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 요구에 고심하는 이마트…쓱닷컴 풋옵션 공방 장기화 예고
입력 2024.05.09 07:00
    3월 사업보고서 통해 '풋옵션 실효 판단' 밝혀
    FI는 GMV·IPO 조건 문제 삼으며 유효하다 대응
    풋옵션 행사기 시작됐지만 이마트는 아직 잠잠
    풋옵션 부인하든 인정하든 조기 회수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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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세계그룹과 쓱닷컴 재무적투자자(FI)간 풋옵션(매수청구권)을 둔 공방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신세계그룹 입장에선 풋옵션의 유효성을 인정하기 쉽지 않은데 이 경우 FI는 결국 법원의 판단을 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의 경우라도 FI 투자회수까지 감안하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BRV캐피탈 등 쓱닷컴 FI들은 신세계그룹 측과 풋옵션의 유효성을 둔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FI들은 신세계그룹 측에 풋옵션이 유효하다는 근거와 입장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신세계그룹은 두 차례에 걸쳐 FI로부터 1조원 규모의 쓱닷컴 투자금을 유치했다. FI는 2023년 사업연도 거래액(GMV) 5조1600억원, IPO 가능 요건 등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신세계그룹 측에 보유주식 전량을 팔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쓱닷컴은 작년 GMV 요건을 충족했다. 지난 3월 중순 쓱닷컴 대주주인 이마트와 신세계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매수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 요건을 충족함으로 판단됨에 따라 기인식한 금융부채를 제거했다’, 'GMV 요건 및 IPO 가능요건이 충족되었다고 판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FI들은 지난 3월말 신세계그룹 측에 풋옵션이 유효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상품권 판매 및 물품 구매 등 거래액 중복 계상을 문제 삼았다. 자문사의 분석 결과 중복 계상을 제외하면 GMV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봤다. IPO 조건을 두고도 증권사의 제안서를 '의견서'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FI는 예정된 풋옵션 행사 기간(2024년 5월~2027년 4월)을 앞두고 유효성에 대한 신세계그룹의 의견을 구했으나,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 행사 기간이 시작된 지난 1일 이후에도 내부 회의를 거쳐 신세계그룹 측에 거듭 입장을 요구하고 있는데, 신세계그룹 측은 검토 후 답을 하겠다는 입장을 FI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풋옵션 유효성을 둔 공방이 시작되자 그룹과 FI는 모두 법률 자문사를 통해 논리 마련에 나섰다. BRV캐피탈과 어피너티는 김앤장과 태평양, 신세계그룹 측은 광장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압박에 시달리는 신세계그룹으로선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돌려주기 쉽지 않다. 풋옵션 실행 여부를 떠나 권리가 살아 있다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된다. 이미 사업보고서를 통해 판단한 사항을 뒤집기 쉽지 않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굳이 어떤 입장을 먼저 제시하려 하겠냐는 것이다.

      반면 FI는 IPO 기대감이 줄어든 상황에서 최소한의 회수 안전장치를 포기할 수 없다. 쓱닷컴의 실적이 점차 개선되는 만큼 신세계그룹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바라고 있다. 다만 어느 경우에도 출자자(LP)에 대한 선관의무는 다해야 한다. 사업보고서 상 기재는 '정정 보고'를 통해 수정 가능하다.

      FI는 당분간 신세계그룹 측의 입장을 기다려 보겠다는 분위기다. 단 신세계그룹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거나, 풋옵션의 유효성을 부인하는 답을 낸다면 결국 법원을 찾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풋옵션 인정부터 실제 회수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어차피 행사 기간은 3년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장기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이 풋옵션의 유효성을 인정하더라 FI가 회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신세계그룹에 몇 달의 자금 조달 말미가 주어지는데, 최근 그룹의 자금 사정을 감안하면 시간이 넉넉하다 보긴 어렵다. 다만 FI와 협의를 통해 자금 마련 기간을 늘릴 여지는 있다.

      FI 입장에선 풋옵션의 유효성을 인정받고 회사와 협력해 상장(IPO)하는 편이 가장 부담이 덜하다. 단 이 때도 상장 준비에 오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증시가 언제 활황으로 돌아설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풋옵션 유효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신세계그룹의 사정이나 회수 장치가 필요한 FI의 문제 제기 모두 납득이 가지만 문제가 해결되기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