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에 빠진 CJ CGV 유상증자…재무건전성 회복 '적색등'
입력 2023.09.26 15:56
    법원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가치 과대 평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제동
    부채비율 감축 등 재무구조개선 '반감'
    CJ CGV "산정가액 조정 및 지표 보강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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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CJ CGV 유상증자 계획에 제동이 걸리면서 재무건전성 회복에도 적색등이 켜졌다. CJ㈜가 CJ CGV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현물출자를 하려던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에 대한 가치평가 보고서가 법원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다.

      CJ CGV는 최단기간 내 항고 및 재신청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법원의 불인가 결정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인 만큼 적지않은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상증자 이후 재무건전성 개선을 예상했던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도 유상증자 차질이 회사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2020년부터 2년간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CJ CGV는 지난 6월 대규모 자본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순차입금 의존도가 66.2%까지 상승하고 부채로 잡히지 않는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의 부담이 잔존하는 등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사채만 2900억원 수준이었다.

      CJ CGV가 내놓은 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안은 투트랙으로 구성됐다. 먼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5700억원을 조달한다. 최근 확정발행가액(5560원) 기준으로 모집 총액은 총 4153억원으로 확정됐다. 이중 2253억원가량은 채무상환에, 나머지 1900억원은 시설 및 운영자금으로 쓰인다. 

      당시 대주주인 CJ㈜는 600억원가량 참여한다고 밝혔지만, 이후 불거진 대주주 책임 논란에 1000억원으로 그 규모를 소폭 늘렸다. 해당 유상증자는 일반공모청약까지 마친 상태로 27일 신주가 차질없이 상장된다.

      문제가 된 재무구조개선 방안은 제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이다. CJ㈜는 자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을 현물출자해 CJ CGV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이었다. 당시 CJ㈜ 한영회계법인을 통해 감정 받은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 평가액은 4500억원이었다.

      법원에선 CJ올리브네트웍스의 주식가치가 과대평가됐다고 판단한 상태다. 한영회계법인이 추산한 CJ CGV 주식가액(444억1455만원)과 CJ올리브네트웍스의 순자산간 차이가 크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지난해 12월 기준 CJ올리브네트웍스의 순자산은 1395억원, 올해 6월 기준으로는 1433억원 수준이다.

      또한 법원은 CJ올리브네트웍스의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률이 2024년부터 2027년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한 부분도 신빙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해당 기업의 수익성이 저하돼 왔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CJ CGV 측은 최단기간 내 항고 및 재신청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CJ CGV가 계획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려면 재평가를 빠른 시일 내에 받아야 한다. 또한 재평가를 받는다하더라도 법원을 대상으로 한 설득작업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주관사들 또한 이같은 상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해진다.

      일단 법원이 제 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에 제동을 건 만큼 CJ CGV는 빠른시일 내에 기대한 자본 확충 효과를 거두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당초 계획했던 약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면 회사는 ▲부채비율은 912%에서 258.9%로 하락하고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조정순차입금 비율이 12배에서 8.2배로 하락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현재로선 이 같은 효과도 반감된 상태다. CJ CGV 측은 이 같은 자본 확충을 통해 인공지능(AI)기반 비주얼이펙트(VFX) 사업 시너지를 확대하고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 해당 사업 계획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 

      법원의 판결 이후 CJ CGV의 주가는 하루 만에 5% 넘게 하락하며 주주배정 유상증자 모집가액(5560원)을 밑돌고 있기 때문에 추후 주주들의 반발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당초 CJ CGV의 재무개선 가능성에 기반해 회사의 신용도 향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던 신용평가사들도 상황 파악에 분주해졌다.

      국내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현재 신용평가사들 또한 CJ CGV 측에 연락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라며 "일단 자본확충 계획 자체는 연기될 가능성이 있을 것 같은데 이후 과정이나 얼마 정도의 기간 동안 지연될지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CJ CGV 측은 "산정가액을 일부 조정하든지 산정가액의 객관성을 보충할 자료를 보완하든지, 여러 방안을 다방면으로 검토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항고할지 재신청할지 결정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영화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유상증자 계획인 만큼 법원이 이를 헤아려 신속하게 처리가 됐으면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