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선행매매 엄벌 선포한 李정부…묵힌 의혹들 수사 불붙나
입력 25.06.17 07:00
"원스트라이크 아웃 도입"…'불공정 거래' 엄벌 예고
'의지 있어도' 적극 나서지 못한 당국, 분위기 변화?
카카오-SM엔터 등 앞선 '미해결' 의혹들도 속도낼까
  •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자본시장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주가조작·선행매매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당국의 수사 기조가 달라질 가능성이 주목된다. 속도를 내지 못했던 주요 의혹 사건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11일 이재명 대통령은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새 정부는 주가 조작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에는 불공정거래 행위로 적발되더라도 과징금이나 가벼운 처벌에 그쳐 재범이 빈발했다. 향후에는 한 번의 위반만으로도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부당이득에 과징금을 물려 환수하는 등 불공정거래 행위자를 엄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신종 수법에 대응해 주식 불공정거래를 조속히 적발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신속한 조사를 위해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정부에서 ‘주가조작’에 관한 당국의 입장이 강경하긴 했지만, 사실상 수사가 속도를 내고 엄벌에 나선 사례는 많지 않다는 평이다. 

    느슨해진 관리·감독 하에서 코스닥 시장은 사실상 기업사냥꾼들의 ‘놀이터’가 됐다는 평이 많았다. 코스피 시장에서도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고려아연과 MBK의 경영권 분쟁 등 굵직한 건들에서 항상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전에도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등 관련된 당국 관계자들의 주가조작 및 선행매매와 관련된 수사에 대한 ‘의지’는 높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전 정권에서는 여러 정치적 환경으로 인해 적극적인 수사 강화에 나서기 어려웠다는 전언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는 당국이 움직일 수 있는 보폭이 커졌다는 평가다. 앞서 주가조작 및 선행매매 의혹이 나왔던 건들과 관련한 수사도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현 정권의 인사들은 주식시장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란 인식이 있기 때문에, 최근에 당국 관계자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느껴진다”라며 “대충하는 것은 통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다들 진영을 재정비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 초 ‘한동훈-이정재 테마주’로 알려진 와이더플래닛(현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주식 불공정 거래 의혹 등과 관련해 사정당국이 사실관계 조사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해당 주식과 관련해 시장에서 불공정 거래를 단행한 세력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당국이 조사에 나선 바다. 해당 사건은 금융감독원 조사1국에서 담당 중이다.

    재판이 진행 중인 이슈들도 관심이다.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와 관련한 시세조종 혐의로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등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관련 공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이달 13일 공판에 이어 20일에는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예정돼 있다.

    애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증인 신문이 계획됐으나, 불출석 사유서 제출로 일정이 변경됐다. 재판부는 방 의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다음 달 11일로 다시 지정했으며, 그가 또다시 출석하지 않을 경우 김범수 창업자, 홍은택 카카오 전 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등을 신문할 방침이다.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도 여전하다는 평가다. 현재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다수의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소·고발된 상태다. 

    고려아연의 PEF 원아시아파트너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카카오와 공모해 SM엔터 주식을 고가에 대거 매입해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고려아연 자금 약 1000억원이 출자된 하바나1호의 경우, 직접적으로 SM엔터테인먼트 주식에 대한 고가 매수 및 시세조종에 활용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공정 거래에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은 모든 정부가 공통적으로 강조해온 사항이지만, 현 정부 초반에 이 같은 부분을 콕 집어 지적한 만큼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작년에 이슈가 됐지만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사안들에 대해서도 보다 엄격한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