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SM 인수전으로 ‘BTS 공연 2회’ 수익…이수만은 ‘마지막 자존심’
입력 2023.03.27 16:50
    SM엔터 공개매수에 약 80%가 청약하며 흥행
    하이브·컴투스 등 주요 주주 대부분 참여해
    하이브 460억원 차익…'BTS 공연 2회' 수준
    이수만 공개매수 불참…주주제안도 철회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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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공개매수에 성공했다. SM엔터 경영권 인수를 포기한 하이브를 포함해 대부분의 주요 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하면서 목표한 물량을 넘는 ‘오버부킹’으로 마무리됐다. 하이브는 공개매수로 수백억원 규모 차익을 얻었지만 잔여지분 처리 숙제도 남았다.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 프로듀서는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았다. 주주총회 주주제안도 철회하지 않고 있어 ‘실리보다 자존심’을 택하는 모양새다.

      27일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7일~26일 중 진행된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SM엔터 주식 공개매수에 총 1888만227주(79.23%)가 청약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당초 카카오 측은 전체 지분의 35%인 844만3641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종 경쟁률은 약 2.26대 1다.

      공개매수가 흥행하면서 주주별 안분 비례 방식이 적용될 전망이다. 청약에 응한 주주들의 배정 비율은 44.14%로 확정됐다. 하이브와 컴투스 등 주요 SM엔터 주주 대부분이 공개매수에 참여하면서 흥행을 이끌었다. KB자산운용(3.83%)도 보유지분 중 절반 이상을 청약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이브는 24일 보유한 SM엔터 주식 전량인 375만7237주를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하이브가 보유한 SM엔터 주식 전량으로, 총 SM엔터 발행 주식의 15.8%에 해당한다. 처분 금액은 5635억8555만원, 주당 매도 단가는 15만원이다.

      같은 날 컴투스도 보유한 SM엔터 주식 전량인 99만1902주를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참여한다고 공시했다. 처분 금액은 1487억8530만원이고 지분 처분 목적은 ‘투자수익 실현’으로 기재했다.

    • 하이브가 한동안 SM엔터 지분을 보유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실리’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카카오와의 ‘합의’ 이후 이달 15일 관훈포럼에서 보유지분 매각 계획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아마 합리적으로 가장 하이브스러운 선택을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이브가 보유 지분 전량을 청약했지만 배정비율에 따라 보유 중인 353만 7237주 가운데 156만여 주만 팔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브가 이 전 총괄로부터 주당 12만원에 SM엔터 주식을 매입했기 때문에, 이에 따라 생기는 시세 차익은 세금 등 제반 비용을 고려하지 않으면 약 468억원 수준이다.

      증권가의 분석에 따르면 방탄소년단(BTS)의 2021~2022년 투어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동안 BTS는 서울과 미국 LA, 라스베가스에서 총 12회 공연을 했고 해당 기간 동안 티켓매출 총액은 총 2억7972만달러(한화 약 3600억원)다. BTS 공연 한 회당 티켓 매출이 약 200억~3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즉 하이브는 약 한 달 간의 SM엔터 인수전으로 BTS가 2회 정도 공연을 해야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을 챙긴 셈이다.

      공개매수로 팔지 못하고 남은 물량(약 197만주)은 한동안 보유하고 처리 방안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SM엔터 주가는 경영권 분쟁 종료, 공개매수 종료가 다가오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7일 종가 기준 SM엔터 주가는 전일 대비 15% 하락한 9만1100원이다. 주당 12만원에 매입한 하이브가 현 주가로 장내 매도하면 주당 3만원 가까운 손실을 보게 된다.

      이수만 전 총괄은 카카오가 진행한 SM엔터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수만은 보유 중이던 SM엔터 지분 18.4% 중 하이브에 14.8%을 주당 12만원에 매각했고 현재 지분 3.6%를 보유 중이다. 이수만 전 총괄은 해당 3.6% 지분은 하이브에 주당 12만원에 팔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27일 현재까지 아직 이수만 전 총괄은 SM엔터에 전달한 주주제안도 철회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SM엔터 주주총회가 이달 31일인 점을 고려하면 주주총회까지 주주제안을 철회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전 총괄이 주주제안서를 통해 제안한 정기주주총회의 목적사항은 지배구조 개선, 이사의 책임 강화, 주주 권익 제고를 위한 정관 변경 안건 및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과 전문성·투명성 확보를 위한 이사 선임안건 등이다.

      이사 선임안건은 하이브와의 주식매매계약에 따라 하이브가 추천한 이사진을 이 전 총괄이 대리 제안했지만, 하이브가 발을 빼면서 해당 인사들이 자진사퇴에 나설 방침이다. 주총에서 표대결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데 이 전 총괄이 주주제안 철회에 나서지 않고 있어 이 전 총괄이 ‘마지막까지’ 자존심을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