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8월, 대어급 공모주 다 몰린다...주관사 일정 조율 고심
입력 2021.05.14 07:00|수정 2021.05.18 10:14
    현대중공업·한화종합화학·롯데렌탈까지 여름 상장 목표
    ‘장이 좋을 때’ ‘LG에너지솔루션 피해야’ 등등 복합적 이유
    한 주 차이로 결과 갈릴 수 있어...일정 조율 과제
    • 현대중공업, 한화종합화학 등 대어급 공모주들이 저마다 8월 상장을 목표로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SK IET 등을 통해 달아오른 공모주 시장의 열기가 식기 전에 상장을 마무리 지으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9월 이후로 예정된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이전으로 일정을 앞당기려는 점도 작업을 서두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연간 1~2회에 그칠 법한 대어급 상장 일정이 8월에 몰리다 보니, 주관사단에서도 시기를 조율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모주 시장에 유례없는 유동성이 몰리고는 있지만, 상장 시기가 겹치면 자칫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종합화학은 이달 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패스트트랙(신속 심사제도)을 통해 상장 일정을 앞당겨 8월에 상장을 마무리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지난주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 현대중공업의 뒤를 바짝 잇는 셈이다.

      패스트트랙 제도를 통하면 상장 예비심사 기간이 45영업일에서 20영업일로 줄어든다. 전체 상장 기간이 한 달 정도 단축되는 셈이다.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 기간을 감안할 때 한화종합화학은 이르면 8월 초에 상장이 가능해진다. 롯데렌탈 역시 조용히 상장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종합화학과 마찬가지로 패스트트랙 제도를 통해 8월 상장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앞선 두 기업과 비교해 가장 앞선 지난 7일 상장 예비심사를 제출했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제도 요건에는 해당되지 않아 역시 8월 상장을 목표로 잡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당기 순손실을 봐 매 사업연도 이익실현이라는 패스트트랙 제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 했다.

      결과적으로 한화종합화학, 현대중공업, 롯데렌탈 등 대어급 공모주들이 공교롭게도 모두 올해 8월을 목표로 상장 일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상장 발표를 한지, 한화종합화학은 국내 주관사를 추가 선정한 지 각각 약 4개월 만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상장에 서두르는 이유는 하반기 공모주 시장이 꺾일 가능성도 있는 데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9월 이후로 잡혀 있는 탓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예상 시가총액이 한 때 100조원을 웃돌았던 초대어급 공모주로 전망되는 만큼, 해당 일정보다 앞서서 상장을 마무리 하려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주관사들도 일정 조율에 고심하고 있다. 현재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고점이라는 의구심도 만만치 않은 탓이다. 11일 상장한 SK IET 주가 역시 시초가 대비 20% 넘게 하락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조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 기업보다 1~2주가량 뒤늦게 상장 일정이 잡히면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 밖으로 벗어날 수 있다. 더욱이 8월 상장을 계획하는 기업들은 모두 대기업 계열사인 데다,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는 등 공통점이 많다. 기관투자자의 입장에서 투자 선택을 해야 하는데, 투자심리의 방향이 상장 시기와 맞물릴 가능성이 충분한 셈이다.

      한 대형 증권사 IB 관계자는 “7월에도 카카오 계열사 상장이 줄지어 예정되어 있고, 8월 역시 대기업 계열사 상장 일정이 잡혀있어 서로 간의 조율이 필요할 것”이라며 “다만 공모주 시장에서는 일주일 정도만 텀(기간)이 있어도 겹치지 않는 것으로 본다. 시장 분위기에 따라 (소화할 수 있는지 여부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모 시기가 엇비슷하다보니, 각 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담은 차별화된 에쿼티 스토리를 고안하는 부담 역시 주관사들의 몫이다. 중공업과 석유·화학, 렌탈업이라는 종목 특성상 4차 산업이 관련성이나 성장성이 크지 않다보니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미래 먹거리를 설득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한화종합화학이 ‘친환경’과 부합하는 수소사업에서 성장성을, 현대중공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를 설치하고 관련 사업을 표방하는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종합화학의 경우 시장에서는 석유·화학 사업에 대한 가치 평가보다는 수소 경제와 관련된 신사업에 주목할 것”이라며 “현대중공업 역시 최근 조선업 호황을 발판 삼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