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가치 평가' 확대 통보한 감사원, 공제회들 추가 비용 지출 '부담'
입력 25.06.04 07:00
공제회 공정가치 평가 비율 65.5% 불과
같은 투자건에 공제회별 손실 인식 달라
공제회 연간 운용 수익률 불신 원인으로
외부 평가기관 추가 비용 지출 부담 관측
  • 주요 연기금·공제회에 대한 대체투자 운용 및 관리실태 감사원 감사가 마무리됐다. 시장의 예상대로 감사원은 대체투자 자산의 가치평가 방식을 정조준했다는 분석이다. 정기적으로 시장의 상황을 반영해 자산의 가치를 조정하는 '공정가치 평가'를 확대하라고 공제회들에 통보한 것이다.

    공정가치 평가를 위해선 외부 기관을 통해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억 단위의 추가 비용 소모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통보사항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피감기관들은 사실상 '의무' 조치 사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영하지 않을 경우 추후 동일한 사안으로 재감사 대상이 될 수 있는 탓이다.

    감사원은 지난 27일 연기금·공제회 대체투자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한국교직원공제회 등 국내 9개 공제회의 대체투자 규모는 78조6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교직원공제회가 34조7466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컸고, 이어 행정공제회(17조5769억원)와 과학기술인공제회(9조1127억원) 순이었다.

    공제회들의 대체투자 자산은 대부분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구조로 펀드 투자시 수익증권을 받게 되며 이를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한다. 매도가능증권은 시장성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년 공정가치로 평가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공단 등 3대 연금은 보유 대체투자 자산에 대해 매년 공정가치를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23년 결산 기준 9개 공제회들의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 비율은 65.5%에 그쳤다. 전체 1918개의 자산 중 1256건만 공정가치 평가가 이뤄졌다. 특히 중소기업중앙회는 총 211건 중 29건(13.7%)만 공정가치로 평가하는 데 그쳤다. 군인공제회도 절반 수준인 52.2%의 자산에 대해서만 공정가치 평가를 진행했다. 반면 소방공제회는 97.7%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 자산 가치평가 기준들도 공제회 별로 모두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근로자공제회와 지방재정공제회는 투자 후 1년 미만 경과 자산에 대해서만 공정가치 평가 예외조항을 두고 있는 반면, 경찰공제회는 국내 사모펀드, 벤처캐피탈, 리츠 등에 대해, 군인공제회는 정상으로 분류된 투자자산에 대해서 예외조항을 뒀다.

    이에 교직원공제회와 과학기술인공제회, 경찰공제회가 공동 투자한 자산에 대해 교직원공제회와 과학기술인공제회는 공정가액을 반영해 투자금 잔액의 53%를 손실로 인식한 반면, 경찰공제회는 취득원가로 평가해 투자금 전부를 장부가액으로 반영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매해 연초가 되면 지난해 공제회들의 투자 수익률을 비교해 줄을 세우는 보도가 이어지는데, 이미 업계에서는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관측이 많았다"라며 "자산가치 평가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같은 자산에 대해서도 손실 인식이 달라지기 때문인데, 이러한 사실이 이번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들 공제회들에 대해 공정가치 평가 대상 자산 확대를 통보했다. 공제회들 역시 감사원측에 감사결과를 수용하고,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침을 보완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이르면 연내 지침을 보완해 공정가치 평가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업무가 늘어나는 것을 넘어, 공제회 입장에선 재무적인 부담이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그동안 공제회들이 공정가치 평가에 소극적이었던 데는 만만치 않은 비용 문제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공정가치 평가는 나이스P&I와 KIS자산평가, 한국자산평가 등 외부 평가기관에서 진행한다. 대부분의 공제회들이 이들 기관들과 계약을 맺고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비용이다. 자산과 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통상 자산 건당 150만원~2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수백 개의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공제회 입장에선 모든 자산을 공정가치로 평가하기엔 부담이 된다는 평가다.

    실제로 공정가치 평가를 진행하는 비율이 높은 소방공제회와 건설근로자공제회, 지방재정공제회 등은 대체투자 자산이 수십여 개에 불과해 비용 부담이 크지는 않다. 반면 수백여 개의 대체투자 자산에 투자하는 중소기업중앙회와 군인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교직원공제회 등은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공정가치 평가 비율도 낮게 나타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연기금과 달리 공제회들이 공정가치평가에 소극적이었던 데는 비용 문제가 있었는데, 감사원이 평가를 확대하라고 통보한 이상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며 "그 과정에서 외부 평가기관들에 추가적인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게 됐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