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3대 '테일러메이드' 인수 비결은 10%대 고금리 이자?
입력 2021.07.09 07:00|수정 2021.08.17 15:50
    [취재노트]
    6년간 선순위 만기이자 7.5%ㆍ메자닌 만기수익 10.5%
    시중금리 감안, 10년전 타이틀리스트보다 7배 높은 이자율
    리스크는 에쿼티 투자자…6년뒤 2조보다 높게 팔리느냐 관건
    • 코로나 여파로 국내 골프산업이 초호황을 맞이한 시기. 느닷없이 들려온 세계 3대 골프용품사 '테일러메이드' 인수 소식에 투자업계에서는 여러 궁금증들이 제기됐다.

      "어떻게 인수했느냐"

      "2조원대 인수자금은 누가 대느냐"

      "비싸게 샀느냐, 싸게 샀느냐"

      인수자인 센트로이드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는 ▲설립된 지 6년 남짓 ▲수천억원대 블라인드펀드도 없고 ▲대형 바이아웃 투자경험도 없었다. 여기에 새마을금고가 3000억원 가량의 (에쿼티+메자닌) 종잣돈을 대기로 했다. PEF들 사이에서는 "센트로이드 투자 임원이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친인척"이라는 루머(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가 돌 정도였다.

      센트로이드는 지난 2월 말에 테일러메이드 숏리스트에 선정됐다. 그리고 3월 한달간 삼정KPMGㆍ김앤장ㆍ베인앤컴퍼니를 고용해 실사(Due Diligence)를 단행했다. 4월말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고 5월에 매매계약(SPA)을 맺었다. 자금모집과 딜클로징 기간으로 2달을 받았는데 이달인 7월 셋째주까지 인수대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미 국내 기관 투자가들로부터 상당수 자금이 모였다. 일부 부문에서는 오버부킹이 되기도 했다. 굳이 자금모집이 성공한 비결을 꼽자면....연 7~10%의 확정금리 제공이 꼽힌다.

      중간중간에 조건(Term)이 바뀌고는 있지만... 센트로이드는 1조9000억원(17억 달러)에 달하는 테일러메이드 인수대금 모집을 3분류로 나눠 모집 중이다. ▲선순위 인수금융 대출 9200억원 ▲중순위 메자닌 PEF 4200억원 ▲후순위 에쿼티 PEF 5900억원 (6월말 투자자들과 협의 기준). 모두 6년 만기로 설정되고 2026년에 테일러메이드 IPO를 통해 수익을 확정짓겠다고 소개되어 있다.

      이때 각 부문별로 제공되는 금리가 꽤나 높다. 우선 선순위 대출은 투자자별로 트렌치1(Tranche 1) 7600억, 트렌치(Tranche 2) 1600억으로 나눠져 있다. 이때 트렌치1에 금리는 5.5%. 트렌치2에는 이보다 높은 쿠폰 3%ㆍ만기 7.5%금리 제공이 논의되어 왔다.

      중순위 메자닌 부문은 더 화끈(?)하다. 매년 제공하는 쿠폰금리가 5.5%고, 만기로는 연 10.5%의 이자가 제공된다.

    • 쉽게 말해...테일러메이드 인수에 돈을 빌려주면 은행과 증권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연간 7.5% 수익을 6년간 꼬박꼬박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메자닌에 투자하면 아무 노력 없이 6년간 연 10.5% 이자를 확정수익으로 챙겨간다. "메자닌 트렌치는 업사이드가 전혀 없는 부분이어서 그 보상으로 10.5%를 제공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지만 그래도 최근 금리수준을 따져보면 이는 엄청난 고수익에 해당된다.

      이 수익률은 PEF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될 정도였다. 이를 체감하려면 딱 10년전 비슷한 규모로 진행된 '타이틀리스트' (아퀴쉬네트) 인수와 비교하면 된다.

