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에서 확인한 '금감원 파워'...다음 정권서도 '그대로' 활용할까
입력 25.05.21 07:00
민주당 10대 공약서 빠진 금융감독 체계 개편
'신중히 검토' 분위기…추진 가능성은 열려 있어
기재부 예산기능 이관 통한 권한 축소가 골자
'연쇄 변화' 어렵다면 금감원 활용 힘 실을 가능성
  • 6월 조기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기재부 개편 및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주요 여론조사 결과 상 민주당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윤석열 정부에서 위상이 크게 높아진 금융감독원의 '활용 방향'에 대해 여러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증권가 일각에선 차기 정부가 금감원 '개편' 대신 '유지와 활용'에 초점을 맞출 거란 전망이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다. 이복현 현 금감원장 취임 이후 확인한 금감원의 막대한 권한을 쪼개는 대신,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복현 원장의 금감원은 개인투자자의 여론 등에 따라 개입 정도를 정치적으로 선택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발표한 10대 공약에 기재부 조직 개편 및 금융감독 체계 개편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 소속 정무위 및 기재위 의원들이 주도해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면서 주요 공약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종적으로는  제외됐다.

    관련 정책이 10대 공약에서 제외된 이유로는 민주당이 금융관련 정책을 이번 공약에서 꺼내들 경우 괜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에도 불구, 민주당은 부동산ㆍ외교 등 정치적 기호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는 정책에 대해서는 발표 속도를 조절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평가다. 기재부 및 금융당국 관련 정책 역시 당장 10대 공약에선 제외됐지만 추진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금융당국 개편안과 관련한 여러 방안을 구상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민감한 문제이다 보니, 어떤 방식으로 개편을 할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국회 일각에선 개편 규모가 기존 논의 대비 축소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기재부가 조정되면서 금융위와 금감원까지 연쇄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재부 예산 기능 축소에 초점을 맞추고 금융위와 금감원의 현 구조는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정권 교체 시기마다 기재부 개편 및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이뤄져 왔던 만큼 이번에도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는 어렵지 않겠느냔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금감원 고위급 사이에서는 '또 이런 얘기가 나온다' 정도의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복현 금감원장 취임 이후 금감원이 지나치게 권한을 행사한다는 '월권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 때문에 다음 정부에서는 금감원을 건전성 감독 및 소비자보호로 쪼개는 구조가 개편 방안 중 하나로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다만 현재 기류만 보면 오히려 금감원을 그대로 두고 '활용'하는 방안 또한 고려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정권에서 금감원의 영향력을 확인했던 만큼 새로운 정부에서도 정책 적용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예상과 달리 더욱 금감원에 힘을 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MBK파트너스 검사 당시 회계와 불공정거래, 금융투자검사국 측면을 모두 활용해 검사를 진행한 게 하나의 사례"라며 "금감원이 모든 자원을 총동원했을 때 큰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새 정권에서도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의 임기는 내달 5일까지로, 대선 날짜가 내달 3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 새로운 금감원장이 취임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야권 성향 인사 중 김병욱 전 민주당 의원, 김은경 전 금감원 금융소비자처장 등이 차기 금감원장으로 거론된다.

    김병욱 전 의원은 현재 민주당 금융·자본시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인물로, 최근 이재명 지지 선언을 한 전·현직 금융권 임원 157명을 모으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은경 전 처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최초의 여성 금융감독원 부원장에 임명된 인물이다.

    앞서 김 전 처장은 지난 2월 금감원을 감독권한 기능을 전담하는 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담은 논문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다만 앞서 금감원을 둘로 쪼개는 이와 같은 방식 또한 금감원의 권한 축소보다는 확대를 꾀한 것이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김 전 처장은 금융위가 금융정책과 감독집행 권한 등 너무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어 금융감독 카르텔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위가 가진 국내 금융정책은 기재부에, 감독집행 기능은 금감원으로 이관하고 금융위는 해체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까지 민주당과 금감원이 갈등을 빚어왔던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앞서 나왔던 조직 개편 방안이 금감원의 힘을 빼기 위한 것이란 쪽으로 접근하기 쉽다"라며 "다만 실제 금감원 권한의 크기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유력하게 언급되는 인물은 도규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다. 1966년생으로 부산 배정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주립대 재무학 석사까지 취득한 정통관료로,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과 금융위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당시 은성수 당시 금융위원장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보유한 '실세'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도 전 부위원장은 지난 4월 이재명 후보의 씽크탱크인 '성장과 통합'에 합류한 바 있다. 조직장악력이 뛰어나고, 2020년에도 '라임 사태', '머지포인트 사태' 수습을 진두지휘한 경험이 있는만큼 새 정부 출범 후에는 현재 금감원 위주로 구성된 금융위-금감원 관계에 큰 변화가 올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만약 현재 금융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금감원만 분리한다면 힘이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기재부나 금융위, 금감원의 형태가 달라진 상태에서 금감원을 쪼갠다면 단순히 금감원의 힘을 축소하려는 것으로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