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넓은 생태계'서 경험한 카카오왕국의 블랙아웃, '더 깊은 생태계'는 허상?
입력 2022.10.20 07:00
    Invest Column
    앞에선 '호통' 뒤에선 "빨리 복구" 딜레마
    사회·경제적 의미 대마불사가 돼버린 카카오
    유동성 선점 효과 만끽에 잇따른 논란 야기
    자체 데이터센터 없이 몸집만 비대하게 커져
    시장 한층 보수적…제2의 카카오 등장 환경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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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우리 사회를 일시 멈춤으로 만든 카톡 셧다운은 한창 내달리던 카카오의 자전거를 멈추게 할까.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관성의 법칙이 폐달을 억지로 다시 돌리게 할까.

      카카오 '왕국'은 이미 깊숙이 사회 전반에 자리잡았다.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과 카카오T, 카카오엔터 등 주요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카카오페이를 이용한 결제나 쿠폰 사용이 되지 않았고, 카카오 채널을 통해 광고하는 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상당한 피해를 봤다. 새삼스럽게 카카오의 존재감과 위력을 느끼게 됐다.

      화재 사건이 난 지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 서비스가 완벽하게 복구 되지 않았다. 서비스 장애로 피해를 본 이들은 집단소송 등 대응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화젯거리를 만들어야 하는 국회는 신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는 오는 24일 열리는 과기정통부 종합감사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카카오 셧다운은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점 문제가 다시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구축된 카카오 생태계가 서비스 장애를 일으키자 사회 전체에 큰 불편을 야기하면서 독과점의 폐해를 절감했다. 대통령이 직접 언급을 했고 공정거래위원회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또 다른 한 켠에선 이 시스템이 빨리 복구가 되길 바라기도 한다. "카카오 대신 다른 걸 찾으면 되지"라고 단순하게 말하긴 쉽지 않다. 그 생태계에서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당장 대체재를 찾을 수도 없다. 카카오그룹은 경제적인 의미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대마불사(大馬不死)'가 돼버렸다. 달리는 자전거를 멈추게 할지, 억지로 달리게 해야 할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카카오가 어느 정도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화재(火災)라는 것은 워낙 예상할 수 없는 사고였다"는 회사 임원의 얘기는 이미 책임 축소와 전가를 하려는 준비 멘트로 느껴진다. 카카오는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감을 갖게 된 데 시장의 '빚'이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만큼 지난 몇 년간 있었던 유동성 활황의 선점 효과를 만끽한 기업은 많지 않다.

      카카오는 지난해에 신규 편입 계열사가 가장 많은 기업집단이었다. 카카오그룹의 국내 계열사는 130곳이 넘는다. 2017년 2조원에도 미치지 못했던 그룹 매출(주식회사 카카오 연결 매출)은 2021년 6조원을 넘겼다.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가 잇따라 상장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쪼개기 상장'의 아이콘이 되기도 했다. "이러다 구내식당도 쪼개서 상장하겠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카카오게임즈는 자회사 라이언하트스튜디오를 연내 상장하려다 여러 이유(?)로 미뤘다.

      카카오가 공격적인 M&A와 IPO로 문어발식 확장이란 비난을 받을 정도로 몸집을 키웠는데 진짜 혜택을 받은 이들은 극소수다. 특히나 지난해말 있었던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먹튀' 논란은 그룹의 모럴해저드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당시 경영진 8명은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카카오페이 주식을 블록딜로 매도, 878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그것도 회사가 코스피200에 편입한 당일이었다.

      대중 신뢰도 추락은 물론 그룹 성장에 대한 의문점들이 생기면서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데이터센터 화재는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됐다. 수억원의 대출을 받아 우리사주를 산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손실액이 계속 커지고 있다. 회사에서 100억원 규모 회사기금을 조성해 우리사주를 매입한 직원들을 지원해주기로 했다는데 직원 한 명당 1000만~2000만원 정도로 실효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카카오그룹의 성장성을 기대하고 투자한 투자자들은 도로 주저앉고 있는 주가 그래프를 망연자실한 채 바라보고 있다. 현 시점에서 웃을 수 있는 이들은 이미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해 대규모 차익을 거둔 카카오 경영진 정도다.

      그룹의 규모에 비례해 내실이 다져지지 않았다는 게 이번 화재 사건으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IT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카카오 정도의 거대 IT공룡이 아직 자체 데이터센터가 없다는 점을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서버를 외부에 100% 의존하는 상황이다보니 여러 제약과 문제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카카오는 내년에서야 한양대 에리카 안산 캠퍼스에 첫 데이터센터를 준공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짜 돈을 써야 할 곳에 쓰지 않고 외형 확장에만 골머리를 썼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김범수 창업자는 카카오의 지난 10년을 '더 넓은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데 몰두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더 깊은 생태계'를 구축해나가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 시점에서만 보면 김범수 창업자의 생각은 허상에 가까워 보이고, 경영진들은 철학이 없는 것 같다. 아니면 ‘생태계’라는 의미를 단순히 물리적 의미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자본시장 측면에서 또다른 문제는 앞으로 제2, 제3의 카카오가 등장할 수 있느냐다. 물론 카카오는 원치 않을테지만 말이다. 카카오가 공룡이 되고 나니 '돈 잔치'는 끝났다. 성장주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한층 차가워지고 있다. 성장하지 못하는 성장주들만 남게 됐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카카오는 성장 과정에서 수많은 논란들을 야기했다. '혁신을 위한 규제 철폐냐, 독과점을 막기 위한 규제 강화냐'라는 규제 이슈 쟁점에 다시 불을 붙이기도 했다. 규제보다 혁신이 필요한 자본시장에 카카오가 끼치는 폐해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