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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CGV의 아시아 지역 영화관을 관리하는 지주사 CGI홀딩스의 경영권을 두고 CJ 측과 FI(재무적 투자자)들의 눈치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CGI홀딩스의 2대 주주인 MBK파트너스와 미래에셋증권 등 FI들이 동반매도권(드래그얼롱) 행사 의사를 CJ CGV에 통보한 가운데, CJ는 되사기 어렵고 FI들은 떠안기 난처한 상황이라는 관측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와 미래에셋은 최근 CJ CGV 측에 CGI홀딩스 지분에 대한 동반매도권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했다. 두 회사는 2019년 CGI홀딩스 지분을 인수하며 맺은 주주간 계약에 따라 이달 19일부터 동반매도권 행사가 가능하다. 통보 이후 10영업일 동안 CJ CGV는 콜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내달 1일까지 CJ CGV가 콜옵션 행사를 결정하지 않으면, 콜옵션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FI들은 CJ CGV 보유 지분까지 제3자에 동반 매각할 수 있다.
CGI홀딩스는 CJ CGV의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통합 해외 법인이다. 2019년 MBK파트너스와 미래에셋증권 PE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약 3335억원으로 지분 28.57%를 사들였다. 지난해 초부터 FI들은 소수 지분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마땅한 원매자를 찾지 못했다.
이어 지난해 7월 CJ CGV 측이 FI 지분 중 일부를 되샀다. 주식 19만8830주를 1263억 원에 현금 취득했는데, 소수 지분 매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과의 갈등을 일시적으로 봉합한 조치로 평가된다.
잔여 지분 처리 문제가 남았던 가운데, 올해 계약상의 마지노선이 다가왔다. 만기가 다가오면서 FI 측과 CJ 측이 협상에 나서긴 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드래그얼롱 행사와 관련한 사전 협의 당시, CJ 측이 FI 측이 기대하는 IRR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CJ그룹 내부에서는 마땅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되산다면 CJ CGV가 사는 것이지만, CJ CGV의 재무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결국 CJ CGV의 최대주주인 지주사, 즉 그룹의 결정과 지원 하에 거래가 진행되어야 한다.
콜옵션 행사를 위해 CJ CGV 측이 자본성 조달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직접 조달이 아닌 이상 그룹사의 신용 보강 등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CJ CGV는 최근 회사채 조달도 난관이 많은 상황이다.
과거에는 CGI홀딩스가 성장성 있는 해외 법인이라는 점에서 CJ 측에서 포기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었지만, 현재는 그룹 입장에서 CGI홀딩스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CJ그룹 내에서 최근 영화관 사업의 입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영화관 사업이 어려워진 데다, 미디어 콘텐츠 환경 변화로 영화산업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CJ ENM 내부의 영화 사업 부문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CJ그룹 내에서 최고경영진까지도 소통이 잘 되지 않아 보이고, 마땅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영화관이나 영화산업에 그룹에서 힘을 주고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되살 의지가 높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CJ 입장에선 FI들에게 IRR을 보장해주면서 지분을 되사기보다, 시장에서 매각을 노리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통상 동반매도권을 행사하면 계약자 최대주주는 해당 회사 경영권을 잃기 때문에, 강력한 계약 조항으로 통한다. 다만 현재 상황상 CJ 측도 딱히 '지켜야' 할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제3의' 선택을 노려볼 여지가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앞서 FI 컨소시엄은 CGI홀딩스의 홍콩 증시 상장(IPO)을 조건으로 투자했다. 한동안 침체기를 보였던 홍콩 IPO 시장은 올해 들어 자금 조달 규모가 전년 대비 7배 이상 늘며 글로벌 1위 수준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CJ도 FI의 드래그얼롱 행사를 기대할 수 있고, 그랬을 때 FI 입장에선 마땅한 매각처를 찾기 어려워 난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FI, CJ 측에 드래그얼롱 행사 의사 통보
영화 사업 입지 축소된 CJ, 콜옵션 갈까
떠안을 수도, 털어 내기도 복잡한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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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7월 24일 14:5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