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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 기대감으로 지주사 주가가 오르며, 금융지주 주가 역시 덩달아 급등했다. '주주권 강화' 수혜가 '대표 배당주'인 금융지주에도 미칠 거라는 기대감이 작용하면서다.
막상 금융지주들은 난감한 표정이다. 이들은 이미 자본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의 주주환원책을 펼치고 있어, 주주들에게 추가적인 '당근' 제공이 어려운 상황인 까닭이다. 오히려 새 정부가 상생금융 및 배드뱅크에 은행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는 분위기로 인해 수익성 저하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주요 금융지주 주가는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큰 폭으로 뛰었다. 이날 '대장주' KB금융 주가는 취임 직전인 2일과 비교해 10.8%, 신한지주는 9.13%, 하나금융은 11.85%, 우리금융은 8.52% 상승했다.
은행주 주가 상승의 배경 중 하나로 새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상법 개정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안이 주주가치 강화를 우선으로 하고 있는 만큼 밸류업 정책에 따르는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에도 더 많은 동력이 생길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단 해석이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주주가치 상승 수혜주'로 금융지주를 꼽으며 매수를 권유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부 자산운용사의 경우 상법개정안 이슈를 자사 배당주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은 물론, 새 정부가 이른바 '저(低) PBR주'에 대한 주가 제고 정책에 적극 나설 거라는 전망 덕분에 금융지주에도 투심이 쏠린 것"이라며 "공약집 및 현재 발표된 정책만으로는 금융지주 주가에 도움될 사안이 많지 않은데, 코스피가 전체적으로 상승하며 금융지주 주가 역시 분위기를 잘 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작 금융지주 내부에서는 '왜 주가가 오르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새 정부는 금융지주의 핵심 자회사인 은행의 공적 역할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까닭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당시 주요 공약으로 포용금융 확대와 소상공인 금융부담 완화 등의 금융 정책 추진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새 정부 역시 이전 정부와 다르지 않게 관치(官治)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23년 은행이 일정 수준 이상의 이자수익을 냈을 경우 부담금을 징수하는 '횡재세'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 공약집에 횡재세가 포함되진 않았지만, 은행의 공적 역할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일정부분 수익성을 포기해야 하는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당장 이대로라면 이전 정부 당시보다 '상생금융'에 대한 재원 부담이 훨씬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앞서 은행들은 윤석열 정부 당시 상생금융 시즌 1·2를 통해 4조원 이상의 재원을 투입한 바 있다. 최근 대표적 자영업 업종인 소매음식점 폐업률이 20%를 넘어서며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상생금융 규모는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새 정부가 추진 중인 배드뱅크에도 일정부분 출자가 불가피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새 정부는 '배드뱅크'를 설립해 소상공인 등의 부실채권을 인수, 소각하는 방식으로 민간 부채를 탕감하려는 정책을 추진 중인데, 이 배드뱅크에 민간 은행들의 출자를 받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 이번 배드뱅크의 주 대상이 되는 만기 코로나19 지원 금융 만기 도래 규모는 47조원에 달한다.
추가적인 주주환원 여력도 한계에 달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현재 4대 금융지주의 연간 평균 주주환원율은 35%에 가까운 상황이다. 자사주 소각 및 배당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분기 배당을 실시하며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가 가능한 수준에서 이미 최대폭의 환원을 진행하고 있다. 주주 가치를 존중하라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추가적인 환원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부 기조와 최근 금융주 주가 상승 사이에 '동상이몽'이 엿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상법 개정안은 주주에게도 충실 의무를 다하라는 내용이 골자다. 금융지주가 주주들에게 충실 의무를 다하려면 '공적 기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은행의 공적 기능을 강조하고 있는데, 투자자들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은행의 공적 기능이 줄어 수익성이 좋아질 거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 은행에 대한 공적 역할과 상법개정안의 취지가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라며 "은행은 다른 회사와 달리 공적인 측면이 있다고 보기 때문인데 어떻게 풀어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정부 들어 상법개정 기대감에 주가 '들썩'
상법 개정 시 공적역할 위축 기대감도 한몫
실제 공약은 은행권 역할 '확대'…"상법 취지와 상충"
상생금융ㆍ배드뱅크에 출자 부담 커질 듯
상법 개정 시 공적역할 위축 기대감도 한몫
실제 공약은 은행권 역할 '확대'…"상법 취지와 상충"
상생금융ㆍ배드뱅크에 출자 부담 커질 듯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6월 10일 17:0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