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초기 신중 행보 보이는 PEF…소액주주 챙기고, 기업과 협의하고
입력 25.06.26 07:00
LBO 제한·의무공개매수 등 제도 강화 전망
정권 초기 눈밖에 날라 PEF 조심스런 행보
개인에 동일 프리미엄 주고, 기업과도 소통
최종 수익률에는 부정적인 영향 미칠 수도
  •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사모펀드(PEF)들이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출자자(LP) 적격성 강화, 차입매수(LBO) 제한, 소액주주 보호 등 의지를 보이고 있어 정권 초기부터 눈밖에 날 일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기류가 나타난다. 최대한 잡음이 나지 않도록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은 좋지만 수익 면에선 득이 되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새 정부는 PEF 규제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홈플러스 회생절차 신청으로 PEF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아진 터라 당분간 깐깐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이 PEF 검사를 확대하겠다 했고, 여당을 중심으로 의무공개매수나 차입인수(LBO) 제한 등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새 정부는 상장사 M&A 시 소액주주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향유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아직 어떤 제도가 바뀌고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확정되지 않은 터라 PEF 운용사(GP)들은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대형 경영권인수(바이아웃) 전문 GP들의 부담이 크다. 영향이 파악될 때까지 그로쓰캐피탈이나 스페셜시추에이션 등 목적 외 투자에 집중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 대형 PEF 관게자는 "최근 PEF 관련 법안들이 나오고 있고 정책이 어떻게 변할지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심조심하고 있다"며 "대형 바이아웃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성장성 있는 기업의 소수지분 투자건들을 우선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VIG파트너스는 최근 미용 의료기기 기업 비올을 인수했다. 비올 최대주주 지분을 인수한 후 자사주를 제외한 잔여 주식 전량을 공개매수 방식으로 매입하기로 했다. 경영권 지분과 나머지 지분 인수 가격은 동일하게 설정했다. VIG파트너스는 '소액주주에게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동일하게 제공하는 것으로, 현 정부에서 강조하는 소액주주 권리 보호 기조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비올의 경우 몇 달 전부터 사모펀드(PEF)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주가도 지난 수개월간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에 공개매수가에 프리미엄을 후하게 얹었다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앞서 오스템임플란트 M&A 때도 최대주주와 소액주주가 동일한 프리미엄을 인정받은 이력이 있어 특이하게 볼 것은 아니란 지적이다.

    그럼에도 VIG파트너스가 '동일한 프리미엄'을 강조한 것은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장 모든 소액주주까지 챙길 의무는 없지만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다. 가뜩이나 정부의 눈초리가 곱지 않은 상황에서 잡읍이 일거나 이목이 모일 만한 일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IMM크레딧앤솔루션(ICS)과 SK엔무브 지분 매입 논의를 했다. SK엔무브는 ICS의 투자를 유치하며 5년 내 적격상장(Q-IPO)하기로 했는데, 올해 상장 추진 과정에서 '중복상장' 논란이 불거졌다. 자회사 상장으로 모회사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ICS의 회수를 위해 구주 매출 중심의 공모 구조를 짠 것도 부담이 됐다.

    사실 상장을 어떻게 하느냐는 SK엔무브의 고민이고, SK이노베이션이 콜옵션을 가진 것도 아니다. 기한까지 상장을 못하면 ICS는 약속한 대로 수익률을 얹어서 나오면 되지만 그에 앞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현 시점엔 PEF가 무리하게 IPO 추진을 요구할 실익이 없다. 기업과 PEF 모두 잡음이 나오면 득이 되지 않는다. PEF가 협조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PEF들이 시장 친화적이고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것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여러 제약과 이런 저런 고민들이 PEF의 경쟁력을 해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가뜩이나 '노란봉투법' 등 포트폴리오 기업의 경쟁력을 깎아내릴 위험 요소가 많다. 여기에 눈치를 보느라 비싸게 사고, 기대보다 낮게 팔면 PEF의 수익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정권 초부터 첫 타자로 눈밖에 나면 좋을 게 없기 때문에 PEF들도 분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며 "다만 높은 가치에 투자하면 회수할 때 돈을 벌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