측면에서 나설 곳들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정책에는 대형 건설사들이 다른 정부 주도 주택사업에도 참여하게끔 유도하는 방안도 담겼다. 지난달 발표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에 포함된 매입약정형 임대주택, 공공전세주택사업에 대한 참여 실적이 가점 요소로 작용한다. 중소기업 참여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도 중요하다. 공통적으로 대형건설사들의 참여가 저조한 분야다. 국토부는 앞으로 이런 내용들이 포함된 경쟁 공급 방식을 2024년까지 총 대상 용지의 6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의 정책으로만 보면 대형 건설사들을 적극적으로 유인할 수 있는 내용이 부족하다”며 “실효성을 더 담보하기 위해선 신도시의 구역별 용도에 맞게 사업계획을 유연히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적용해야 하고, 도시정비사업 관련 규제 완화를 병행하는 안까지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