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끝없던 낙관론이 우한 코로나(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증시가 기대감으로 선반영했던 폭발적인 실적 개선은 불가능했음이 확인된 것이다.
물론 점진적인 업황 개선에 대해 이견은 많지 않다. 디램(DRAM) 현물가격(spot price) 등 일부 지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판데믹(세계적인 유행병;pandemic) 수준에 접어든 코로나가 수요에 타격을 주고 있어 지나친 기대감을 갖는 건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업황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28일 무려 4.65% 폭락하며 1668.85로 거래를 마감했다. 최근 일주일간 15%나 급락한 수치로, 지난해 10월 '반도체 랠리' 시작 직전으로 되돌아갔다.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월까지 지속된 반도체 랠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단기자금(Repo)시장 유동성 공급과,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타결에 따른 전 세계적인 리플레이션(경기회복) 기대감에 힘 입은 바가 컸다. 여기에 중국의 5세대 이동통신(5G) 시장이 급성장하며 반도체 관련 수요가 폭증할 거라는 논리가 더해졌다.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는 덴 반 년도 걸리지 않았다. 우한코로나 사태가 판도라의 상자 역할도 했다는 평가다. 당장 지난 1월 중국 휴대폰 판매량은 전년대비 39% 줄었다. 전염이 본격화한 2월엔 더 낮은 수치를 보일 거란 지적이다. 사용자가 예상만큼 늘지 않으면, 5G 전환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가 쉽지 않을거란 분석이다.
중국 5G 시장의 잠재력도 과대평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5G 상용화 서비스에 들어간 중국 내 5G 기지국 수는 현재 14만여곳이다. 중국은 올해 40만곳을 신규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치만 보면 지난해의 3배에 달한다. 그러나 중국의 전체 이동전화 기지국 수가 620만여곳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8.5% 수준에 불과하다. 5G 우선 전환 대상인 4세대(4G) 기지국수와 비교해도 커버 가능한 영역이 10분의 1에 그친다. 아직 전국 상용화까지는 먼 이야기라는 것이다.
한국과 더불어 반도체ㆍIT 제조업의 허브로 꼽히는 대만 IT기업들의 지난 1월 실적이 '쇼크' 수준을 기록한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대만 100개 주요 IT 업체의 1월 총 매출은 1조1200억 대만달러(약 44조원)로 2019년 1월 대비 11% 급감했다. 지난해 5월 이후 줄곧 회복세를 보이던 메모리 부문이 다시 하락반전했고, 컴퓨터 주문자상표부착(OEM) 제품 매출이 22% 급락했다.
일부 보수적인 애널리스트들은 지난해 말부터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의 2020년 1분기 실적에 대해 너무 큰 기대감을 갖지 말아야 한다고 경계해왔다. 중장기적으로 현 주가 수준은 여전히 저평가 상태지만, 단기적으로는 기대감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 쇼크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만 반도체 업계의 우울한 실적이 숫자로 확인되며 이런 주장이 어느정도 입증 됐다는 평가다.
반도체 관련 일부 지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건 사실이다. 디램 주요 품목인 8기가바이트(8Gb)디램의 현물가격은 1주일 전 대비 3% 상승했다. 평균가격은 3.4달러대였지만 장중 한때 오랜만에 4달러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개인용컴퓨터(PC)용 디램 계약가격(Contract price)는 지난 1월 전월대비 0.9% 상승한 데 이어 2월에도 1.3% 올랐다. 서버용 디램 계약가격은 1월 2.1%에 이어 2월 6.1%나 상승했다. 우한코로나로 인해 재택ㆍ원격근무가 이슈화하며 클라우드 서버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1분기 메모리 실적은 출하량과 수익 모두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우한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할 것인지가 최대 변수"라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2월 28일 13:44 게재]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일주일 간 15% 폭락
중국 5G 소비자 수요 타격 전망...잠재력도 과대평가
대만 IT기업 1월 매출도 전년比 11% 하락 '쇼크'
서버용 디램 가격 상승 등 일부 지표는 회복세
중국 5G 소비자 수요 타격 전망...잠재력도 과대평가
대만 IT기업 1월 매출도 전년比 11% 하락 '쇼크'
서버용 디램 가격 상승 등 일부 지표는 회복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