      2011년 미래에셋PEF 등이 타이틀리스트 인수대금을 모을 때도 지금처럼 메자닌(CBㆍBWㆍRCPS) 투자를 받았다. 이때 제공된 금리는 10년 만기 7.5%.

      언뜻 지금과 비슷해보이지만 시중금리 수준이 지금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 무렵 인수금융에 자주 쓰이는 CD 91일물 금리가 무려 3.59%에 달했다. 지금은 10년간 저금리 추세로 CD 91일물 금리가 불과 0.66%(2021년 6월말 기준)다.

      한마디로 10년간 시중금리는 1/5 토막이 났는데 투자자들에게 제공되는 금리는 1.4배 가량 높아졌다. 단순화시키면 '타이틀리스트'보다 '테일러메이드'가 무려 7배나 높은 확정수익을 기관투자가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기관투자자 모집이 뚝딱 오버부킹이 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할 상황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매년 700억원 가량이 돈이 이자로 지급된다. 쿠폰이 아닌, 만기수익률(YTM)기준으로 따지면 매년 지급되는 이자만 980억원 정도다.

      그럼 이 이자는 어디서?

      프로젝트 펀드 형태로 인수가 진행 중이니, 결국 글로벌 테일러메이드가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이 국내 은행ㆍ증권ㆍ기관투자가들에게 제공되는 이자의 원천이 된다.

      센트로이드가 기관들에게 설명하고 제공한 자료들에 따르면 테일러메이드의 상각전이익(EBITDA)는 ▲2018년 -1350만 달러 (적자) ▲2019년 3470만 달러 ▲2020년 약 1억 달러 가량이다. 올해 상각전 이익은 2억 달러를 웃돌 것이며 이미 상반기에 이를 넘겼다는 것이 회사 측 입장. 테일러메이드 인수 당시 시장에서는 "비싸다", "싸다"라는 논란이 적지 않았는데 이는 진폭이 엄청난 테일러메이드의 실적에 기인한다. 작년 기준으로는 무려 17배에 달하는 에비타 멀티플(EBITDA Multiple)이, 올해 예상이익으로는 절반 이하인 7배로 뚝 떨어진다.

      어쨌든 벌어들이는 돈 가운데 1000억원 가까이를 매년 인수금융과 메자닌에 투자한 기관들에게 '이자'로 제공해야 한다.

      이런 구조면 결국 이번 M&A의 투자 리스크? 전부 후순위 에쿼티 투자자에게 몰리게 된다.

      후순위 투자자가 테일러메이드 투자로 돈을 벌려면 방법은 단 하나 뿐이다. 향후 6년간 테일러메이드 영업이익이 계속 늘어나서 2026년에 지금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으로 상장 또는 경영권 매각이 되는 것. 센트로이드가 "테일러메이드 기업가치가 3조원으로 추산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후순위 에쿼티 투자자들은 레버리지 효과를 통해 3~4배 이익을 낼 수 있다"라고 설파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하지만 올해 같은 영업이익이 2022년~2026년까지 매년 이어질 것으로는 그 누구도 보장하지 못한다. 골프산업 환경이 어찌 급변할지도 미지수다.  설립 6년차 중소형사인 센트로이드가 글로벌 골프회사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엄청난 노하우와 경험을 보유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드물다. 크로스보더 바이아웃 M&A는 대기업들조차 현지 경영진 관리가 어려워 잦은 실패를 경험하는 부분이다.

      행여라도 경영실패 혹은 환경변화로 이익이 급감하면? 그나마 회사가 버는 돈은 모두 선순위ㆍ중순위 투자자에게 넘어가고,  후순위 투자자들은 그대로 리스크와 손해를 감내해야 한다.

      타이틀리스트는 애시당초 이런 리스크를 없애고 인수 구조를 짰다.

