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수익성 저하에 조직관리 이슈까지...대응 분주한 증권사들
입력 2022.07.18 07:00
    ABSTB 차환금리 두달새 2%P 상승, 증권업계 수익성 하락세
    대응모습 다양…영업 지속하는 메리츠證, NPL 셀다운 복안도
    인력 영입 통한 돌파구 물색도, 외부인사 영입하는 삼성證
    '영업기밀'이던 불법행위 적발 후 팀단위 이직에 부담 가중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시장이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차환 금리가 불과 한 달 만에 2%대에서 4%대까지 오르며 증권사의 수익성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진행 중인 PF 사업에 계속 뛰어들거나, 부실채권(NPL)을 펀드에 셀다운(재매각)하는 등 방식을 통해서다. 조직 재정비에 분주한 증권사들도 포착된다. 호황기엔 일부 용인되던 불법행위들이 문제시되면서 팀단위로 증권업계를 떠나는 등 조직관리엔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수단인 ABSTB의 금리는 5월초 2%대 초반에서 두 달만에 최대 3.9%로 2%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통상 3개월이 만기인 해당 채권은 만기 도래 전 차환을 지속적으로 해줘야한다. 그러나 조달 금리가 계속해서 증가하면서 증권사들은 수익성을 크게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증권사들은 여러 모습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PF업계의 강자인 메리츠증권은 여전히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호실적도 PF 성과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다만 부동산 시장에서 서서히 유동성이 말라붙으며 '사고'가 날 위험을 한층 커졌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그럼에도 메리츠증권의 '성과주의' 문화나 자본 여력을 고려하면, 타 증권사보다 비교적 공격적인 자세를 견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 증권사들은 국내외 운용사 펀드에 NPL을 셀다운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유진자산운용도 투자 수요 증가를 감안,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공사중단이 예상되는 PF 사업장 등에 투자하는 3000억원 규모의 NPL 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다만 그간 부동산금융부서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영역인 까닭에 '임시방편'에 가깝다는 평도 있다. 

      물론 아직 NPL로 판명된 대출채권이 크게 늘어난 상황은 아니라는 전언이다. 통상 금융계열 산하 신탁사가 손해배상책임을 지거나, 시공사의 채무인수가 조건으로 걸려있는 등 고도화한 안전장치가 있어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펀드에 NPL을 담아 돌파구를 마련코자 하는 증권사들도 있다"라며 "딜이 없는 상황이라서 주니어들을 대상으로 관련 업무를 주로 시키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조직재정비 움직임도 눈에 띈다. 삼성증권은 부동산PF 등을 담당하는 IB2본부에, 해외 기관투자자와의 인프라 전문 투자펀드 조성을 성사시킨 바 있는 운용사 출신 인력을 영입한다. 현대차증권도 5월부터 부동산 관련 부서 충원을 이어왔다. 건설사 출신 영입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금융업계 내에는 건설사 출신이 많은데, 시공사와의 소통을 유연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조직관리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증권사의 임원급 인사가 모 건설사에 수억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했다가 적발됐다. 이후 10여명에 달하는 팀원들과 함께 운용사로 이직했다. B증권사 부장급 인사도 타인 명의 계좌를 통해 성과급을 지급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증권업계를 떠났다.

      그간 부동산금융업계에서 해당 불법행위는 크게 문제시되진 않는 분위기였다. 업계 내 뇌물 수수 등 불법행위 정황에 대한 의혹이 나올 때마다 "부동산PF 업계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다", "생각보다 부당이득을 취하는 창구가 많다"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조직을 재정비하고자 하는 증권사에게 해당 이슈는 부담이다. 팀단위 이직으로 이어져서다. 유독 부동산금융업계 내에선 팀단위 이직이 잦다. 올초 이베스트증권으로 메리츠증권 2개 팀이 통째로 옮기기도 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간 일종의 '영업기밀'로 여겨지던 불법행위들이 문제시되기 시작한 분위기라서, 인력 관리를 해야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다소 난처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업무 강도로 인해 이직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부동산금융 시장의 분위기가 풀어질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에 운용사나 PE로 이직하고 싶어하는 주니어들이 느는 점도 부담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