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해시드 시절 '스테이블코인' 보고서 살펴보니...'비은행ㆍ민간PG' 강조
입력 25.06.10 07:00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해시드오픈리서치 재직
해시드리서치, 지난달 '은행 중심 모델' 실패 언급
비은행, 민간결제사업자 중심 모델 정책 제언
"미래 경제 뒷받침할 새로운 형태의 화폐 필요"
  • 국내 증시에 '김용범 테마주'가 떠오르고 있다.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 초대 대통령실 정책실장으로 임명되며, 그가 한 가상화폐 씽크탱크 재직 시절 주장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테크기업들에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김 실장은 공무원 퇴임 후 최근까지 가상자산 싱크탱크인 '해시드오픈리서치(HOR)' 대표로 재직해왔다. 해시드오픈리서치는 지난 3월과 5월, 정책제안 자료를 발간하며 비은행 및 민간결제사업자 중심의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강조했던 바 있다. 최근 스테이블코인 수혜주로 카카오페이와 코나아이 등이 언급되며 주가가 급등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임명했다. 김 실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기재부 1차관 및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2022년부터는 국내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의 싱크탱크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를 역임했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선 이례적인 행보였다. 김 실장은 당시 국내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고, 관련 법 제정을 통해 독자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시드오픈리서치는 지난 3월 '원화 스테이블코인 필요성과 법제화 제안' 보고서에서 "미래 경제를 뒷받침할 새로운 형태의 화폐가 필요하며, 스테이블코인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제도적·정책적 고민과 연구, 그리고 혁신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장점으론 ▲저렴한 비용 ▲거래 속도 ▲무허가성 ▲프로그래밍 가능성 등을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자결제 대행(PG)사인 스트라이프의 경우 스테이블코인 결제 수수료로 1.5%를 부과하는데, 카드 결제 수수료보다 30% 저렴한 수준이다. 2~3영업일이 필요했던 국제송금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따라 수분 내로 단축될 것으로 봤다.

    특히 해시드오픈리서치는 은행·정부 중심의 통화 시스템에서 벗어나 민간 테크기업에 길을 열어줄 것을 제안했다. 앞서 은행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 일본과 유럽 등은 시장의 실질적 확장에 실패했다고 본 것이다.

    해시드오픈리서치는 지난 5월 '디지털 G2를 위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설계도' 보고서에서도 "은행 중심 국가 기반 모델은 민간 참여 유인이 약하고, 글로벌 디지털 자산 생태계와의 호환성도 낮다"며 "이런 시행착오와 구조적 한계를 면밀히 분석하고 학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은행과 핀테크·증권, 테크사의 공동참여를 제안했다. 예를 들어 시중은행 A가 원화예금 100억원을 신탁하면 핀테크 B사가 블록체인 발행시스템을 운영하고, 커스터디사 C가 모니터링을 맡는 식이다.

    커스터디는 스테이블코인을 수탁 관리하는 기업을 뜻한다. 개인 사용자는 통상 스테이블코인을 지갑에 보유하지만, 기관투자자나 기업은 전문 커스터디 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해시드리서치 시절 내놓은 주장들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스테이블코인' 테마주의 강력한 근거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은행이며, 결제 인프라를 갖춘 민간 사업자인 카카오페이와 코나아이 등이 수혜기업으로 떠오른 것이다. 카카오페이의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은 작년 기준 42.4%로 압도적 1위다. 계열사인 카카오뱅크는 은행업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어 신탁업 등이 가능하고, 카카오는 자회사 '그라운드엑스'를 통해 가상화폐 클레이튼 생태계를 운영하고 있다. 

    코나아이는 국내 1위 지역화폐 운영사로 이재명 대통령이 전 국민에 지역화폐 지급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더욱 관심을 받았다. 경기도를 중심으로 광역 지역화폐 결제 플랫폼을 갖춘데다 이를 운영하는 노하우를 쌓고 있고, 지난 2022년에는 블록체인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관련 생태계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HOR이 제안했던 대로 은행·커스터디·기술사업자의 협력구조가 완성되면 이미 오프라인 결제 인프라를 구축한 기업이 유리할 것"이라며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시너지와 클레이튼 메인넷까지 보유한 카카오그룹과, 지역화폐를 통해 PG 인프라를 이미 구축했고 블록체인 사업 경험도 갖춘 코나아이가 주목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기대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당장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갑론을박이 이뤄지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원화 가치의 방어를 위해 유용하다는 입장과, 원화 가치를 오히려 떨어뜨릴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해시드오픈리서치가 제안한 민간 중심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역시 향후 첨예한 대립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영역이란 평가다. 당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화폐의 대체재이므로 비은행 기관이 마음대로 발행하면 통화정책 유효성을 상당히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위믹스 코인 퇴출이나 루나 코인 사태에서 보듯, 민간기업이 일종의 '발권력'을 잘못 활용하면 금융시장에 상당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며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한국은행의 발권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쉽게 허용될 성질의 정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