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 붕괴로 사라진 동아건설…28년만의 '면허취소' 언급에 건설업계 요동
입력 25.08.11 07:00
취재노트
李, 포스코이앤씨 면허 취소 거론하자
노동부 전수조사 돌입한 국토부
'면허취소' 등 높은 수위 제재는 불가피할 듯
중대재해처벌 강화 움직임에, 사망 사고 건설사 재조명
"안전대책 마련 비용 증가에, 사회적 갈등 방지책도 必"
  • 연이은 인명사고로 인해 대통령이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를 예고하면서 건설업계는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현실화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최고 수위인 '면허 취소'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최소 영업 정지 이상의 제재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포스코이앤씨는 당분간 수주 등 정상적인 경영은 어려워보인다. 건설업계에선 반사이익보단, 향후 후폭풍에 더욱 주목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모든 사업장에 대해 안전과 관련한 전수조사를 진행중이다. 곧 고용노동부가 합세해 불법 하도급, 임금 체불 등 국토부와 합동 단속에 돌입한다. 이르면 이달 말까지 전수조사와 합동 단속이 마무리 될 전망이다.

    정부의 이같은 강경한 조치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건설 면허 취소, 공공입찰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할 것"이란 지시에 따른 것이다. 수 많은 건설현장 인명사고와 관련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면허 취소'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면허 취소는 건설사에 내려지는 가장 강력한 조치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동아건설산업이 면허가 취소된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말소되면 신규 사업은 불가능하고 면허를 다시 획득하더라도 과거의 이력이 사라지기 때문에 사실상 관급 공사 수주는 어려워진다. 

    민간 수주 역시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진 상당히 오랜 시일이 걸리는데, 면허 취소 제재가 내려지면 사실상 포스코그룹이 건설업에 재진입하는 건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전수조사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나타나더라도 어떤 법령을 적용해 면허를 취소할지 또 면허취소가 가능할진 아직 미지수다. 포스코그룹 차원에서도 조금이라도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법적 대응을 해야하기 때문에 기나긴 소송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정치권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포스코그룹의 태생적 특성상 소송전으로 번질지는 미지수란 평가도 있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각 부처가 결론을 정해놓고 조사에 돌입해 결과값을 만들어 내는 모습으로 비쳐진다"며 "실제 면허 취소까진 예단하기 어렵지만, 최소 면허 정지 이상의 높은 수위의 제재가 가해질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공공입찰, 대규모 재정비 사업과 주요 민간 수주전 등 형태를 막론하고 포스코이앤씨가 당분간은 수주전에 모습을 나타내긴 어려운 상황인데 경쟁자가 사라진 건설업계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포스코이앤씨는 수 년간 도심 재정비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왔고 최근 들어선 프리미엄 브랜드인 오티에르를 앞세워 서울 주요 입지의 수주전에 도전장을 내왔다. 가장 최근엔 용산 정비창 전면 부지 수주전에선 용산의 터줏대감격인 HDC현대산업개발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기도 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이앤씨가 각종 수주전에서 활발한 모습을 보여왔지만 다른 건설사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기술력을 갖춘 대체불가능한 시공사는 아니다"며 "수주전의 경쟁 강도가 크게 낮아지거나, 타 건설사들이 수주잔고를 더 많이 쌓을 수 있는 기회로 보기도 어렵다"고 평가했다.

    포스코이앤씨를 제외하고 다수의 인명사고를 발생시킨 건설사들의 긴장도는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7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업 사고 사망자는 총 71명으로, 전년(64명) 대비 7명 늘었다. 현대엔지니어링(6명), 현대건설(3명), HDC현대산업개발(2명) 등 대형 건설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이후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자수는 총 1968명, 이중 건설현장 사망자가 991명(50.4%)에 달했다. 건설현장 사망사고 가운데 10대건설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였다.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건설사는 대우건설(12명), 현대건설(11명), 롯데건설·DL이앤씨(각 9명) 등이었다.

    주요 건설사 상당수는 현재도 국토부 처분 결과를 기다리고 있거나, 이미 내려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중이다. 대표적으로 올해 가장 큰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사고의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제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고, HDC현산과 GS건설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이후 소송을 제기하며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포스코이앤씨의 제재 결과가 기존 사망사고가 발생한 시공사들의 제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사회적 파장이 커질수록 정부와 정치권의 건설사들에 대한 보다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것이란 불안감은 분명히 감지된다.

    안전 사고 방지에 대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가속화할수록 건설업계에선 공사비가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단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불가항력적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들여야하는 비용이 증가하면 공사비 증가는 물론 공기 연장에 따른 사회적 갈등도 예상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수 년간 각종 건설현장에 공사비가 증가하며 발주처와 시공사 간의 갈등이 급증하고 있는데, 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추가 비용까지 더해지면 건설사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를 막기 위해선 안전대책 마련 비용 등으로 인한 공사비 증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만 아직까진 마땅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기도 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메이저 건설사들의 경우 안전 사고 방지를 위해 수많은 비용을 쓰고 있지만 막지 못하는 사고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현재보다 더 강력한 안전대책 마련 등의 조치가 시행되면, 공기의 연장이 불가피해지고 이를 위해 써야하는 비용들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는 고스란히 건설사들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