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정평시즌 앞둔 롯데, '부정적' 신용도 하방 압력 여전
입력 25.06.12 07:00|수정 25.06.12 07:07
6월 말 기점 신용평가 3사 정기평가 마무리
롯데건설·케미칼·지주, 세 곳 모두 '부정적' 꼬리표
롯데케미칼 등급 하락시 계열통합신용도 하락 우려
  •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상반기 정기평가가 이뤄지는 가운데 롯데그룹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롯데건설의 경우 지난 2022년 등급전망(아웃룩) '부정적'이 달린 이후 3년의 시간이 흘러 다소 이례적인 상황으로 평가된다. 또 만일 그룹의 핵심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인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지주 신용도와 계열사 신용도에 줄줄이 악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국내 신용평가 3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는 지난 4월부터 상반기 정기평가에 들어갔다. 통상 6월말을 기점으로 기업들의 결산 실적을 반영해 정기 평정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그룹사별로 살펴봤을 때 일반회사채(SB) 기준 가장 많은 '부정적' 등급전망이 붙은 곳은 롯데그룹이다. 한기평 ▲롯데건설(A+) ▲롯데지주(AA-) ▲롯데케미칼(AA), 한신평 ▲롯데건설(A+) ▲롯데지주(AA-) ▲롯데케미칼(AA) ▲롯데물산(AA-) ▲롯데캐피탈(AA-), NICE(나이스)신평 ▲롯데건설(A+) ▲롯데지주(AA-) ▲롯데케미칼(AA) 순이다. 신용평가 3사 모두 롯데건설, 롯데지주, 롯데케미칼 등 세 곳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롯데건설의 경우 지난 2022년 말 신용평가 3사가 일제히 아웃룩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후 3년 내내 '부정적' 꼬리표를 달고 있어 다소 이례적인 상황으로 평가된다. 통상 신용평가사는 아웃룩을 부여한 이후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반가량 추이를 분석해 등급 조정에 나서기 때문이다.

    한 신평사 임원은 "아웃룩을 붙인 다음 보통 1년반 정도를 평균으로 레이팅 액션이 이뤄지고, 드물게 2년까지 가는 경우도 있긴 하다"며 "롯데건설은 지난 3년간 회사의 자구책 등 여러가지 방안을 제시해왔다. 이를 기반으로 신평사도 정기평정을 실시할 것"이라고 답했다.

    롯데건설은 계열사 지원으로 도급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모를 대폭 줄였으나, 해당 리스크가 위험 수준이 높은 미착공 PF로 전이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신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도급사업 PF 물량은 3조2000억원으로, 2022년말(5조7000억원)과 비교했을 때 43.8%가량 감소했다. 다만 미착공 PF 규모가 2조2000억원에 달해 재무부담은 여전하다는 우려다.

    또 홈플러스 사태에 따른 PF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도 있다. 롯데건설은 홈플러스 매장의 후순위 차입금에 대해 보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평사 연구원은 "최근 홈플러스 이슈에 따른 롯데건설의 우발채무 위주로 살펴보고 있다"며 "미분양 때문에 나타나는 운전자본 부담도 큰 편"이라고 짚었다. 또 다른 연구원은 "분양률이 저조해 공사 미수금이 쌓이고, 아직 받지 못한 돈인 매출채권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신용평가사 측에 '부정적' 아웃룩이 부여된 2022년보다 PF 관련 우발 채무 규모가 감소했으며, 지난해 말 불거졌던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론이 해소됐음을 적극적으로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롯데케미칼의 정평 결과에도 시선이 쏠린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신용평가 3사의 등급 하향 트리거를 모두 충족한 상태다. 각 사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공통적으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지표를 제시했다.

    신평사들은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주력 계열사들의 자체신용도 가중평균으로 롯데그룹 통합신용도를 산출한다. 이들 계열사 중 롯데케미칼의 그룹 내 기여도가 가장 크기 때문에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하락은 계열통합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계열통합신용도는 지주회사인 롯데지주 신용도의 근간이 된다. 롯데케미칼의 등급이 하락할 경우 롯데지주의 등급도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문제는 롯데케미칼이 지난 2023년 4분기 이후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는 등 업황 반등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신평사들도 업황 개선 없이는 근본적인 신용도 회복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신평사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최근 실적과 향후 업황 전망을 감안해 이달 내에 판단을 내릴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