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른 방산업계, 이재명 정부서 풀어야 할 숙제들 산적
입력 25.06.11 07:00
KDDX·무인차량 사업, 새 정부서 판가름
정부 결정 따라 사업 주도권 갈릴 전망
정부 정상화 및 방산 수출 컨트롤타워 강화에
폴란드·루마니아 수출 계약 재개 기대감도
  • 새 정부가 들어서며 방산업계는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정부 공백으로 주요 사업들의 결정이 미뤄졌고 이로 인해 해결이 시급한 과제들이 쌓인 상태다. 방산업계는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정부로선 출범 이후 정리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4대 방산 강국(G4)' 육성을 국정 과제로 제시해 왔다. 방산 수출 전담 컨트롤타워 신설, R&D 세액감면, 부품 국산화, 항공엔진 독자개발 등 방산 전반에 걸친 정책이 공약에 포함됐다. 방위산업 담당 조직을 국가안보실에서 경제수석실 산하로 이관하겠다는 계획도 담겼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날인 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일 대비 0.6% 상승한 84만원에, 한국항공우주(KAI)는 3.94% 오른 8만7100원, LIG넥스원은 1.12% 오른 45만2500원에 마감했다. 현대로템은 2.5% 뛴 15만5800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선 새 정부 기조에 기대감을 보이지만 정부로선 풀어야 할 현안들도 적지 않다. 국내 사업에서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맞붙은 KDDX 사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이 경쟁 중인 다목적무인차량 사업이 대표적인 갈등 과제로 꼽힌다. 두 사업 모두 국내 실적이 향후 수출 전략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업체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어떤 방식으로 결론이 나든 특정 업체에 유리한 구조가 될 수밖에 없어 시장에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일부 증권가에선 KDDX 사업자 결정 방식이 기업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방사청 관례상 HD현대중공업이 후속 사업을 가져가는 흐름이었지만, 일부를 한화오션이 나눠 갖게 될 경우 시장에선 이를 한화오션에 대한 호재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에 따라 방사청 내부 인사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KDDX와 다목적무인차량 등 주요 사업은 관련 부처 및 기관의 인사와 일정이 마무리된 후 본격적인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사업에서의 업체 간 갈등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사업조정제도를 시행할 경우 일정 부분 정리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또, 방사청의 역량이 제고되면 의사결정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경쟁이 붙은 주요 사업들에선 입찰 기준이 불분명해 혼선이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 대통령 주재 전략회의와 같은 정례 회의체가 가동되면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고 범부처 간 조율이 수월해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수출 계약의 경우 논의에 다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 정부가 무기 구매국들과의 외교적 신뢰를 새롭게 구축해 나가는 데 일정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기 구매국 사이에선 한국은 '무정부 상태'의 국가라는 인식이 있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러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수출 협의와 체결 과정에서도 다시 정상적인 외교 루틴이 작동할 수 있게 됐다. 

    장기간 지연됐던 폴란드와의 K2 전차 2차 계약은 성사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폴란드 역시 지난 2일 카롤 나브로츠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정국이 안정 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폴란드 측은 한국의 정치 상황을 고려해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마니아와의 K2 전차 수출 협상도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작년 12월 국방위원장은 K2전차 수출 논의를 위해 루마니아 출장 계획을 세웠지만, 루마니아의 정치 불안과 국내 계엄령 논의가 겹치며 일정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루마니아 정국이 안정되면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며 "해당 국가는 러시아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안보 여건 변화에 따라 계약이 급박하게 추진될 수도 있고 반대로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동 국가들과의 협력 또한 가속화할 가능성 있다. 사우디아라비아·UAE 등은 국가 간 외교적 접촉이 수출 계약의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동 지역은 사업 자체보다도 정부 간 조율과 메시지가 중요하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며 수출 계약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