      '휠라코리아'와 '미래에셋ㆍ우리-블랙스톤ㆍ네오플럭스 및 국민연금'이 각각 SIㆍFI로 역할을 맡고, 매년 조금씩 SI가 FI지분 일부를 사줬다. 복잡해보이는 구조지만 휠라가 FI에게 매년 이자를 주고 타이틀리스트 경영권을 위한 지분을 '할부구매'한 형태로 봐도 무방하다.

      추가적인 수익은 뉴욕증시(NYSE) 상장으로 기대했지만 2016년 10월 상장당시 공모가격이 예상보다 크게 떨어져 '대박'은 기록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FI가 손해는 안봤지만 결국 모든 이득은 휠라코리아와 윤윤수 회장이 가져간 딜"이라는 평가를 남겼다.

      그래도 FI들로서는 처음부터 엑시트에 대한 '고민'을 없앴다는 점이 인정받는다. 즉 휠라코리아라는 확실한 경영권 인수 주체가 있었던 터라 후순위인 보통주 투자 리스크를 처음부터 휠라에 넘겨버렸다. 그리고 기관투자가들은  메자닌 등에 투자하면서 예상손실을 거의 없앴다. 국민연금 등 이른바 메이저 기관투자가를 초청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 부분으로 풀이된다.

    • 달리 말하면 바로 이 지점이 테일러메이드 M&A가 가진 약점이자 난제다.

      SI로 중소기업인'더네이쳐홀딩스'가 참여하지만 경영권 인수라기보다는 국내 골프 어패럴 사업에 테일러메이드 브랜드를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더 짙어 보인다. 그렇게 따지면 에쿼티로 참여하는 투자금은 테일러메이드 브랜드 사용을 위한 '사용료' 혹은 '입장료'(?) 정도로 시장에서는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니 거래 초반 "타이틀리스트처럼 휠라가 이익을 독점한 사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SI를 모으지 않는다"라는 평이 나왔지만 달리 보면 "휠라의 역할을 해줄만한 대형 SI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평도 가능하다.

      결국 6년 뒤 테일러메이드를 2조원보다 더 높은 밸류에 IPO 또는 매각할 수 있는 회사로 키우느냐로 모든 문제가 귀결된다.

      지금까지 상황으로만 보면 센트로이드가 PEF 운용사로서 딜을 성공해 누린 이득이 적지 않다.

      평판을 확보했고 브랜드를 널리 알렸다. 거래조건에 따르면 운용사(GP)로서 매년 관리수수료(Management Fee)만 연간 59억원 가량을 수취하게 된다. 펀드에 100억원에 달하는 펀드출자금(GP Commitment)을 내야 하지만 관리수수료만으로도 소화가능하다. 대신 '고금리 이자 보장'이라는 손쉬운 과실 말고, 이 정도로 큰 글로벌 회사의 경영을 좌지우지할 실력을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이는 센트로이드의 역량은 물론, 코로나 사태로 일희일비하는 글로벌 골프산업 전반의 미래와도 직결된다. 향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다..

      사실 테일러메이드는 4년전 '골프존'이 인수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딜이다.

      이 무렵 '아디다스 골프사업부'로 현지에서 매각이 진행됐고, 골프존은 이때 미국계 로펌 폴헤이스팅스ㆍ딜로이트안진 등을 고용해 입찰에도 참여했으나 이런 저런 문제로 인수에 실패했다. 처음에는 이를 회사 차원에서 극구 부인하다가 정작 김준환 당시 골프존 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이를 시인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불과 1달뒤 김준환 대표는 회사가 밝히지 않은 일신상의 사유로 그해 말 퇴사했고, 이후 골프존은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고전을 면치 못했다.최근까지 스크린골프 특허문제로 카카오VX 및 SGM과 소송을 벌여왔고 7월7일 승소 소식이 나왔다.

      당시 테일러메이드ㆍ아담스골프ㆍ애시워스가 모두 포함된 인수가격이 약 4000억원대로, 지금의 1/5 수준이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7월 07일 17:00 게재ㆍ07월08일 17: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