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도 대마불사, 1호 된 뮤직카우...규제에도 VC는 '불나방'
입력 2022.05.13 07:01
    뮤직카우 증권성 논란에도 1000억 투자한 스틱인베
    로톡·강남언니·삼쩜삼 등 리걸 이슈에도 VC투자 봇물
    리걸 이슈에 사업 접으면 LP의 소송 제기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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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규제 리스크가 불거진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탈(VC)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정책의 향방에 따라 사업이 좌초될 수 있지만, 규제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사라지거나 완화된다면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베팅'하는 것이다. 

      전형적인 모험자본 투자 특성이지만, 투자 손실 시 기관출자자(LP)가 손해배상 등의 책임을 물 수 있어 향후 갈등의 불씨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는 최근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10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특히 이번 투자는 뮤직카우의 증권성을 인정하는 금융당국의 유권해석 이후에 투자가 이뤄지면서 세간의 이목을 받았다. 

      앞서 금융당국은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받아 저작권료 청구권에 따라 수익을 배분하는 뮤직카우의 사업모델이 기존 증권과 유사하다고 봤다. 자본시장법 규제 대상에 포함이 됐지만 뮤직카우는 6개월의 유예기간을 적용받아 투자자 보호 조치를 포함한 개편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올 초 투자를 하기로 했지만 음악저작권 중개의 증권성 거래 논란이 제기되면서 의사결정이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틱 측은 금융당국이 요청한 7가지 사업 개편 조건이 이미 스틱 등 기존 투자자들이 개선을 요구한 사안이고 뮤직카우가 이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러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뮤직카우에 대한 유권해석을 두고 스타트업계에 처음으로 적용된 ‘대마불사(大馬不死·대형 회사가 파산할 경우, 부작용이 커서 구제 금융 등을 통해 결국 살아남는다)’라는 분석도 나왔다. 

      스타트업 자문에 정통한 로펌의 변호사는 “뮤직카우의 위법성이 확인됐는데 형사처벌도 가능했는데 형사처벌 논의는 없고, 유예기간까지 줬다”며 “이용자가 워낙 많은 플랫폼으로 성장해 당장 사업 중단을 한다면 손실이 크기 때문에 유예기간을 둬서 어떻게든 보완책을 마련해 살리는 방향으로 가는 듯하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VC들은 규제리스크가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과 성형정보 플랫폼 강남언니가 대표적이다.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는 지난 1월 230억원 규모로 투자를 유치했다. 로톡은 대한변호사협회 등 기존 변호사업계가 로톡 광고비를 두고 변호사법을 위반한 알선 대가 행위로 고발하며 규제리스크가 크게 떠올랐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며 법적 의혹이 일단락됐지만, 변협이 추가로 이의신청 계획을 밝히며 규제 리스크가 쉽게 사그라들진 않을 전망이다. 

      강남언니 역시 환자 소개·알선 행위에 관한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강남언니 운영사인 힐링페이퍼 홍승일 대표는 징역 1년을 구형받았다. 규제 리스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남언니는 185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 금액은 약 230억원에 달한다. 

      VC들은 같은 규제리스크라 하더라도 절대 풀리지 않을 규제인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완화되거나 사라질 규제인지를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5년 이상을 보고 투자하는 VC들은 시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규제’가 결국엔 시장의 흐름에 뒤따른다는 데에 베팅하는 것이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벤처투자는 위험을 안고 투자하는 것이 기본인데, 그 위험요소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험요소가 나중에 극복될 수 있는 것인지를 평가한다”고 말했다. 규제 리스크만 해소된다면 해당 기업의 가치가 급등할 것으로 보고 선제적으로 투자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러한 ‘베팅’식 투자는 손실 위험이 크고 LP들이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불씨가 남는다는 평가다.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의 운행이 중단되면서 자금 회수에 차질을 빚는 등 투자계획에 막대한 차질이 생긴 바 있다. 당시 타다는 IMM PE, KB인베스트먼트 등 복수의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당시 일부 투자사들은 타다의 불법 논란을 고려해 투자 원금이 보전 가능한 전환사채(CB) 형태로 투자를 집행했지만, 최근 VC업계에 풍부한 유동성이 공급됐고 플랫폼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전조항을 투자계약서에 넣을 만큼 VC가 협상력의 우위를 점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법무법인의 변호사는 “LP와 GP 간의 어떤 규약을 맺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위법성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들어갔다면 LP들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