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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물을 중심으로 국고채 초장기물 발행이 크게 늘었다. 주된 수급 주체는 보험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산업 제도 변화로 초장기 국고채 매입을 통해 자산 듀레이션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보험사의 수요 둔화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초장기물에 대한 발행 집중도 완화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22일 자본시장연구원은 '국고채 만기 장기화의 배경과 효율적 관리를 위한 시사점'을 주제로 KCMI 이슈브리핑을 개최했다.
국고채 30년물은 지난 2012년 9월 도입됐다. 다른 연물과 비교했을 때 가장 늦은 시기다. 이후 발행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지난 2021년부터 연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전체 국고채 발행의 30.2%가 30년물로 발행됐다. 국고채 평균 잔존만기도 2014년 7.1년에서 2024년 13.2년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요국의 평균 잔존만기 변동폭이 2년 이하에 그친 것을 감안했을 때 큰 폭으로 늘었음을 알 수 있다.
장보성 자본연 연구위원은 "2020년 코로나 이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는 계속해서 높은 적자폭을 나타내고 있다"며 "세입보다 세출이 많고, 부족자금은 대부분 국고채가 담당하게 될 것이다. 부족한 자금을 어떻게 국가가 효율적, 안정적으로 조달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국고채 만기 장기화는 보험사의 초장기물 수요 증가와 초장기물 공급원이 제한적인 구조적 요인이 함께 맞물렸다는 설명이다. 보험사는 IFRS17(새 회계기준)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으로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초장기 국고채 매입을 통한 자산 듀레이션을 확대할 필요성이 커졌다. 자산 듀레이션이 길지 않을 경우 시장금리 변동에 따른 자금변동성과 K-ICS비율 민감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장 연구위원은 "민간에서의 초장기물 공급은 거의 없으며, 안정적으로 초장기물을 공급해 줄 주체는 정부밖에 없다"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자산 듀레이션을 늘려야 하는데 대체재가 없다. 해외채권도 한 가지 선택지가 될 수 있으나, 금리 위험과 환위험 관리 비용을 고려했을 때 매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우리나라는 국채 30년물 발행금리가 10년물보다 낮다"며 "정부 입장에서도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발행 확대 유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자본연은 국고채 평균 잔존만기가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30년 이후 국고채 잔액에서 초장기채 경과물이 절반을 넘어서며, 절대 규모도 현재의 2배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초장기 국고채 경과물이 누증될 경우 국고채 시장 유동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초장기물이 지표물에서 경과물로 전환할 때 유동성이 급격히 낮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장 연구위원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후 반기마다 시장 접근성을 평가하고 지위를 매기는데 시장 유동성이 주요 항목 중 하나"라며 "보험사도 초장기 국고채를 보유하다가 잔존 만기가 짧아지면 매도 후 매수하는 교체 매매 수요가 있기 때문에 유동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만기 분산 관리와 초장기물에 대한 발행 집중도 완화도 이뤄져야 한다. 일례로 오는 2051년 3월 10일에는 단 하루 동안 총 50조원 규모의 국고채 만기 도래가 다가온다. 만기 도래 자금 규모가 너무 커져 버리면 시장 교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보험산업의 성장성이 둔화할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당분간 초장기 국고채에 대한 보험사의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나, 제도 이행 완료 이후에는 보험사의 수요가 점차 약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장 연구위원은 "(국고채에 대한) 특정업권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도 정부가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조정 과정의 일환으로 만기 1년 이하의 단기 국고채 도입도 검토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동성 관리와 만기 분산을 위해 각 목적에 부합하는 종목에 대한 조기상환과 교환을 활용할 수 있다"며 "실효성 제고를 위해 국가재정법을 개정해 국채 발행 한도를 총액에서 순증액 기준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국고채 30년물, 전체 발행 물량 중 30.2% 차지
보험사 초장기물 매입으로 자산 듀레이션 확대
"조기상환·교환 통해 유동성 관리와 만기 분산 필요"
보험사 초장기물 매입으로 자산 듀레이션 확대
"조기상환·교환 통해 유동성 관리와 만기 분산 필요"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5월 22일 12:5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