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접점 늘리는 빗썸…에쿼티 투자 '큰 손'으로 떠오를까
입력 25.06.24 07:00
투자시장과 접점 확대…최근 M&A 조직 정비도
유연한 리스크 기준·빠른 의사결정 구조 주목
신흥 LP 부상 가능성?…IPO 앞둔 적극 행보 해석
  •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에쿼티(지분)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투자 시장과의 접점을 강화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투자 행보는 제한적이지만, 실적 개선으로 자금 여력이 확보되면서 출자 확대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빗썸이 기업공개(IPO) 준비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사업 투자 등을 통해 자산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19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빗썸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투자업계와 접촉하는 등 에쿼티성 출자 기회를 적극적으로 살피는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 규모가 수십억에서 수백억으로 '대규모'는 아니지만, 적극적인 행보에 투자규모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근 빗썸은 실적 반등으로 투자 여력도 커졌다는 평가다. 2023년에는 매출 1,358억 원, 영업손실 149억 원, 당기순이익 243억 원을 기록했다. 2024년에는 매출 4,963억 원, 영업이익 1,307억 원, 당기순이익 1,618억 원으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2025년 1분기에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1,947억 원, 영업이익은 9.3% 늘어난 678억 원을 기록했다.

    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빗썸이 활발하게 에쿼티 투자에 나서려는 분위기”라며 “실적 반등으로 이익이 나고 있고, 코인 거래소라는 업권 특성상 리스크에 대한 기준이 금융권과는 달라 빠른 투자 의사결정이 가능한 만큼, 향후 출자 규모를 더 늘릴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가 아닌 만큼, 빗썸은 내부 투자 심의 절차가 복잡하지 않아 수십억 원 규모의 투자 결정이 며칠 만에 이뤄지기도 한다고 전해진다. 투자 관련 업무는 증권사 등 기존 금융권 출신 인력들이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수합병(M&A)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신사업 투자를 위한 진영을 정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빗썸은 지난 3월 신사업 발굴을 위해 인적분할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존속법인 빗썸코리아는 기존 거래소 운영을 담당하고, 신설법인은 지주사업, 전략적 투자, 부동산 임대업 등을 맡는 구조다. 

    앞서 빗썸은 4월 말 거래소 부문과 기타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하는 계획을 증권신고서를 통해 공개했으나, 금융감독원은 설명 미흡을 이유로 정정신고를 요구했다. 인적분할은 상장을 위한 사전 작업이지만, 일정보다 늦어지면서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추진하던 상장 계획은 다소 불투명해졌다. 업계에서는 빗썸이 내년 상반기 IPO 절차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IPO를 앞두고 내부 정비와 사업 다각화, 자산가치 제고에 집중하는 흐름으로도 해석된다. 빗썸은 올해 처음으로 공시대상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빗썸의 VC 투자는 2018년 설립된 ‘빗썸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진행 중이다. 거래소 수익을 활용한 장기 포트폴리오 구성 전략을 기반으로 한다. 암호화폐보다는 미래 기술이나 제조 기반의 유망 기업에 집중해 왔다. 이외에도 바른손, 티앤알바이오팹(T&R Biofab) 등 상장사 교환사채(CB)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에쿼티성 투자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투자 시장에서는 최근 금융권 등 기관투자자(LP)들의 출자 문턱이 높아지면서 코인 거래소가 새로운 LP로 부상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감사원 등 당국의 감독 강도가 높아지며 공제회나 연기금은 에쿼티성 투자에 소극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PEF나 VC 출자가 대부분 콘테스트 방식으로 이뤄지면서 중소형사들이 기회를 얻기 어려워지는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공제회뿐 아니라 캐피탈사, 저축은행 등 기존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에쿼티 투자를 해왔던 금융사들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의 여파로 여력이 줄어든 상태이며, 일부는 올해 PE 투자 자체를 사실상 중단한 상황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책적으로 스테이블코인 등 코인업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두나무와 빗썸 모두 상장 적기라는 기대감이 반영되며 비상장 주가도 크게 올랐다”며 “이들은 외부 자금 유치보다는 자체 수익을 기반으로 사업 다각화와 자산 가치 확보에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