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 '막다른 골목'에서 대규모 유증 결단…영구채·FI 자금 상환은 불투명
입력 2023.06.27 07:00
    유증 발표 하루 앞서 CGI 상장기한 만기
    하반기 대규모 영구채 조기상환 만기까지
    그룹사 지원사격 나섰지만…개선 불투명
    CGV·FI컨소, 상장 만기 연장 등 협상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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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CJ CGV가 대규모 자본 확충 계획을 발표했지만 앞으로 해결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유상증자의 성공을 자신하기 어렵고, 성공해도 대부분의 자금이 차입금 상환에 투입될 예정이다. 해외 자회사의 재무적 투자자(FI)와 약속한 상장기한을 넘기며 만기 연장 등 다양한 수를 놓고 협상 중인 점도 변수다.

      지난 20일 CJ CGV는 총 57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9월 중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최대주주 CJ㈜(48.50%)가 6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는 주주에 배정한 후 실권주가 나오면 일반 공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CJ는 현재 보유한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 100%(평가액 4500억 원)를 CJ CGV에 현물출자한다. 

      자본확충 계획 발표 뒤 CJ CGV뿐 아니라 CJ 그룹사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는 등 ‘유증 쇼크’가 이어졌다. 통상 대규모 유상증자는 지분가치를 희석해 주가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궁지에 몰린 CJ CGV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CJ CGV는 5700억원의 유상증자 대금을 시설자금 1000억원, 운영자금 900억원, 채무상환에 3800억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CJ 측이 이번 대규모 자금확보를 통해 ‘넥스트 CGV’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대부분의 자금이 채무 상환에 쓰이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 등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CJ CGV는 현재 자체 수익으로 ‘쌓인 빚’을 감당하기 부담스럽다. 올해 3월 기준 CJ CGV의 연결기준 부채비율 및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912.0%, 76.4%다. 부채로 잡히지 않는 신종자본증권(영구채)까지 더하면 부담은 더 크다. CJ CGV가 보유한 사채 및 차입금만 7500억원 수준이고 이중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이 3380억원에 달한다.

      CJ CGV는 올해 하반기 중 총 28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중도 상환일이 돌아온다. 회사는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며 자본 확충을 위해 수차례 영구채 카드를 택했다. 영구채는 회계상으로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실질적으론 원금에 이자를 더하는 부채 성격이다. 만기가 길어도 조기상환일에 원리금을 갚지 않으면 일정 이자율이 가산(스텝업)된다. 3월 말 기준 회사의 신종자본증권 미상환 잔액은 1조300억원이다.

      차입금 부담 외에 해외법인 FI들과 약속한 해외법인 상장 기한이 다 된 점도 대규모 유상증자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2019년 CJ CGV는 자회사인 CGI홀딩스를 통해 미래에셋증권PE·MBK파트너스로부터 총 3330억원을 투자받았다. CGI홀딩스는 CJ CGV의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법인을 100% 자회사로 거느리린 해외법인이다.

      FI 컨소시엄은 투자조건으로 적격상장(Q-IPO), 즉 2023년까지 홍콩 증시에 CGI홀딩스를 일정 수익률 이상으로 상장하는 것을 내걸었다. 상장기한을 넘기면 CGI가 이자를 더해 갚아야 한다. CJ CGV가 대규모 유증을 발표한 전날인 이달 19일이 CGI홀딩스를 상장하기로 약속한 기한이다.

      투자유치 당시 CGI홀딩스는 콜옵션, FI들은 드래그얼롱 옵션 행사 권리를 회수 장치로 마련했다.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FI들이 CJ CGV 등 최대주주 측에 드래그얼롱 권리를 행사 해 보유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할 수도 있다.

      만기일이 다가오면서 FI들의 투자금 회수 압박이 커졌고 콜옵션 및 드래그얼롱 행사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CJ의 CJ CGV에 대한 지원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도 했는데, 조건을 변경해 만기 연장하는 안을 우선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FI컨소시엄은 여러 선택지를 두고 계속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계약 조건대로 권리를 행사할 수도 있지만, 되도록 잡음 없이 회수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협상할 것으로 거론된다.

      CJ CGV 측은 “투자자와 회사 측이 협의 중이지만 옵션 행사 가능성 등에 관련해선 확인된 바 없다”며 “글로벌 영화관 사업이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는 점을 고려해 회사와 투자자가 해외법인 상장 시기 등 협의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GI홀딩스의 현 상황을 고려하면 상장 기한을 연장한다고 상장이 확신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엔데믹으로 글로벌 매출 회복세가 보이고 있긴 괄목할 수준은 아니란 평가다. CGI홀딩스는 지난 1분기 4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앞서 2016년 IMM PE는 CJ CGV의 터키 해외법인(마르스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을 투자했고 2021년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강제매각을 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놨지만 투자 회수는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

      최근 OTT의 부상 등으로 영화관 산업 성장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다만 CJ CGV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CJ㈜가 적극 참여하면서 그룹 지원 의지는 확인했다는 평이다. 지난 2021년에도 CJ㈜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광고사업 부문을 CJ CGV에 넘긴 바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만기가 돌아오는 것은 지켜야 하니 CJ㈜가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그나마 돈을 버는 CJ올리브네트웍스까지 활용해 CJ CGV를 지원한 것”이라며 “주가 개선, 시장의 신뢰 회복 등 과제가 많은데 CJ CGV의 상황이 어느 정도 나아질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