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자사주 소각하랬더니 건물을 소각했네"
입력 2022.10.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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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는 자사주 소각하랬더니 건물을 소각했네"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에 대해 언급한 익명 게시판의 글이다. 주가 관리는 뒷전이면서 위기 관리 능력도 없었던 카카오의 현주소를 꼬집어 화제가 됐다. 카카오는 재무적 영향이 없다며 애써 불안을 감추지만 한 번 무너진 브랜드 가치를 되살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카카오를 두고 연일 쏟아지는 세평(世評)들을 모아봤다.

      쪼개기 좋아하더니 데이터센터는 왜 한 곳에?

      "기업은 여럿 쪼개서 상장시켜 놓고, 막상 데이터센터는 한 데 모아 피해를 키웠다" (익명게시판)

      "글로벌 IT기업과 비교해 근본적으로 이런 차이 때문에 한국의 기술력을 내세울 수 없는 거다. 불 하나로 이렇게 전국이 먹통 되는 건 정말 심각한 일이다" (벤처캐피탈 임원)

      "통제가 불가능한 위험? 국민을 기만하는 거다. 데이터센터에서 화재는 가장 예상할 수 있고, 발생 가능성도 높은 사고다" (외국계 부동산 투자사 관계자)

      "잠깐이면 몰라도 장시간 복구가 되지 않은 건 비상대응 순서가 꼬였거나, 아예 메뉴얼이 없었거나 둘 중 하나다. 20분 안엔 해결됐어야 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

      "카카오 정도 되는 회사면 재해복구(DR) 체계가 구체화돼있어야 했다. 못해도 두 시간이면 복구를 마쳤어야 했다. 정말 틀려먹었다. 잘못한 거고, 말도 안 되는 일이다" (IT 벤처기업 임원) 

      "금융결제도 자정엔 20분 정도 서비스를 멈추지 않나. 잠깐 지장이 있더라도 접속을 끊고 백업을 해보는 모의훈련을 해봤어야 했다. 카카오는 이런 대응이 미비했던 게 사실이다" (핀테크기업 C레벨 임원)

      "가장 중요한 건 카카오란 기업이 이런 재난에 대비해 플랜B 등을 마련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번 깨진 신뢰를 다시 봉합하기는 너무 어렵다"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

      경영진은 스톡옵션 잔치, 직원은 신용불량자 위기

      "카카오는 공모주 우리사주로 노예들을 어떻게 싸고 안정적으로 데리고 있을지 생각했다. 공모주 3만4000원에 6억5000만원까지 풀 대출 가능하도록 직원들에게 판매한 것이다. 카카오 대표님은 노예 다루는 데 천부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었다. 퇴사하면 우리사주 매입하는 데 빌린 돈 6억5000만원을 3개월 내에 갚아야 하는데 집 대출도 있는 상황에 어느 은행과 기업에서 저 돈을 빌려주겠냐. 갚기 전까지 사실상 카카오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퇴사할 수도 없는 개미지옥을 카카오뱅크가 만들었다" (익명게시판)

      "(카카오뱅크)직원들이 신용불량자 위기에 사기가 꺾였는데 그걸 또 회사 돈으로 대출해준다고 한다" (포털 주주게시판)

      "우리사주를 최대한 땡겨 8억 중반대에 매수했는데, 지금 원금만 4억 손해다. 카카오페이 먹튀 사건에 묻혔지만 여기(카카오뱅크)도 임원들이 며칠 사이에 대량으로 팔아치웠다. 지금 대리기사 투잡하는 분, 이혼 준비중인 분, 파혼하신 분, 자살하신 분 등 하루하루 살얼음판이다. 반대매매 코앞까지 와있고 은행원인 많은 분들이 신용불량자가 될 위험에 처해 있다" (익명게시판)

      "더 무기력한 건 회사가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임원들은 하나같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남일처럼 여긴다. 공동체 여러분이 아는 것보다 훨씬 사태가 심각하다. 누구 하나 극단적인 선택을 해도 놀랍지 않다" (익명게시판)

      덩치만 커진 스타트업, 민낯 드러낸 동아리 문화

      "덩치만 커진 스타트업 꼴이다. 투자놀이에만 집중했다" (스타트업 임원)

      "카카오 리더십이 그간 보여준 모습들이 나타난 거다. 요즘 IT 바닥에선 '카카오 기술력이 떨어진다' '카카오에서 온 개발자 별로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우리 회사에도 카카오 출신 개발자들이 꽤 있는데 대체로 '좋은 게 좋은 것'이란 마인드가 있다. 그런 대처가 이런 사태를 키웠다. 이번에 '좋은 메신저 서비스 하나 있었다면 지금이 기회인데...'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 다수 경쟁사들이 공감할 것이다. 네이버가 기회를 틈타 라인을 홍보한 건 재치있는 대처였다 본다" (커머스 기업 임원)

      "승진을 하면 항상 똑똑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정치 잘하는 사람이 올라가기도 하지 않느냐. 그런데 카카오가 이런 걸로 유명하다. 네이버 조직은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동료 집단으로부터의 압력)가 강한 편인데, 카카오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일명 '예쁜 말하기' 스타트업 문화랄까? 그런데 이런 사건 사고 앞에 예쁜 말이 어딨냐" (IT기업 개발자)

      "카카오는 작년 플랫폼 국정감사로 한창 떠들썩했지만 올해는 주목도가 비교적 덜했다. 거기다 한번 경험을 한 경력자(?)다 보니 무난히 말로 넘기려는 분위기도 보였다. 타사가 시정안 따르겠다는 식으로 적극적인 답변을 할 때 카카오는 '알아보겠다'는 식이었다" (국내 PEF 관계자)

      "지금까지는 특혜를 받고 커왔는데, 앞으론 매우 힘들 거다. 실력이 드러날 거다. 이게 진짜 세상이라는 걸 절실히 느끼게 될 거라 본다" (대기업 관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