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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이 연초부터 발 빠르게 조달한 덕분에 당장의 재무적 걱정은 떨쳤다. 그러나 그룹 차원에서 포트폴리오 고민은 커지고 있어 이재명 정부의 정책 지원이 필요할 거란 전망이다. 지난 탄핵 정국에서 어려운 산업에 관한 정책 판단이 늦어진 바, 이번 새 정부에서 정책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LG그룹의 부담이 줄 거란 평가다.
국내외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LG그룹은 차질 없이 자금 조달을 완료했다. 2월에는 LG CNS가 올해 첫 기업상장(IPO)에 나서며 약 1조원을 조달했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은 1조6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작년에 이어 공모채 단일 발행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5월에는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담보로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교환사채(EB) 발행했다. LG전자는 인도법인 IPO 작업을 일시 중단했지만 적절한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
조달 문제는 한시름 덜었지만 사업 포트폴리오에 관한 고민은 커질 거란 평가다. ㈜LG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1년 2조4601억원 ▲2022년 1조9414억원 ▲2023년 1조5890억원 ▲2024년 9668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매출은 7조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차전지로 체질을 전환한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부진이 큰 고민이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업황의 침체가 길어지고 중국발 공급 과잉, 중동 지역의 공급 확대 등으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미 석유화학 산업은 구조조정 시기를 놓쳐 헐값 매각 외에는 탈출 전략이 안보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통 핵심 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성이 떨어지는데, 이차전지 등 신사업 부문에서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1분기에만 1조8910억원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만들어냈지만, 설비투자 등으로 3조8550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현금을 확보해 어려운 상황을 버티려고 하지만 자산 매각이 늦어지고 있다. 쿠웨이트 PIC와 협상하던 여수 NCC(나프타분해시설) 2공장, 미용 필러를 제조하는 에스테틱사업부 등 비주력 사업부 매각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담수처리 사업인 워터솔루션 부문 매각은 글랜우드PE와 협상이 이뤄지고 있지만 양수도계약인 만큼 기존 직원의 고용 승계 문제가 남아있다.
업황이 살아날 때까지 계속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만큼 석유화학 업계는 새 정부가 정책적 지원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석유화학 특별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별법 제정과 집중 지원으로 정부 주도의 구조 재편, R&D와 친환경 고부가 스페셜티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아직은 원론적인 공약에 불과해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 정부의 산업경제 정책 우선순위가 AI와 반도체에 몰려있어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 또한 회복 시점을 점치기 어렵다. 2021년 3조5000억원에 그쳤던 설비투자(CAPEX)는 2022년 상장 후 ▲2022년 6조2000억원 ▲2023년 10조원 ▲2024년 13조원으로 꾸준히 확대했다. 그러나 전방 시장인 전기차 시장의 부진이 이어지자 이차전지 기업은 공급과잉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고객사의 전기차 경쟁력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국내 배터리 3사의 부진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전기차 시장 수요부진(캐즘)이 2026년 이후에나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업체의 리튬철인산(LFP) 시장은 포화 상태라 국내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4대 전략 산업 중 하나로 배터리를 꼽았다. 구체적 배터리 산업 육성 공약에는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핵심 배터리 기술 R&D 전폭 확대 및 정책 금융 지원 추진 ▲배터리 세제지원 강화 ▲충청·영남·호남권을 거점으로 삼은 배터리 삼각 벨트 조성 ▲에너지 고속도로와 연계한 ESS 보급 및 분산형 전력망 구축 ▲사용후 배터리 산업의 전략적 육성 등이 포함됐다.
중국에서 이차전지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정부가 이차전지를 국가 전략 사업으로 지정하고 지원에 나섰던 점이 꼽힌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한국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뒷받침되기 전까지는 정책 지원의 효과가 퇴색할 거란 평가도 나온다. 미국 정부의 현지 생산세액보조금(AMPC) 축소 가능성이 이어지고 있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LG는 구광모 회장이 2018년 취임한 이후 그룹 차원에서 AI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LG AI연구원은 2020년 출범해 AI R&D에 집중하고 있다. LG CNS는 올해를 AI 전환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특히 구 회장은 최근 AI 데이터센터를 새 먹거리로 삼으며 AI 역량을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AI를 세계 경제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보고 첫 대선 공약에서부터 100조원에 달하는 AI 투자 등을 약속했다. 이외에도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통한 'AI 고속도로' 구축 및 국가 혁신거점 육성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개 이상 확보와 국개 AI데이터 집적 클러스터 조성 등을 공약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일단은 이 대통령이 친기업 행보를 나서고 있어 예상과 달리 기업에 족쇄를 채울 것 같은 분위기가 아니다"며 "이에 기업들은 새 정부의 지원 정책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라 말했다.
LG화학·LG엔솔 부진 가장 큰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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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6월 0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