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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에서 원전주들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모습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한국전력(한전)이 미국 웨스팅하우스(WEC)와 체결한 계약을 두고 불공정했단 논란이 일면서다.
시장에선 불공정 계약 논란을 두고 불가피한 선택이었단 해석과 노예계약 수준이란 우려가 맞섰다. 이후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합작법인(JV)을 설립할 것이란 기대감이 퍼지자 주가는 다시 반등하는 모습이다. 증권가는 혼란 속에 분노 섞인 반응도 엿보였다.
21일 오전 11시 10분 기준 두산에너빌리티는 전 거래일 대비 8.19% 오른 6만2100원에 거래 중이다. 한전KPS(+6.46%), 한전기술(16.78%), 우리기술(+5.80%)도 오르고 있다. 며칠 사이 두 자릿수의 하락폭을 보인 종목도 적지 않지만, 그간의 하락폭을 일부 만회하는 모습이다.
잘나가던 원전주가 갑자기 낙폭을 키웠던 것은 한수원과 한전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지식재산권 분쟁 합의가 불공정하다는 논란이 확산하면서다.
체코 원전 수출 당시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합의에는 ▲한국이 소형모듈원전(SMR)을 수출할 때 웨스팅하우스 검증을 받아야 하고 ▲EU·영국·일본 등 일부 지역에서의 수주 활동이 제한되며 ▲원전 수출 시 총 1조 원이 넘는 물품 구매와 로열티 지급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내용이 지나치게 불리한 조건이란 점이 부각되며 '굴욕 수주' 논란이 일었다.
다만 이는 지난 1월 공개된 내용으로, 새로운 악재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추가로 알려진 점은 SMR 수출 시 웨스팅하우스의 검증을 받아야 한단 점이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알려진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존 원전 계약이 '노예계약'이라는 프레임으로 흘러나오는 맥락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실제로 불공정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여당과 야당 양측의 정치적 셈법이 개입됐다면, 결국 애먼 투자자들만 피해를 떠안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천 기술이 없는 한국에서 1조원가량의 로열티를 지급하는 건 불가피한 선택이란 분석도 나왔다. 한수원과 한전은 웨스팅하우스의 원천기술을 토대로 한국형 원자로 ‘APR1400 노형’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한수원이 내세우는 APR1400 노형 자체가 웨스팅하우스의 AP1000(경수로)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만큼, 해외 수출 과정에서 지식재산권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로열티 지급 합의는 오히려 분쟁을 장기화하지 않고 정리할 수 있는 타협책에 가까웠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이 주목한 대목은 한수원과 한전이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지역을 중동, 동남아, 아프리카 등 일부로 제한한 점이었다. 한국 원전의 미국 시장 진출 기대감이 높았던 만큼 업종 전반의 투자 심리 악화는 피할 수 없는 요인이 됐다.
원전 건설은 도합 10년 정도가 소요된단 점에서, 현재 원전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사실상 향후 10년치 가치가 선반영돼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럼에도 주가가 계속 우상향할 수 있었던 요인은 미국·유럽 등지에서의 초과전력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원전 관련주를 지탱하던 핵심 기대 요인 중 하나가 미국·유럽 수출 가능성이었는데, 그 전제가 흔들린다는 건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며 "이번 논란은 정치적 이해관계도 엮여 있는 만큼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시장 평가에 따라 향후 주가는 또 변동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원전 담당 연구원은 "엄청난 재앙처럼 여겨져 주가 급락 당시에는 격앙된 반응을 보인 연구원들도 많았다"며 "다만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JV 설립을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국내 기업들이 웨스팅하우스 지분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며 증권가 분위기도 또 빠르게 바뀌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증권사들은 기존의 원전 기업들의 펀더멘털에 직접적 변화는 없기에, 밸류에이션은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대신증권은 "프로젝트 수주 때마다 미국의 제재 가능성이 낮아져서 제3국 수출 확대 및 미국 원전 시장 진출도 가능해진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과 협력을 통한 한국 원전산업의 글로벌 진출 확대 스토리는 변함없다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은 "(원전 계약 관련) 보도된 내용이 전부 사실이라 해도 두산에너빌리티, 한전기술, 한전KPS 기업가치 산정에 있어 바뀌는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결국 공은 한미 정상회담 결과로 넘어갔다는 평가다. 정부가 정상회담을 통해 어떤 '카드'를 가져오는지에 따라 원전 '굴욕 계약' 논란이 발생한 배경도, 그 여파도 모두 설명 가능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SMR 검증·수출 제한 조항에 원전 투심 '위축'되더니
한수원-웨스팅하우스 JV설립 논의 소식에 다시 '반등'
정치적 셈법 논리에 애먼 투자자들만 혼란 가중
정상회담 결과 따라 '굴욕계약' 논란 향방 갈릴 듯
한수원-웨스팅하우스 JV설립 논의 소식에 다시 '반등'
정치적 셈법 논리에 애먼 투자자들만 혼란 가중
정상회담 결과 따라 '굴욕계약' 논란 향방 갈릴 듯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8월 21일 11:10 게재