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는 ESG 테마 다양한데"… S∙G 없는 한국 ESG ETF
입력 2021.11.22 07:00
    최근 탄소중립∙기후변화 등 친환경 ETF 상장 잇따라
    미국은 성별, 거버넌스, 인권 등 ‘S∙G’ ETF 상품 내놓는데
    E보다 S∙G 업사이드 높은데…”다양한 테마의 ESG ETF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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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운용업계에서는 ESG ETF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탄소배출권, 기후변화,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테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우후죽순 상장되고 있어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E’에 관련된 투자가 활성화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E만 강조한 ESG ETF가 출시되면서 보다 다양한 ESG ETF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ESG 테마형 ETF가 잇따라 상장됐다. 지난달 29일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KB자산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기후변화 관련 ETF 6종이 동시에 상장했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과 관련 특허를 보유한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지난 9월에는 삼성운용과 신한운용, NH아문디운용이 탄소배출권 선물에 투자하는 ETF 4종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TIGER 차이나클린에너지SOLACTIVE’, ‘KINDEX 미국친환경그린테마’ 등 친환경에너지 테마형 ETF가 올해 출시됐다. 

      최근 운용업계가 친환경 ETF를 출시하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환경 보호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어서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한국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줄이고 탄소중립 시기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 만큼 친환경 테마의 산업 성장세가 크다고 본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친환경 테마의 ETF 상품이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에 편중된 국내 시장과 달리 해외시장은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등 S, G에 관련된 ESG ETF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에 상장한 ‘IQ Engender Equality ETF(EQUL)’가 대표적이다. 직함을 체어맨(Chairman)에서 체어(chair)로 바꾼 포드자동차 등 성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을 종목에 담고 있다.  

      앞서 상장한 ‘SPDR SSGA Gender Diversity Index ETF(SHE)’는 경영진이나 이사회 구성원 중 여성이 한명도 없는 기업에는 아예 투자하지 않는다. 수익률도 좋은 편이다. 12일 기준 SHE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0.67%다. 

      직접적으로 경영에 관여하는 ETF도 출시되고 있다. Engine No. 1 Transform 500 ETF는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알려진 엔진넘버원이 출시한 첫 ETF다. 엔진넘버원은 지수를 구성하는 500개 미국 대형주들이 ESG 경영을 잘 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ESG 기준에 못미치는 기업은 투자에서 제외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이 아닌, 해당 기업에 대한 지분을 보유하고 영향력을 행사해 ESG 기준에 부합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펀드 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미국에서는 S, G 가치에도 부합하는 다양한 테마의 ESG ETF가 출시되고 있다”며 “사실 국내는 아직 S, G가 좋은 기업들이 없어 ETF 유니버스 구성에서부터 쉽지 않아 미국 같은 ESG ETF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운용업계는 모호한 ESG 개념 중 상대적으로 명확한 것이 E라는 입장이다. 한 ETF 담당 운용사 관계자는 “S나 G보다 E가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탄소중립이나 탄소배출권 등 명확한 기준이 있는 친환경 관련 상품이 출시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대형 운용사가 투자기업에 비재무적 지표를 요구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은 것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투자 기업들에게 ESG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비재무적 지표를 요구한 적이 있으나 운용규모가 크지 않은 터라 기업들의 반응도 시큰둥했다”며 “대형 운용사들도 ESG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업계 분위기도 사뭇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ESG에서 E보다 S와 G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S와 G가 좋은 회사는 자연스럽게 E가 좋아져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총수 중심 기업 경영환경 등 ESG 중 G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며 “일반적으로 S나 G가 안 좋은 기업은 E까지 안 좋은 경우가 많아 S나 G를 개선하는게 E도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투자 트랜드를 보면 한국은 ESG하면 E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펀더멘털이 튼튼한데 S나 G가 취약한 기업들을 투자해 ESG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고 업사이드가 높지만 국내 여건상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ESG 열풍에 탑승해야 하는데 접근하기는 쉽고 남들이 다 하는 친환경 테마만 출시하며 차별성이 없는 ESG 상품만 출시되는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