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 웹툰 분리매각 가능성 부상…주주 동의는 관건
입력 25.06.10 07:00
웹툰·엔터 다른 사업구조…분리매각 나설수도
'너무 높은 몸값'에 IPO도 통매각도 쉽지 않아
'웹툰' 보고 투자한 투자자들, 동의 어려울듯
  •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의 일부 사업 부문 분리 매각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최근 들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덩치가 큰 전체 회사보다 핵심 수익원으로 평가받는 ‘웹툰’ 중심 스토리 사업만 따로 매각하는 시나리오가 물밑에서 거론되는 분위기다.

    8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중심으로 카카오엔터 매각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기업가치가 10조원을 넘는 카카오엔터를 통매각하기에는 인수여력이 있는 후보가 드물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성과 성장성이 검증된 웹툰 부문만 분리해 매각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부상 중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전체 회사를 인수하기엔 너무 덩치가 크고, 엔터 사업 특성상 인력 관리나 조직 통합에 부담을 느끼는 곳이 많다”며 “이에 비해 웹툰은 글로벌 확장성이나 플랫폼 기반 수익구조가 명확해 관심이 집중된다”고 말했다.

    카카오엔터는 2021년 카카오M과 멜론컴퍼니를 합병하며 콘텐츠와 음원, 매니지먼트 등을 아우르는 종합 엔터사로 출범했다. 이후 카카오와 함께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사업을 확장했고, 2023년 외부 투자 유치 과정에서 11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웹툰과 웹소설 등을 포함하는 스토리 콘텐츠 부문은 이 가운데서도 핵심으로 평가된다. 카카오에 따르면 해당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8643억원에 달하며, 전 세계적으로 시장 수요가 증가하는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엔터는 사업 확장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최근 수년간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카카오가 ‘쇄신경영’에 들어가며 컨설팅 과정을 거쳤고, 엔터 사업이 그룹 내 ‘비핵심자산’으로 분류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카카오는 ‘AI(인공지능)’ 사업 육성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카카오엔터는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며, 2023년에는 사운디스트 엔터테인먼트, 알에스미디어, 레전더리스 지분 매각과 더불어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의 한국 법인을 정리했다. 드라마 제작사 크래들스튜디오와 크로스픽쳐스도 같은 해 청산됐다.

    올해 들어서도 정리 작업은 이어지고 있다. 음악 레이블 아이에스엔터테인먼트, 웹툰 제작사 넥스트레벨스튜디오를 청산했고, 태국, 인도 등 아시아 지역 법인들도 순차적으로 정리 중이다. 최근에는 아이돌 그룹 QWER의 소속사인 쓰리와이코퍼레이션 지분 50%를 매각한 데 이어, 잔여 지분도 연내 정리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카카오엔터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 간 이해관계 조율이 향후 거래의 핵심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엔터 지분의 66.03%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앵커에쿼티파트너스(12.42%), 사우디 국부펀드(PIF, 5.1%), 싱가포르 국부펀드(GIC, 5.1%), 텐센트(4.61%) 등 글로벌 투자자들이 나머지를 나눠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투자자들이 웹툰 부문을 핵심 가치로 보고 투자한 경우가 많아, 해당 자산만 별도로 매각할 경우 주주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투자자가 ‘웹툰 없이 남은 회사’의 가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M&A 업계 관계자는 “웹툰만 떼어 팔 경우, 투자자들의 동의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며 “다만 설득이 가능하고 인수의지가 확실한 원매자가 존재한다면, 분리매각은 충분히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