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 매각, 당국 불승인 시 계약금 몰취 문제로 차질
입력 2026.06.01 07:00

힐하우스와 SPA 협상 장기화…승인 리스크 변수로

무산 시 1000억대 계약금 처리 문제 놓고 줄다리기

칼라일도 검토 후 주춤…거래 결렬 땐 재입찰 가능성

  •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협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금융당국 승인 문제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인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는 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할 경우 계약금을 돌려받길 바라지만, 매도자 측은 이를 수용하는 데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최대주주 손화자 씨(지분율 12.4%) 측과 힐하우스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협상은 지난주부터 사실상 교착 상태에 들어가 드문드문 서로의 의견만 교환하는 분위기로 전해진다. 힐하우스의 우선협상자 인정 기한은 지난 3월말로 끝난 상황이다.

    이지스자산운용 매각이 늦어지는 사이 여러 변화가 있었다. 국민연금 등 주요 출자자(LP)들이 불안감을 표하고, 역삼 센터필드 등 주요 자산을 둘러싼 운용사 교체와 자산 이관 논의가 이어지면서 회사의 가치가 흔들렸다. 회사는 조갑주 전 신사업추진단장을 대표이사로 다시 모셔 시장과 LP 달래기에 나섰다.

    힐하우스는 이지스자산운용의 가치가 출렁일 상황에서도 의지를 갖고 인수 협상을 이어 왔다. 최근에는 가격보다 거래 종결의 확실성 문제가 중요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 여부와 그에 따른 계약금 처리 문제가 핵심 화두로 거론된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힐하우스는 창업주가 중국계 싱가포르인이다 보니 중국 자본 논란이 일기도 했다. 힐하우스가 이지스자산운용을 인수하면 국내 전략 인프라가 중국 자본의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국민연금은 힐하우스의 우선협상자 선정을 전후로 이지스자산운용 자산 회수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힐하우스는 미국 예일대학교 기금을 바탕으로 설립된 글로벌 투자사고 중국 LP 비중도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드시 중국 자본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여론이 시끄러워질 경우 당국의 승인 심사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계약금 처리 문제도 남는다. 통상 M&A에선 정부 당국의 승인 여부는 '인수자'의 부담으로 두는 경우가 많다. 인수자가 당국의 승인을 얻는 데 실패하면 이미 납부한 계약금을 놓고 발을 빼기도 한다. 우리금융지주의 동양생명 인수 역시 당국 승인을 얻지 못할 경우 계약금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진행됐다.

    다만 동양생명 M&A는 매각자가 중국 정부 측이고, 인수자가 대형 금융지주라 승인 전망이 밝았다. 이지스자산운용 M&A는 개인이 매도를 주도하고, 인수자는 해외 투자사라 승인 심사의 난이도가 훨씬 높다. 1조원 이상의 가격을 제시한 힐하우스가 승인 여부에 1000억원대 계약금(10%)을 걸기는 부담스럽다.

    이러니 힐하우스에선 매도자 측에 "대주주 변경 승인을 얻지 못할 경우 계약금을 돌려줄 수 있느냐"는 문의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매도자 측에선 인수자의 부담을 나눠질 이유가 없다 보니 평행선을 달리는 분위기다. 이 문제가 확실히 조율되기 전에는 SPA 체결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 거래 관계자는 "힐하우스는 당국의 승인 획득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라며 "매도자 측에 승인이 나지 않더라도 계약금을 돌려줄 수 있느냐는 문의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 사이 다른 원매자의 움직임이 주목받았다. 칼라일그룹은 본사 주도로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를 검토했다. 지난달부터 한 달 가까이 매각 주관사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실사를 진행했는데, 이후 적극적인 참여 의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수백 곳의 사업장을 들여다 보기엔 시간이 부족했고, 글로벌 투자사의 눈높이에선 부실 자산도 많았을 것이란 평가다.

    최대주주 측의 매각 의지는 여전히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힐하우스와의 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 재입찰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도 거론한다. 흥국생명과 한화생명 등 과거 인수 후보들이 다시 참여할 수 있지만, 기존 입찰 결과를 승계하는 방식보다는 기존 주관사가 새롭게 경쟁입찰을 진행하는 방식이 유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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