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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MBK파트너스의 빈자리를 생각보다 크게 체감하는 분위기다. 인수합병(M&A) 시장에는 작년 연말부터 조 단위 매물들이 쌓이고 있었는데 MBK가 빠지고 사고파는 균형이 깨지자 자문·주선 업계에서 일감 걱정하는 목소리가 확 늘었다. 홈플러스 사태로 불똥이 튈까 원망하던 시선들이 어느새 내심 복귀를 바라는 눈치로 조금씩 기우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감독원부터 국세청, 검찰까지 MBK를 들쑤시는 통에 시장 전체가 발목을 잡히고 있다는 식이다. 여기서 한 발짝만 더 나아가면 '시장 정상화가 우선이니 적당한 선에서 매듭짓는 게 낫지 않겠냐'는 타협안도 만들어질 것 같다.
분명 MBK를 겨냥한 당국 수사에 과한 면이 없지 않다. 지난 3월 국세청이 MBK 세무조사에 돌입한 데 이어 검찰은 이달까지 김병주 회장을 두 차례나 압수수색했다. 통상적인 절차에서 벗어나 망신을 주려는 듯한 의도가 엿보인다. 선거를 앞둔 권력기관들의 정무적 연출 아니겠냐는 관전평이 실제로 심심찮게 들려온다.
게다가 홈플러스 회생절차가 워낙 지지부진하니 이로 인한 문제도 적지 않다. 당국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MBK가 회생 절차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면 납품사나 소비자까지 억울한 피해자만 늘어날 수 있다는 걱정도 무시할 상황이 못된다.
그럼에도 사태 출발점은 결국 MBK고, 상황을 최악으로 치닫게 만든 장본인 역시 MBK라는 점을 간과하기 어렵다.
단순히 '경영실패' 책임을 묻는 의미가 아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바이아웃 거래를 단행한 뒤 실력이 부족했건, 업황이 고꾸라졌건 경영에 실패해 투자손실을 보는 경우는 왕왕 있다. 지금 MBK를 두고 당국의 과도한 개입 논란보다 비판여론이 거센 이유는 따로 있다.
일단 법을 어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기 직전 발행한 홈플러스의 전자단기사채(ABSTB)는 사기 혐의로 수사가 진행 중이다. 등급 하락 가능성을 사전에 알고 발행했느냐가 쟁점인데, 발행 이후 일부 미매각 물량은 등급이 떨어진 뒤에도 리테일 창구에서 판매된 것으로 전해진다. 여론에 불이 붙자 김병주 회장이 지급보증 방식으로 사재를 출연하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오히려 회생 과정 혼선을 유도한다는 평이 뒤따랐다.
ABSTB 발행의 위법 여부는 사법부가 최종 판단할 문제다. 그러나 회생 과정에 들어와서도 잡음이 이어진다. 세일앤리스백(SLB) 방식으로 매각한 지점들을 대상으로 '벼랑 끝' 방식 임차료 협상을 벌이며 재차 논란이 불거지는 것이다. 높은 임대료를 내세워 매각한 뒤 임차료를 깎으면 사실상 자금을 융통해줬던 임대인들은 기한이익상실(EOD) 위험에 내몰린다. 그렇다 보니 회생 작업의 발목을 잡는 게 과연 수사당국인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투자업계에선 국민연금의 신규 출자가 결정된 지 두 달여 만에 홈플러스에 대한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는 점도 두고두고 도마에 오른다. 국민연금은 MBK의 홈플러스 인수 레버리지 일익을 담당한 핵심 당사자이기도 한데, 새 돈을 쥐여주자마자 헌 돈이 손실 위기에 처한 꼴이 됐다. 현재 LP들이나 금융권이 지분, 차입으로 레버리지를 나눠지는 방식에 보수적으로 돌아선 최대 배경으로 통한다.
이를 감안하면 최근의 시장 경색은 MBK 빈자리 영향보다는 홈플러스 사태로 시장 신뢰가 대폭 깨진 탓이라는 지적도 가능해 보인다.
실제로 한 외국계 투자은행(IB) 관계자는 "MBK가 빠지면서 인수자 풀을 형성하기 어려운 것도 맞지만 홈플러스 이후로 돈 모으기가 어려워졌다"라며 "인수금융 차입을 받아주는 대주단이나 프로젝트 펀드에 출자해주는 LP들 모두 운용사(GP)의 법원행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공백을 꼭 MBK가 채워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이미 몇몇 대형 PE 사이에서도 MBK 빈자리를 채우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LP들이 포스트 MBK를 찾는 움직임 역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빈자리가 아쉬울 수는 있겠지만 단기적 시각으로 대마불사를 용인하는 건 시장 정상화와 거리가 있다.
결국 MBK가 벌인 일에 대해 스스로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만 남는다. 내부에서도 MBK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는 불만이 계속해서 새 나오고 있다. 책임자 정산이 안 끝났는데 시장이나 업계가 이를 대신 고민하고 걱정할 수도 없다.
취재노트
MBK 수사로 시장 경색되자 슬슬 아쉬운 목소리 늘어나는데
수사당국 과하다 해도 MBK 책임 덜어낼 면죄부 될 수 있을까
시장 발목 잡는 건 결국 MBK…"홈플러스로 시장 신뢰 깬 것"
대마불사가 정상화도 아니고…결국 MBK가 합당한 책임 져야
MBK 수사로 시장 경색되자 슬슬 아쉬운 목소리 늘어나는데
수사당국 과하다 해도 MBK 책임 덜어낼 면죄부 될 수 있을까
시장 발목 잡는 건 결국 MBK…"홈플러스로 시장 신뢰 깬 것"
대마불사가 정상화도 아니고…결국 MBK가 합당한 책임 져야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5월 29일 15:3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