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끊이지 않는 SK그룹, '최창원 장기 치세' 불가피
입력 25.06.09 07:00
취재노트
이차전지 장기 부진에, SKT 해킹 사고까지
1년반 최창원 체제서 리밸런싱 성과냈지만
아직 과제 산적…단기간 위기 탈출 어려워
임기 2년 예상됐지만 3년 이상으로 늘 수도
  •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2023년 12월 정기인사를 통해 SK그룹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조대식 의장으로부터 자리를 물려받아 대대적인 혁신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수년간 투자한 건들을 전수조사하고 전 계열사에 강도 높은 운영개선(OI)을 요구했다. 부진한 계열사의 수장이 바뀌고 임원들의 수도 줄어들었다.

    당초 최창원 의장의 임기는 2년이 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당시 SK그룹이 재무 위기를 겪고 있었지만 좋은 자산들이 많고 개선 의지가 강한 만큼 그 정도 기간이면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최 의장이 전면에 크게 드러나는 것을 선호하지 않다 보니 할 일을 마치면 곧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란 시각도 있었다.

    SK그룹은 '최창원 체제'에서 여러 사업재조정(리밸런싱) 성과를 냈다. 비주력 사업과 해외 자산들을 정리하고 재무적 투자자(FI) 자금 상환 방도도 차차 찾고 있다. 작년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쳐 재무 완충력을 보강했고, SK온과 SK에코플랜트에 알짜 계열사를 붙여 현금창출력을 강화했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전격적인 조치였다. 최창원 의장은 돌다리도 두드려 신중하게 일을 처리하는 성향으로 알려졌지만 그룹의 상황이 급한 터라 신속하게 의사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평가다.

    이전 SK그룹보다는 발걸음이 경쾌해졌지만 갈 길은 멀다. 무엇보다 이차전지 장기 부진이 뼈아프다. SK이노베이션의 덩치가 커졌고, SK온도 재무적 지원을 받았지만 그 정도로는 캐즘 영향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고 재무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 그룹 캐시카우였던 화학과 제조 계열사들의 부진도 고민이다.

    최근엔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까지 발생했다. AI 기업을 자처하면서 기본인 보안도 지키지 못했다. SK텔레콤은 SK그룹이 휘청이는 중에도 따박따박 현금을 벌어들이며 중심을 잡아주고 있었는데, 해킹 사태로 영업 기반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대선을 앞두고 대형 사고가 터져 시기도 좋지 않다.

    SK그룹으로선 근본적인 고민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 걱정까지 얹어졌다. SK이노베이션 LNG 밸류체인 유동화, SK온 FI 자금 조기 상환, FI 유치 기업의 상장(IPO) 등 중장기 과제도 많다. 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룹의 수장을 바꿀 수 없다. 최창원 의장 체제가 3년 이상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어 최창원 의장이 자리를 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 의장이 3년까지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창원 의장은 SK디스커버리라는 자기 사업이 있지만 웬만한 SK그룹 중소 계열사보다도 덩치가 작다. SK그룹이라는 큰 배의 선장을 계속 맡는 것이 나쁠 게 없다는 지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서도 믿을 만한 친족이자 그룹의 어려운 결정을 도맡아주는 최 의장이 당분간 자리를 지키길 바랄 만하다.

    최창원 의장이 주도할 6월 경영전략회의에 어떤 안건이 오를 것이냐에 관심이 모인다. 작년엔 리밸런싱과 운영개선, 신사업 개척 방안에 대한 검토가 주를 이뤘는데 올해는 리밸런싱 성과 평가와 추가 실천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텔레콤 해킹 사태 해결 대책도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