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發 PF 먹거리로 재부상한 스튜디오 개발…장기투자처 될 수 있을까
입력 25.06.25 07:00
안전 설비 갖춘 세트장 수요 증가에
스튜디오 개발이 대체 투자처로 부상
다만 임대 구조·공실 리스크 여전해
꺾인 콘텐츠 업황도 불확실성 요인
  • 스튜디오 개발사업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서 다시금 떠오르고 있다. 전용 스튜디오 공급이 여전히 부족한 데다, 방화·소방 등 안전설비를 갖춘 고사양 시설에 대한 제작사 수요가 높아지면서다. 다만 국내 콘텐츠 산업의 침체와 임차계약 구조의 불확실성이 공실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지목된다.

    물류센터, 오피스 등 전통적 상업용 부동산은 수익성이 떨어진 상태다. 물류센터에 대한 수요는 소폭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인허가 물량을 포함하면 공급이 여전히 포화상태다. 오피스는 중심업무지구(CBD)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신규 공급이 예정돼 공급과잉 우려가 크다. '전통자산'들이 조정기에 들어가자 새로운 PF 투자처로 스튜디오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암DMC와 가까운 파주·고양 일대는 스튜디오 개발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이다. 서울에서 차로 1시간 이내 거리인 데다 대형 부지를 확보하기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대다수 제작사는 자체 스튜디오가 없어 공간을 임차해 사용하는데, 파주 인근이 지리적·제작 환경 측면에서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문제는 수요가 정규 시설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상당수 제작사들은 공장이나 창고를 불법으로 용도 변경한 임시 공간을 활용해 왔다. 불꽃감지기, 시각경보기 같은 기본적인 소방설비조차 없는 곳이 적지 않다. 안전설비가 미비한 만큼 화재나 사고 발생 시 피해는 고스란히 제작사 책임이 된다. 

    지난해 12월 넷플릭스 드라마 <동궁>의 촬영지였던 연천 세트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세트장은 소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불법 용도변경 시설이었다.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화재 이후 촬영지를 파주 CJ ENM 스튜디오 센터로 옮겨 제작을 마무리했다. 이를 계기로 업계에선 "임대료가 다소 높더라도 안전한 곳에서 찍자"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방화·소방설비를 완비한 전용 스튜디오에 대한 수요가 보다 뚜렷해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파주 콘텐츠월드 일반산업단지에 스튜디오 개발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PF로 약 140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며, CJ대한통운이 시공을 맡고 스튜디오드래곤이 임차를 검토 중이다. 

    내포리 일대에서도 스튜디오 개발 사업이 진행된다. PF 약 600억원 규모, 90억원 수준의 후순위대여가 투입될 예정이다. 남화토건이 시공을 맡는다. 임차인으로는 더엔에스엔컴퍼니가 거론되고 있다. 두 사업 모두 초기 단계로 투자설명서(IM)가 시장에 배포된 상태다.

    실제 개발 여건에 대한 평가는 나뉘는 상황이다. 스튜디오 촬영은 장기 임대보다 단기 사용이 일반적인 구조라 고정 수익 창출이 쉽지 않다. 통임대 계약 형태로 수년간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다면 수익률을 예측할 수 있지만, 이 역시 넷플릭스 등 임차인의 교섭력이 강해 임대료 수준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또, 제작사들은 방송 환경상 일정한 시기 외에는 스튜디오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비수기에 대규모 공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콘텐츠 산업의 업황 자체도 변수다. 국내 콘텐츠 업계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에 주도권 뺏기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CJ ENM, 스튜디오드래곤과 같은 제작사들은 제작 편수를 줄였다. 제작비 부담 증가 등으로 인해 신규 프로젝트 진행이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관련업계에선 넷플릭스가 직접 국내 스튜디오를 임차해 제작하는 사례도 늘고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고 내다본다.

    한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현재 PF 분양사업장은 분양시장 침체로 사업수지가 잘 나오지 않아 특수물건들에 대한 투자 검토도 이뤄지고 있다"며 "스튜디오 개발사업은 향후 수요 증가가 예상되지만 시장 내 레퍼런스가 부족해 추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