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 기금화 논의가 진행되면서 위험자산 한도 확대 논의가 다소 밀려난 분위기다. 양쪽이 표면적으로는 '수익률 제고'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미묘하게 다른 목표를 지향하는 탓이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의 본질적인 입장 차이가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와 관련한 '동상이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여야가 퇴직연금 기금화에 힘을 싣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 그룹인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 수석부원장을 맡고 있는 안도걸 민주당 의원이 최근 관련 법안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지난 2월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유관부처인 고용노동부에서도 지난 3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위한 전문가 자문단을 발족하는 등 올해 내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과 관련한 뚜렷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처럼 기금형 퇴직연금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는 것은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이 2%대에 그치는 등 부진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와 금융당국이 퇴직연금과 관련한 과제로 '수익률 제고'를 우선순위에 놓고 접근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기금형 도입 시 국민연금과 같은 같은 제3의 기관이 투자처를 찾아 퇴직연금 일부를 운용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지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국민연금 수익률은 8.69%로, 같은 기간 퇴직연금 수익률 2.82%보다 훨씬 높아 퇴직연금 '고질병'인 낮은 수익률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반면 기금형 도입에 힘이 실리면서 금융당국이 추진해 왔던 퇴직연금 위험투자한도 확대 논의는 다소 뒤로 밀려나는 분위기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와 퇴직연금 위험투자한도 확대 모두 '수익률 제고'를 주요 목적으로 설정했지만, 목적이 미묘하게 달라 한쪽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탓이다.
금융당국은 수익률 제고를 위해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시 70%로 설정된 위험자산 총 투자한도를 10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이를 위해 개별주식 투자를 허용하는 방안이나 디폴트옵션에서 예금을 제외하는 방안 등을 언급하고 있다. 퇴직연금 대다수가 은행 예금 같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몰려 있어 수익률을 높이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위험자산 한도 확대 시 손실 발생 가능성을 우려해 위험자산 확대에 보수적인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이 퇴직연금으로 개인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한도를 열어주기보다는 기금형 사업자가 개인주식과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 제고와 안정성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을 놓고 결국 각 기관의 성격 차이가 퇴직연금 제도와 관련한 '동상이몽'으로 이어지고 있단 해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정부기관 특성상 자금 운용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고, 노동시장이나 고용보험 관련 업무가 핵심인 만큼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에 집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금융당국은 시장과 맞닿아 있는 특성 상 제도 개편 시 기존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받을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증권업계에서는 기금형 도입 시 기존 퇴직연금 자금의 일부가 기금형으로 흡수되면서 운용자금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만약 국민연금이 기금형 관리 주체가 된다면 퇴직연금 기금을 운용할 외부 주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입김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자금 규모를 고려할 때 여러 금융기관이 위탁 운용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권한이 막강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향후 국내 주식시장을 고려했을 때 퇴직연금의 '역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금융당국이 퇴직연금의 개별주식 투자를 허용하는 방식 등으로 위험자산 한도 확대를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다.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면서 자금 회수에 나설 경우 장기적으로 퇴직연금이 이를 받아줘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회 연금특위에서 퇴직연금이 사적연금과 관련해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는 분위기인 만큼 수익률 제고와 관련한 방안을 내놓긴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기대선 앞두고 퇴직연금 '기금형' 논의 속도
2%대 '쥐꼬리' 수익률 제고 필요성 공감했지만
운용 안정성에 보다 초점 맞춘 고용노동부
당국 추진 중인 위험자산 확대에도 보수적
2%대 '쥐꼬리' 수익률 제고 필요성 공감했지만
운용 안정성에 보다 초점 맞춘 고용노동부
당국 추진 중인 위험자산 확대에도 보수적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5월 2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