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시장 '폭탄돌리기' 공포...대어급 몰릴 여름이 가늠자
입력 2021.05.21 07:00|수정 2021.05.24 10:02
    종목 살피기보다 ‘따상’ 안되면 매도 행렬 줄지어
    대어급 몰리는 7·8월 이후 공모주 청약 열풍 식을까
    •  "시초가가 '따'(공모가의 100%)가 아니면 던지세요. 시초가가 '따'를 가더라도, 장 시작 후 5분 안에 상한가를 가지 않으면 던지세요. 이것만 명심하면 됩니다." (한 개미투자자 단톡방에 언급된 '선배 투자자'의 조언)

      공모주 시장에서 ‘투자 시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장기적인 기업가치 전망보다는 기계적인 단타 매수가 대부분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따상(공모가의 두 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 진입)’의 기대감으로 상장 이후에도 투자자들이 몰렸지만 이제는 청약에 성공하지 못하면 수익률을 내기가 어려워졌다.

      반면, 상장을 앞둔 기업들은 여전히 줄을 잇고 있다. 공모주 시장에서 투자 선택지가 넓어지는 탓에 이전보다 투자 열기가 식을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특히 80조원의 시중 자금을 빨아들였던 '랜드마크딜' SK IET의 주가가 상장 후 급락세를 보이고 있어 ‘공모주 과열’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상장한 SK IET 주가는 여전히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후 상한가로 치솟는 ‘따상’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결국 달성하지 못했다. 첫날 20% 가까이 급락한 뒤 18일 현재 주가는 14만원대에 그치고 있다.

      최근 공모주의 상장 후 주가의 하락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모양새다. 지난 3월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만 해도 상장 첫날까지는 따상에 성공했고, 작년 SK바이오팜은 시초가 이후 공모가 두 배 이후 상한가 현상이 3거래일 지속된 바 있다. SK IET 역시 SK그룹 계열사 상장 사례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상장 후 주가 추이는 앞선 두 기업과 비교해 실망스런 성적표를 받았다. 이를 시작으로 건강기능식품 에이치피오와 색조화장품 제조사개발생산(ODM) 회사 씨앤씨인터내셔널 등은 시초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사례마저 나오고 있다.

      앞으로 남아있는 대어급 공모주들이 많지만, 상장 후 주가의 하방 압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7월부터 대어급 공모주들이 이례적으로 몰려 있는 만큼, 상장 직후 공모주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질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7월에만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크래프톤 등 초대형 공모주들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 예상 시가총액은 카카오뱅크가 20조~30조원, 카카오페이 약 10조원, 크래프톤 20조~30조원에 육박한다. 신주 발행 20%로 가정할 경우 공모금액만 각각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화종합화학, 현대중공업, 롯데렌탈 등 대기업 계열사 공모주들은 8월에 몰려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7일 상장 예비심사를 제출했고, 나머지 두 곳 역시 이달 중 신청할 예정이다. 한화종합화학과 롯데렌탈은 패스트트랙(신속 심사제도)을 통해 예비심사 기간을 45영업일에서 20영업일로 단축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앞선 현대중공업과 마찬가지로 8월 상장을 노려볼 수 있다.

      통상적인 공모주 시장이라면 일 년에 한두 번 있는 초대형 공모주들이 두 달 동안 무려 6개 이상 몰리는 셈이다. 이 때문에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 역시 투자한 공모주 종목의 ‘따상상’ 혹은 ‘따상상상’을 기다리지 않고 1, 2주 이후에 바로 있을 또 다른 공모주에 투자할 유인이 커질 전망이다.

      이미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해당 공모주의 장기 성장성보다는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가 되면 매도하는 이른바 ‘단타’가 성행하고 있다. 따상에 실패하면 미련 없이 주식을 던지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SK IET 사례가 직접적인 예로 꼽힌다. SK IET의 상장 첫날 오전 9시부터 변동성 완화장치(VI)가 수차례 발동된 점도 이 같은 투자자들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SK IET 사례를 계기로 공모주 청약 열풍이 한 풀 꺾이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따상상상’을 기억하던 투자자들이 이제는 ‘따상’조차 성공하기 어려워진다면 투자 매력을 못 느낄 공산이 큰 탓이다. 더욱이 오는 6월부터는 중복청약 제도가 금지된다. 대형 공모주 가운데 SK IET가 사실상 여러 증권사에 청약을 넣어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

      그럼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공모주 청약 열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시대기자금 등을 따져보면 공모주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60조~70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는 “SK IET 청약 당시 약 80조원이 모여 여전히 공모주 시장에서는 풍부한 유동성이 입증되고 있다. 공모주 시장의 열기가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상장 후 주가의 변동폭은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