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IP의 자문 급증에…증권사, 부동산 투자자문업 진출 움직임
입력 2021.07.19 07:00|수정 2021.07.20 09:50
    강남·역세권 꼬마빌딩 토지가 급등에 거래활발
    주 매수자는 시행사…독소조항 등 요구 까다로워
    증권사 VVIP팀엔 새 먹거리…투자자문 움직임도
    • 강남 꼬마빌딩을 보유한 '큰손'들이 토지가 급등에 잇따라 매물 시장을 찾고 있다. 거래단위가 커지면서 기존 중개사 대신 고액자산가를 전담 자문하는 증권사 VVIP팀이 쏠쏠한 자문수수료를 올리고 있다. 개발 안한 좋은 입지 건으로 매각 부수입을 챙기는 곳도 나오는 등 증권업계 내 투자자문업 진출 움직임도 엿보인다.

      부동산 자문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큰손'들이 보유 중인 빌딩을 현금화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특히 토지가가 급등한 강남 혹은 역세권 지역의 꼬마빌딩 위주로 계약이 성사되고 있다.

      거래가격 단위가 커지면서 금융기관 내 부동산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으려는 개인들이 늘었다. 기존 거래처인 공인중개사들이 큰 규모의 거래 경험은 비교적 적다보니 수수료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대형 증권사를 찾는다는 설명이다.

      한 대형증권사 VVIP 부동산 자문가는 "최근 들어 강남이나 역세권에 저층 건물을 보유한 소유주들, 특히 노령이거나 개발경험이 없는 신규 고객들이 생기고 있다. 토지가격이 최근 급격히 오르면서 새로운 고객군이 추가로 유입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거래단위가 커진 만큼의 계약 리스크 대비는 미비해 피해를 입다보니 자문 형태는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가격이 급하게 오르며 건물주 중에는 계약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커졌다. 기존 계약을 포기하고 매도가를 더 높여 다른계약을 성사하려는 문제가 빈번하다. 이중매매로 부동산이 압류당하는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전해진다.

      개인 소유주들의 주된 거래 상대방은 시행사인데, 이들의 요구조건이 다소 까다롭다는 점도 증권사 내 전문가를 찾는 이유로 언급된다. 인·허가를 위한 토지 사용승낙 및 임차인 명도조건 등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 많아졌다는 평가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행사들이 요구하는 건축 인·허가 관련 독소조항으로 인한 피해로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가장 일반적이다. 시행사로부터 계약금만 받고 임차인을 내보냈지만 인·허가 일정에 발목잡혀 거래가 취소당하는 경우가 많다다. 이들 시행사는 계약금조차 차용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매매에 비해 거래 안정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을 받는다.

      개인 자문을 맡은 증권사 VVIP팀엔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했다. 부동산 자문업계 관계자는 “단순 환산으로 매입이 가능하면 전문가에 의존하는 비율이 낮겠지만 장기적으로 이 부동산이 다른 매물에 비해 얼마나 미래 가치가 있는지 봐야 하기 때문에 뷰(view)가 있는 전문가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경우에 따라 개발을 하지 않은 좋은 입지 건으로 매각 부수입을 챙기는 경우도 생겼다.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금융투자협회 약관신고 절차를 거쳐 사실상의 부동산 투자자문업 인가를 받고 한 건의 거래를 완료한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업 대비 수익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고객 컨설팅 과정에서 생기는 부수적 수입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른 증권사 PB서비스 관계자는 "부동산 매입이 대출과 연계되는 만큼 그동안은 은행권이 투자자문업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대출 기능이 없는 증권사는 투자자문업 진출엔 소극적이었다"며 "고액 자산가 위주로 부동산 거래가 최근 부쩍 늘면서 접근방식이 달라졌고 자문업 진출을 검토하는 증권사들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개발 안 한 좋은 입지의 물건들이 특히 따라 다닌다. 개발업자에게 팔아야 하는 좋은 매물들"이라며 "부동산 거래가 점점 '개인 vs 전문가 of 전문가'의 시장으로 변하는 분위기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