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정성 있는 조치일까, 아니면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의 임시방편일까.
신한카드가 계열사인 신한리츠운용을 통해 본사 사옥을 매각하려던 계획을 사실상 접은 것으로 파악된다. 매각 추진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뒤, 편입 대상이었던 리츠의 주주 반발이 거세지자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 측은 사옥 매각과 구조조정 계획 모두를 부인하고 있지만, 역대 최악의 반기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구조조정 중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금융권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본사 ‘파인에비뉴 A동’을 신한리츠운용에 연내 매각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유력하게 검토했지만, 최근 이 계획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조용하고 신속하게 매각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매각 논의가 알려지면서 신한리츠운용이 운용하는 상장 리츠 ‘신한알파리츠’ 주주들의 항의가 이어져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한 리츠업계 관계자는 “신한알파리츠는 신한리츠운용의 대표 리츠인데, 공모가(5000원)를 밑돌지 않도록 방어하려는 기류가 있다”며 “현 시점에서 무리하게 대형 자산을 편입하면 투자자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사 매각이 무산되면서, 신한카드가 사옥을 외부 공개입찰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외부 운용사 간 경쟁을 통해 매각가의 적정성을 확보하고, 투자자 반발이나 내부거래 논란을 줄일 수 있어서다.
회사 측은 “사옥 매각 관련 진행 사항이 없고, 인력 구조조정도 현재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로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던 이전 입장 대비 다소 강경해진 톤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구조조정이 완전히 중단된 것인지, 아니면 시기만 늦춘 채 재추진을 염두에 둔 것인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카드업계에서는 인건비 부담 완화를 위한 인력 구조 효율화 검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고 본다. 신한카드는 1970년대생 중간관리자 비중이 높은 ‘역피라미드형’ 인력 구조를 갖고 있어 장기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587명으로 전업카드사 중 가장 많지만, 직원 1인당 생산성(충당금 적립 전 영업이익 기준)은 2억1731만원에 그친다. 이는 삼성카드(3억2721만원), KB국민카드(2억9798만원), 하나카드(2억9413만원) 등 경쟁사보다 낮아, 인원 대비 수익 창출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신한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24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하며 반기 기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순익 감소폭은 KB국민카드(-29.1%), 삼성카드(-7.5%), 우리카드(-9.5%), 하나카드(-5.5%)보다 컸다. 삼성카드와의 당기순이익 격차도 890억원으로, 1분기(465억원) 대비 확대됐다.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이유로는 노조의 강한 반발이 꼽힌다. 지난 6월 조직개편 과정에서 팀 단위 조직 상당수를 통폐합하겠다는 방침이 알려지자 노조는 즉각 철회 투쟁에 나섰고, 이후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과의 접촉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노조가 정치권을 통한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가능성도 커졌다. 대표적 사례가 MG손해보험이다. 노조의 강력한 반대에 메리츠화재로의 매각이 무산됐고, 이후 노조와 정치권의 압박에 힘입어 금융당국이 재매각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전례를 감안하면, 신한카드 역시 무리한 구조조정보다는 당분간 사태를 관망하며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를 ‘눈치보기’ 전략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옥 매각뿐 아니라 내부 인력 조정도 노조 반발 등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며 “재무 구조 개선 작업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취재노트
신한카드, 계열사 사옥 매각 계획 접어…공개 입찰 가능성
회사 측, “현재 사옥 매각·구조조정 사실 없다” 선 그어
실적 부진 속 비용 절감 과제 여전…노조 반발에 속도조절론
신한카드, 계열사 사옥 매각 계획 접어…공개 입찰 가능성
회사 측, “현재 사옥 매각·구조조정 사실 없다” 선 그어
실적 부진 속 비용 절감 과제 여전…노조 반발에 속도조절론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8월 08일 11:1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