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카지노에 2.5兆 베팅한 넷마블…사업적으론 'OK'·ESG로는 '글쎄'
입력 2021.08.10 07:00
    글로벌 3위 소셜 카지노 게임사, 스핀엑스 인수
    국내는 사행성 우려로 사실상 도입 어려운 산업
    하반기 'ESG 경영' 공식화한 와중 논란 불가피
    과거 '카지노주 투자'로 뭇매맞은 국민연금 사례 회자
    • 넷마블은 최근 글로벌 모바일 소셜카지노 게임사 스핀엑스를 약 2조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넷마블 창사 이래 역대급 투자이면서 국내 게임업계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으로 꼽힌다. 지난 2014년 홍콩에 설립된 스핀엑스는 최근 업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여준 회사로, 캐시 프렌지·랏처 슬롯·잭팟 월드 등 소셜 카지노 흥행작을 보유하고 있다.

      넷마블은 앞서 2016년 업계 1위 업체인 플레이티카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던 바 있다. 당시 5조원을 밑도는 거액을 베팅한 중국계 컨소시엄에 밀려 인수가 불발, 이번 스핀엑스 인수는 5년 전의 숙원을 푼 거래로도 회자되고 있다. 

      시장에선 넷마블의 통 큰 투자를 반기는 분위기다. 증권업계 내에선 대체로 "시장 성장세와 수익성 등 투자 관점에서 잘 한 딜(Deal)"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넷마블을 담당하는 한 증권사 연구원은 "스핀엑스는 최근 급성장해 글로벌 3위까지 올라온 회사다. 또 이 소셜 카지노라는 장르는 한번 시스템 구축만 잘 해놓으면 매출 흐름이 오래 가는 시장"이라며 "대체로 사이클이 짧은 게임 위주로 보유하고 있는 넷마블 입장에서 주목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었고 투자 관점에선 확실히 잘 한 딜로 본다"고 평가했다. 

      넷마블 내부에서도 이번 거래를 두고 기대감이 상당한 분위기다. 넷마블 관계자는 “스핀엑스 인수로 글로벌 시장에서 기존 강점을 지녔던 RPG(역할수행게임) 장르에 더해 캐주얼 게임 영역인 소셜카지노 장르까지 라인업에 더해져 글로벌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넷마블은 그동안 코웨이 인수에 이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카카오게임즈 등 비상장 지분투자 성과로 주목받아 왔다. 증권가에선 넷마블이 투자 자산가치 기대감은 높지만 투자역량 대신 본원적인 경쟁력이 제고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었다. 스핀엑스 인수는 이런 논란을 불식시키에 적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인수 대상이 소셜 카지노 게임사란 점은 찜찜함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셜 카지노 게임은 국내에선 사실상 운영이 금지돼 있는 사업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현금화할 수 없더라도 게임머니를 유료판매하는 소셜 카지노 게임에 대해선 등급 심의를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무료 게임머니만 제공하는 게임, 즉 수익 모델이 없는 게임만 게임위의 심의를 받을 수 있다. 사행성 우려 때문이다. 

      넷마블은 '사행성 논란'에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소셜 카지노 게임을 사행성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선 오랫동안 업계 내에서 논란이 이어져 왔다. 넷마블을 포함해 게임업계에선 소셜 카지노 게임은 이용자 간 대전이 아닌 이용자-인공지능(AI) 간 대결(PvE) 게임이란 점에서 불법거래가 이뤄질 소지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행성 인식과 별개로 스핀엑스 게임을 국내로까지 도입할 계획이 없다는 점도 재차 강조됐다. 소셜 카지노 시장은 글로벌 전체 매출 중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에서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만 상위업체들 대부분이 최근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아시아 지역 공략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도입이 완전히 무관할 순 없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넷마블은 앞서 하반기 목표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내건 상황이다. 넷마블은 지난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넷마블은 향후 ESG경영 활동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이사회 직속 ESG 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넷마블문화재단을 통한 사회공헌활동 계획도 언급됐다. 책임투자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 소셜 카지노 시장에의 진출은 다소 괴리가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카지노 관련 주식 보유량을 늘리면서 'ESG 강화' 기조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았던 사례가 회자된다. 파라다이스나 강원랜드 같은 정통 카지노 사업체뿐 아니라 롯데관광개발이나 더블유게임즈 등 '신흥 카지노주' 지분을 10% 이상으로 늘리면서 논란이 됐다. 각 시민단체들은 당시 "ESG 평가를 강화한 '책임투자형' 국내주식 펀드를 운용하면서 도박 산업에 투자하는 일은 책임투자 원칙에 위배된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ESG에 정통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소셜 카지노 시장을 사행성 산업으로 봐야 할지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넷마블의 진출을 도덕적 잣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면서 "다만 중요한 건 넷마블이 앞서 공식적으로 ESG경영 의지를 먼저 드러냈다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넷마블은 더욱이 최근 중국 관영매체로부터 촉발된 '아편 논란'으로 주가가 출렁이며 규제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향후 ESG와 관련해 소셜 카지노 시장 진출이 이슈화될 경우 다소 험로가 예상된다"는 입장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