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커버에 분주한 IB들…타겟은 보스턴다이내믹스와 그 이후
입력 2026.04.02 07:00

글로벌 IB, 거래 침체 속 현대차 적극 행보 주목

승계 핵심 자산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이 핵심

수수료 외에 잠재 현대차 일감까지 독식 기회

미국계 IB 비롯 관계 있는 곳들 물밑 주관 경쟁

  •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현대자동차그룹 관련 거래를 선점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수년간 조직과 사업 전선을 정비한 현대차그룹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특히 승계와 맞물린 핵심 자산인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IPO) 가능성이 부각하면서 IB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작년 IB들은 대기업 관련 거래나 크로스보더 등 거래에서 존재감을 보였다. 올해는 증시 호황 속에서도 일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다. 반도체, 방산 등 일부를 제외한 대기업들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고, 사모펀드(PEF)들도 주춤한 탓이다. 일감이 많지 않다면 일부 랜드마크 거래나 핵심 대기업 등 '놓치면 안 되는' 곳에 집중할 필요성이 커졌다.

    현대차는 IB들이 가장 주목하는 기업 중 하나다. 현대차는 2020년 이전엔 글로벌 수요 부진 여파로 위기감이 컸지만 최근 수년간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외 보폭도 넓어졌다. 작년 선제적으로 미국 시장 확대에 나섰고, 2024년 인도 법인 상장에 성공했다. 연초 선보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그룹 주가를 한껏 끌어올렸다.

    현대차의 사업 조정 시계는 빨라졌다. 연초 장재훈 부회장 직속의 사업기획 태스크포스팀이 꾸려졌고, 최근 로봇·수소 사업을 총괄하는 상설 조직도 만들어졌다. 새만금 투자 청사진도 내놨다. 연초 현대제철이 현대IFC를 팔았고, 다른 계열사들도 비핵심 사업 매각을 타진하고 있다. 계열사의 부동산을 현대차로 모으기 위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글로벌 수위권 완성차 업체임에도 자본시장의 주목도가 높지 않았다. 주요 그룹들이 대내외 악재에 주춤한 사이 적극 움직이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IB들도 현대차를 주요 거래 공급원이 될 것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접촉하는 분위기다.

    IB들이 가장 눈독 들이는 것은 역시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이다. 아틀라스 공개 후 상장 기대감이 커졌다. 아직 현대차에서 계획을 공식화하지는 않았는데, 연초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한 데서 상장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주관사 선정 등 상장 절차에 들어가 내년 상반기 증시에 입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당시 기업가치는 11억달러(약 1조6500억원)로 평가됐다.작년 계열사 추가 출자 금액을 감안한 그룹 내 평가 가치는 30조원 수준이다. 벌써부터 예상 기업가치가 수십조원으로 거론되는데, 일각에선 100조원을 훌쩍 넘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막대한 주관 수수료를 기대할 만하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사실상 원천 봉쇄된 중복상장 문제에서도 벗어나 있다. 상장을 통한 가치 입증, 대규모 투자금 확보 등에 대한 기대감 역시 크기 때문에 주주, 경영진, 투자자들의 이해관계도 부합한다. 글로벌 IB 본사 차원에서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그중에서도 비중이 미미한 한국 시장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한 IB 관계자는 "아직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 추진 움직임이 본격화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IB들이 주관 거래를 따내기 위해 현대차그룹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개인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승계 전략의 핵심으로 꼽힌다. 정 회장은 상장을 통해 개인적으로 대규모 현금을 마련하고 이를, 현대모비스와 그룹 내 지배력을 확대하는 데 써야 한다. 과거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실패했던 터라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닐 수 있다. 상장 성공 시 그룹과 오너 일가의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하게 된다. 앞으로 현대차그룹에서 나올 거래 주관은 따 놓은 당상이 된다. 현대차가 완성차 메이커에서 피지컬 AI 주도 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라 일감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와 거래 관계가 있는 IB는 모두 눈독을 들일 만하다. 

    과거에는 골드만삭스가 현대차와 가장 관계가 돈독했다. 2018년 시도한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주도했다. 이후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도왔고,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주관을 맡기도 했다. 정의선 회장의 정형진 전 골드만삭스 한국 대표(현 현대캐피탈 대표)에 대한 신임이 공고했다는 평가다. 

    최근엔 다른 IB들이 부상하는 모습이다. 현대모비스 램프사업부 M&A는 UBS와 모건스탠리가 관여하고 있다. 인도법인 상장 때는 HSBC, 모건스탠리,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JP모건 등이 주관사로 나섰다. 씨티는 앱티브와의 자율주행 합작사(JV) 설립 거래를 도운 바 있다. 정형진 대표는 2024년 현대캐피탈로 옮긴 후에도 다양한 IB를 대상으로 현대차그룹 전략과 관련한 의견을 묻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에선 미국계 IB들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소재 기업이고, 방위산업 관련 기술을 보유한 만큼 미국 당국과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오너 지분이 얽혀 있는 만큼 투자자가 납득할 만한 상장 논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 과제로 꼽힌다. 적대 국가 밖에서 로봇 산업에 높은 가치를 주는 투자자를 찾아야 하는 만큼 미국계가 아닌 IB가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

    다른 IB 관계자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은 로봇 산업 성장 전략을 어떻게 보느냐가 핵심"이라며 "미국 현지 시장과 당국을 어떻게 커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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