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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영화관 사업자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CGV는 기존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이슈에 직면했고,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합병과 함께 외부 투자 유치에 나섰다. 부진한 영화산업에 진출할 새로운 '투자자'를 찾기 쉽지 않은 가운데, 엔터테인먼트·게임사, 애드테크(AD tech; 디지털 광고) 기업 등이 잠재 투자자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합병 이후 외부 자금 유치를 추진 중이다. 주관사 측은 복수의 전략적 투자자(SI) 및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티저레터를 발송했으며, 롯데그룹과 중앙그룹의 상황을 고려할 때 사실상 경영권 매각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CJ CGV도 아시아 사업 지주사인 CGI홀딩스의 FI(재무적 투자자) 엑시트 기한이 도래했다. 현재 MBK파트너스와 미래에셋PE는 보유 중인 17.58% 지분에 대해 드래그얼롱 권리 행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MBK파트너스가 주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MBK 측의 결정에 따라 행사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는 중국과 베트남 법인 등을 포함한 CGI홀딩스의 ‘강제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새로운 투자자 물색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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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산업 전반이 하향세에 접어든 만큼, 이들 모두 신규 투자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롯데나 CJ 등 기존 대기업들도 추가 투자 여력이 부족해, 다른 대기업들의 참여 가능성도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통 미디어 및 콘텐츠 업계의 관심도 크지 않다. CGI 홀딩스의 경우 해외 현지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영화관을 단순한 ‘영화 상영 공간’이 아닌 ‘오프라인 공간’ 또는 ‘광고 플랫폼’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유형의 투자자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투자 여력이 있는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들의 관심이 주목된다. 최근 영화관에서는 대형 스크린을 활용한 아이돌 및 가수 콘서트 공연 실황이 흥행을 이끌고 있다. 전통 영화 콘텐츠의 흥행이 둔화된 가운데, 콘서트·뮤지컬 등 공연 실황 영화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했다. 이러한 콘텐츠는 일반 영화에 비해 티켓 가격이 높은 편이어서, 관객 수가 적더라도 수익성은 더 높을 수 있다.
또한 아이돌 산업에서는 특정 그룹의 팬들이 영화관을 단체로 대관해 이름을 붙이고, 자체 영상회를 개최하는 등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콘텐츠 사업이 중심인 엔터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오프라인 공간을 확보할 경우,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관의 주요 수익원이 단순 티켓 판매에 그치지 않고, 광고 등 부가 사업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상영관 스크린 광고, 현장 프로모션, 이벤트, 스낵바 내 홍보 매체 등은 모두 광고 수익의 범주에 포함된다. 이와 관련해 애드테크 기반의 디지털 광고 기업들 역시 새로운 투자자군으로 거론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대기업들은 영화나 공연 콘텐츠 자체에 대한 투자나 기획 여력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며, 기존 영화관·공연장 등 자산을 활용한 ‘공간 대여’에 주목하고 있다”며 “이러한 차원에서 공간 활용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이 눈여겨볼 만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영화관 사업 중에서는 XR(확장현실)·VR 기반의 몰입형 체험 기술관이 꾸준히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업체들의 진출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게임사의 IP를 활용한 시네마틱 체험 콘텐츠가 가능해지면서, 영화관을 콘텐츠 허브로 활용할 수 있다. 몰입형 콘텐츠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영화와 게임의 경계를 허무는 오프라인 엔터테인먼트 수요도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영화관 산업 전반이 축소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CJ CGV의 기술 자회사 CJ 4DPLEX는 확장 전략을 유지 중이다. CJ 4DPLEX는 지난 4월 IR을 통해 2030년까지 매출을 현재 대비 6배 이상으로 늘리고, 누적 2000개 이상의 상영관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북미 등 글로벌에서 해당 사업이 지속 성장중이기도 하다.
주요 업체들이 모두 중대한 전환기를 맞은 가운데, 지금이 영화관 산업 재편의 ‘적기’일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영화관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지만, 극장 수 축소 등 단계적인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1차 구조조정이 진행됐고, 현재는 본격적인 2차 구조조정 국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영화관 산업 지원 움직임도 고려된다. 기획재정부는 ‘새정부 추가경정예산’에서 271억원을 투입해 총 450만장 규모의 영화관 할인 쿠폰을 공급할 예정이다. 오는 8월부터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에서 국민 1인당 최대 4회까지, 1회당 6000원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2·3위 사업자인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합병하고, 1위 CGV 역시 '선택과 집중'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이들이 모두 영화관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뗄 경우, 국내 영화관 산업은 새 플레이어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FI 회수·합병 가시화…대기업 투자 여력 한계
신규 자본 유입 관건… 엔터·게임·광고 주목
'영화'아닌 공간·IP활용 비즈니스로 전환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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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6월 2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