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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운용사 알케미스트캐피탈코리아(이하 알케미스트)가 오너인 은진혁 대표가 사망한 후 표류하고 있다. 경영의 구심점이 사라진 사이 기존 경영진과 이를 밀어내려는 새 경영진 간의 알력다툼 양상이 한동안 벌어졌다. SK TNS에 대한 투자 만기가 수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 어떻게 회수할 것인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알케미스트는 지난 2017년 설립된 PEF 운용사다. 이듬해 투자은행(IB) 출신의 구본석 대표가 떠났고 이후엔 이재경 대표가 회사를 이끌어 왔다. 2023년 은진혁 대표가 취임한 이후엔 은진혁-이재경 각자 대표 체체가 꾸려졌다. 은 대표가 알케미스트에 대한 지배력을 갖고 있었다.
지난 1월 은진혁 대표가 해외 체류 중 갑작스럽게 세상을 떴다. 은 대표의 배우자와 두 자녀가 상속을 거친 후 회사 운영 혹은 청산 방안을 고민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4월까지는 유족과 기존 경영진이 원활히 소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5월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유족 측에서 이재경 대표를 해임하고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알케미스트 직원이 이 대표 몰래 법인 인감도장을 반출한 일도 있었다. 경영진 변경 등기 등을 위해 도장이 필요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초 김명수 신임 대표이사와 이승철 사내이사 선임 등기가 이뤄졌다. 김 대표는 솔로몬저축은행, 유리치자산운용 등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새 경영진은 이재경 대표에 대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말엔 이 대표 해임 등기도 마쳤다.
유족이 회사의 경영에 관여하겠다면 상속으로 지배력을 확보한 후 경영진을 교체하면 됐지만 지금까지 모습은 매끄럽지 않다. 회사는 수개월간 업무 공백 상태에 놓였다. 은진혁 대표와 유가족들의 국적이 제각각이라 상속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수월하지 않았을 수 있다.
현재 알케미스트는 200억원가량의 현금을 보유 중이다. 매그나칩반도체(현 SK키파운드리) 등 PEF 투자 성과에 따른 보수를 유보해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SK텔레콤의 2억달러 규모 미국 AI 기업 투자를 자문하며 100억원 가까운 자문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입장에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보다 호흡이 잘 맞는 경영진을 원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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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교체를 비롯한 일련의 과정에서는 유족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유족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한 인사가 이를 조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경 대표는 이 인사를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해임 과정 역시 부당하다 보고 불복소송 등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알케미스트도 출자자(LP) 등 관계자에 이런 상황을 보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갈등의 불씨가 남은 가운데 알케미스트가 처리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3년 은진혁 대표의 횡령 혐의와 알케미스트 실소유주 허위 보고 등을 지적했다. 아직 이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 운용사 입장에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포트폴리오 관리도 문제다. 알케미스트는 과거 투자 자산을 다 정리하고 SK TNS만 관리하고 있다. SK TNS는 SK텔레콤 등의 기지국을 시공하는 업체로 2021년 알케미스트가 인수했다. 당시 2000억원 규모 PEF(네트웍인프라서비스)를 결성했는데 이재경 대표 등 2인이 PEF 핵심운용역으로 참여했다. 이번에 이 대표가 물러나면 핵심운용역을 교체해야 하는데 이를 맡을 만한 인사가 회사에 있을지 미지수다.
해당 PEF의 투자 기한은 5년으로 내년 3월 만기가 도래한다. 원래라면 늦어도 올해 초부터는 매각 준비에 들어갔어야 하지만 여러 일들이 겹치면서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지금부터 움직이자니 시간이 부족하고, 최근 실적도 부진한 터라 투자금 회수 전망이 불투명하다.
알케미스트 입장에선 6G 시대가 본격화하고 SK TNS의 실적이 개선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후순위로 600억원을 댄 SK에코플랜트나 핵심출자자(앵커LP)인 새마을금고중앙회 등이 내홍을 겪은 알케미스트를 계속 신뢰할 것이냐가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LP 관계자는 "SK TNS 매각 시도를 해봐야겠지만 대단한 매물은 아니다 보니 만기 안에 정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정관상 만기를 1년씩 두번 연장할 수 있으니 회사를 좋게 만들어서 파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 측은 "알케미스트로부터 PEF 만기 연장 안에 대해 연락이 왔고, 협의할 예정"이라며 "아직 만나기 전이라 구체적인 이야기가 진행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HOUSE 동향
1월 은 대표 사후 기존 대표-새 경영진 갈등 양상
절차 놓고 법적 분쟁도…200억 현금 관리 때문?
마지막 포트폴리오 SK TNS, 내년 3월 투자 만기
핵심 운용역 교체부터 만기 연장까지 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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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7월 0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